상처주는 말 말고 "열심히 했는데 속상하겠구나" 마음을 위로하자

이영미 경상중 교사

이영미 경상중 교사

힐링이라는 말이 넘쳐나고 있다. 힐링은 상처받은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지금 이 시대의 힐링은 몸이 아닌 마음의 상처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생각이다. 요즘 사람들 중 상처 없는 이가 어디 있으랴마는 아이들의 치유가 가장 시급하다고 느끼는 것은 내가 부모이고 교사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내게 이런 질문을 해왔다. "어떤 글에서 1.5등급의 아이들이 가장 불쌍하다는, 절대 1등급이 될 수도 없지만 끝내 자신도 부모도 포기하지 못하고 '조금만 더'에 매달려 피를 말리는 아이들이라고 했는데 선생님 생각은 어떠세요?"라고. 그런데 다른 아이들이 나서는 바람에 나는 대답할 기회조차 얻을 수 없었다.

한 아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전 솔직히 가장 바닥이에요. 선생님들도 중간 정도 성적은 되어야 공부 이야기를 꺼내는 것 같아요. 친구들은 저보고 '넌 좋겠다. 어치피 포기했으니 마음은 편하겠다'고 이야기해요. 하지만 저도 매일 매일 눈치를 보고 절망감에…."

또 한 아이가 말했다."어느 날 저도 모르게 연필 깎는 칼로 제 손등을 긋고 있었어요. 아무 감각도 없었는데 짝이 울면서 소리를 질러 반 아이들이 모두 난리를 쳤죠. 퍼뜩 정신을 차리니 제 손등에서 피가…. 전 늘 불안에 시달려요. 매일 5층 우리 반 교실에서 저 혼자만 1층 교실로 떨어지는 꿈을 꿔요. 사람들은 넌 무엇이 걱정이냐고 하지만 언제 2등이 되고 10등 밖으로 밀려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려요."

아침에 집을 나서면 밤 10시가 되어야 학교나 학원을 떠날 수 있는 아이들. 대부분 그렇게 하지만 언제나 1등에서 35등으로 줄이 세워지는 현실 앞에서 아이들의 마음은 병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부모이고 교사니까. 아이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인터넷, 게임을 실컷 하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을 좀 알아주세요"다.

우리는 아이들의 소리 없는 절규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한다고 했는데 성적이…"라는 아이에게 "그만큼 해서 성적이 오를 거라 생각한거니? 너 공부하는 거 보면서 뻔하다는 생각했었어. 그러면 그렇지"라고 말하지 말고 아이 손을 잡아주고 등을 토닥이며 말해주자. "그랬구나. 한다고 했는데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많이 속상하고 서운하겠구나"라고.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자.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에게는 아이들은 마음을 열고 입을 연다. 그것이 바로 치유다.

이영미 경상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