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1-한 톨의 쌀이라도
벼농사가 푸대접을 받고 있다. 옛날에는 주식이 쌀이지 않았는가. 지난여름 세 차례나 태풍이 휩쓸고 지나갔다. 그 흔적으로 들판 여기저기에는 쓰러진 벼가 그대로 논바닥에 누워 있다. 결실을 코앞에 두고 농부들의 마음은 검게 타들어 갔으리라.
일으켜 세워도 형편없는 쌀값은 인건비에도 못 미친다. 망연자실하여 그대로 바라만 볼 뿐, 일손을 놓아버린 농부들의 마음은 오죽할까. 지난날은 벼가 넘어지면 자식이 넘어지듯 일으켜 세우기 바빴다. 이웃이 도왔고, 학생과 군인까지 참여했다. 지금은 벼농사가 타산이 맞지 않아 넘어진 채 내버려두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거기에다 FTA 체결로 쌀값마저 들쭉날쭉하니 일으켜 세울 의욕마저 없어진 모양이다. 납작해진 벼 위에는 피와 잡초가 얼기설기 얽혀 있어 황량하기 그지없다.
지난날 먹고살기가 어려웠던 시절, 한 톨의 쌀이라도 더 생산코자 갖은 정성을 기울였다. 내리쬐는 뙤약볕에 수백 번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하면 구슬 같은 땀방울은 손등과 발등, 적삼을 적셨다. 여물어가는 나락을 쪽쪽 빨아먹는 참새 떼를 쫓으려고 허수아비 춤사위는 분주하고, 두들긴 양은 냄비는 못 쓰게 망가졌다. 들쥐들의 습격을 막고자 쥐약을 놓으면 잡혀야 할 놈은 도망가고, 이웃집 닭만 맥없이 쓰러지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지 않았는가.
간편식에 밀려 쌀을 허투루 보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산업화로 농촌도 변했지만, 벼농사에 기울이는 농부의 마음도 멀어졌다. 한국인은 뭐니 뭐니 해도 쌀이 주식이다. 논과 밭이 공장과 축사로 마구 파헤쳐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국토의 먼 앞날을 내다봐야 할 일이다. 그 일터에 두레와 품앗이로 일손을 거들었던 훈훈한 옛 인심이 그립다. 소 몰고 논밭 갈던 평화로운 지난날이 그립다.
박기옥(경산시 와촌면)
♥수필2-수목원
아름다운 날이었습니다. 우리 체온과 똑 닮은 날씨에 맑고 화창함이 좋은 멋진 날입니다. 한적하고 조용한 수목원의 비경에 가는 길목에서부터 감탄이 터져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이름 모를 꽃들이 제 아름다움을 뒤로한 채 나를 먼저 반깁니다. 이제야 인사하는 것이 미안해서 몰래 셔터를 눌렀습니다. 서로 부둥켜안고 비비며 사랑을 속삭이는 모습들이 너무나 고왔습니다. 흙길을 걷노라니 계절을 즐기는 나뭇잎이 먼저 고개를 숙이고 떨어집니다. 미안했지만 으스러지기 전에 그들만의 매력을 느끼고 싶어 살짝 발걸음을 옮겨 봅니다. 어느 후미진 곳을 벗어나니 항아리 받침하고 늘어선 해송들이 열 맞춰 늘어서 있습니다. 구령이 없어도 흩어지지 않고 절도 있게 서 있는 해송을 보며 우리의 인생이 떠오릅니다. 우리 인생은 너무 많은 것을 삼켜 어느 것 한 가지인들 제대로 지켜나가는 이가 드뭅니다.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면 또 다른 내음이 향기를 풍겨 고개를 들게 합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하얀 서리 오거든 다시 만나자고 인사하며 돌아옵니다.
임영숙(구미시 송정동)
♥시1-행복의 꽃
감사의 마음 나비처럼
팔랑팔랑 날아
그대 가슴에 앉았네
감사의 나비 그대에게 닿자
그대와 나의 가슴에
행복의 꽃 피어나네
활짝 피운 행복의 꽃에
맺힌 고운 감사의 꽃씨
세상 가득 뿌리니
꽃씨 가슴에 담은 이마다
행복의 꽃 피우네
곽선희(대구 북구 구암동)
♥시2-단풍
이우는 혼불 잡고
밤을 깁는 가을벌레
호스피스 병동 창문
남은 날을 떠는 불빛
아쉬움
차마 못 잊어
피를 감아 물들였나.
조정향(대구 중구 대봉1동)
♥시3-장독대
꽃다운 아내 두고 군대 간 남편
살아서 돌아오라고
정화수 떠놓고 빌던 애환의 장독대
이제나저제나 돌아오려나
눈만 소복이
장독대에 얹어놓고 소식이 없다
애간장 타는 마음
오늘 하루도 그냥 갔다
얼었던 눈 녹으면 임이 올까
문밖에서 맞을 채비하고
삽짝만 눈 시리도록
쳐다보며 기다리고 있다
이길자(김천시 평화동)
※지난주 선정되신 분은 김순희(대구 북구 구암동) 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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