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논단] 현장에서 본 중소기업 문제점

입력 2012-10-22 07:57:42

고용 창출 규모에서도 300인 미만 중소 사업체의 경우 152만 명에 달해 40만 명 정도에 그친 300인 이상 사업체에 비해 그 실적이 월등하다. 그러나 경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정부는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기업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하여 다양한 지원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소기업이 당면한 문제들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지하고, 그 문제들을 다각도로 분석하여 정책에 반영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난 17년 동안 필자가 산학협력의 현장에서 몸으로 느낀 경험들을 바탕으로 중소기업의 당면 문제점과 그 정책적 해결 방안을 간추려 본다. 중소기업 정책 입안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문제점 가운데 첫 번째는 중소기업 CEO의 기업가 정신 부족이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통찰력과 새로운 것에 과감히 도전하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정신을 바탕으로 이윤을 창출하면서도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기업가가 많아야만 100년 이상 지속가능한 기업의 탄생이 가능하다. 특히 기업 활동의 중심이 CEO에 집중되어 있는 우리 중소기업의 현실에서는 잘못된 판단, 불투명한 경영, 친인척 위주의 인사, 독선적 운영 등으로 기업 활동이 위축되는 사태를 촉발하는 것을 지켜보며 중소기업인의 기업가 정신 함양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을 느꼈다.

두 번째는 우수 인력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중소기업 대졸 신규 채용 합격자의 25.1%가 입사를 포기하고, 입사한 신입사원의 30.6%가 1년 내에 퇴사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는 대기업의 입사 포기율 6.2%, 1년 내 퇴사율 8.6%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치다. 중소기업의 낮은 연봉, 열악한 복리후생과 근무환경 등이 이러한 차이의 주된 요인이라고 한다. 중소기업에 대한 우수 인력의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재정 투입 정책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한국장학재단이 매년 대학 재학생들에게 지원하는 국가장학금의 일부와 청년 인턴사업에 투입하는 재원을 중소기업에 취업한 신입사원들의 학자금 대출 상환금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검토할 수 있다. 3년의 의무 근무기간을 정해주고 매달 일정 금액을 대출 상환금으로 지원하면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를 줄일 수 있고, 실질 소득의 향상에 따른 소비력 제고라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중소기업 조직의 영세성이다. 중소기업 부설연구소의 연구원 수가 10인 미만인 경우가 89.2%나 된다. 신기술이나 신제품을 개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전체 직원 수가 적으니 자체 구매력에 기댈 수도 없는 일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소기업 간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해야 한다.

네 번째로 미래 지향적 투자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끊임없는 자기 혁신과 변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CEO들이 깊이 인식은 하고 있으나 자체 역량만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지레 포기하고 회사의 미래 먹거리 발굴에 투자를 게을리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별로 중소기업의 혁신 역량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기업 중심의 산학연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운영하도록 하는 정책 시행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 정책에 대한 패러다임이 낡았다는 점이다. 변화가 필요하다.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성장단계별 기업지원 개념으로 전환되어 기업 규모와 기술 수준에 부합되는 단계별 지원체계 구축을 통해 효율성을 제고하였다는 점은 성공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성장단계별 기업지원 개념을 뛰어넘어 기업 맞춤형 지원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맞춤형 지원정책이란 기술 사업화의 전 주기에 대한 인력'자금'네트워크 지원을 수혜 기업 맞춤형으로 설계하여 성공사례를 창출하는 통합형 기업지원의 개념이다. 기존의 정책이 단순히 수혜대상 기업의 수를 확대하고 재원의 분배에 치중하였다면, 맞춤형 기업지원 정책은 선택과 집중에 의한 성공사례 창출을 통한 기업가 정신의 확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상룡/경북대 교수 LINC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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