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21일 "후보 단일화가 본선보다 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1명의 민주당 호남지역 의원들과 함께 한 만찬 자리에서 문 후보가 던진 말이다. 만찬에 참석한 민주당 한 관계자는 "문 후보는 정권 교체를 위해선 야권 단일화가 절실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상대방이 뜻대로 속내를 잘 비치지 않자 무척 답답해 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처럼 문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간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가 여전히 안갯속 국면이다. 문 후보가 각종 애정 공세를 취하고 있지만 안 후보는 원칙만 강조하며 애간장을 녹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문 후보는 21일 정치개혁 화두를 꺼내들고 대선 후보 선대위에서 친노 참모진들의 대거 사퇴로 이어갔다. 안 후보가 단일화 조건으로 제시한 정치쇄신에 대한 화답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정치권 한 인사는 "이달 17일 세종대 강연에서 안 후보가 '정치 개혁 3대 과제의 하나로 공천권이 계파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고 얘기한 것에 대한 조치로 보인다"고 했다.
문 후보 측은 또 내달 25일 대선 후보 등록이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늦어도 11월 20일 이전에 단일화 협상을 끝내야 여론조사든, 국민경선이든 단일화 실행을 위한 최소한의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안 후보 측은 느긋한 행보로 일관하고 있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기존 입장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않고 있는 것. 문 후보의 단일화 요구에 매번 안 후보는 "국민 판단에 맡기겠다"는 태도를 유지한 채 거리두기를 이어가고 있다.
금태섭 선거캠프 상황실장은 22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을 논의할 때는 아니지만 만약 단일화 과정이 마련된다면 방법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단일화하면 반드시 이긴다'고 생각하지 않는 분도 많고, 정권의 실정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만으로도 국민의 마음을 얻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4'11 총선에서도 입증됐다"며 "단순히 힘을 합치고 단일화 방안을 논의하는 것을 넘어서 새 정치를 보여주기 위해 양측이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 측에선 안 후보의 애매모호한 단일화 행보가 향후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두 후보가 가장 극적인 단일화 시기를 위해 '밀당'(밀고 당기기)을 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정치평론가는 "1997년, 2002년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를 통해 정권 교체를 이룬 전례를 야권은 학습효과로 잘 알고 있다"며 "이번에도 가장 극적인 단일화를 통해 유권자들의 표심을 끌어오기 위해 한마디로 '쇼'를 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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