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맛있게 먹기] 캐릭터와 플롯

입력 2012-10-18 14:19:39

플롯은 극적 효과 극대화하고 캐릭터 완성에 큰 역할

연극에서 '캐릭터'(character)라는 말은 연극에 등장하는 인물 혹은 인물의 성격으로 번역이 된다. 같은 말이라도 상황에 따라 조금씩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때문에 많은 번역서들에서는 캐릭터를 인물이나 성격으로 옮기지 않고 영어 그대로 캐릭터라고 부르곤 한다.

구조 혹은 구성이라고 번역이 되고 있는 '플롯'(plot) 또한 이와 비슷한 경우이다. 외국의 이론서를 번역한 많은 연극, 문학 관련 책들에서는 플롯이라는 말을 따로 번역하지 않고 영어 발음 그대로 플롯이라고 옮겨 하나의 전문용어처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 캐릭터와 플롯이라는 말은 연극, 문학관련 전문용어로 자리를 잡은 셈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그 캐릭터 정말 한 캐릭터 한다'라는 뜻이 '그 인물 정말 한 성격 한다'라는 뜻이라는 사실이 이러한 사실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또한 플롯은 줄거리 혹은 이야기로 번역되고 있는 '스토리'(story)와 깊은 관련이 있다. 스토리가 얽혀 있는 것이 플롯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플롯이 '얽히게 하다'를 의미하는 라틴어 'intricare'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래서 플롯은 줄거리를 복잡하게 꾸미는 기술이라고 말하는 이론가도 있다.

연극은 어떤 캐릭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떤 캐릭터(인물)의 캐릭터(성격)을 드러나게 하는 여러 캐릭터(인물)와의 관계와 그로 인해 변화하는 캐릭터(인물'성격)의 모습이 보이는 예술이다. 그렇다면 연극에서 캐릭터를 빼면 무엇이 남게 될까? 캐릭터를 빼고 연극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캐릭터와 플롯은 서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캐릭터의 이야기는 곧 줄거리이고 그 줄거리는 스토리라고 하는 것인데 스토리가 얽힌 것이 바로 플롯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연극을 보는 것은 어떤 캐릭터의 스토리, 즉 플롯을 보는 것이다. 캐릭터가 복잡한 플롯 안에서 엮여 있는 것을 시간 순서에 의해 순차적으로 풀어서 보면 그것이 스토리, 즉 줄거리라고 하는 개념이 된다. 결국 어떤 이야기를 보여주는 연극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캐릭터와 어떤 플롯으로 어떤 이야기를 만드는가이다. 그러므로 결코 캐릭터와 플롯은 서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개념이 된다.

인물과 성격이라는 캐릭터를 만드는 것은 스토리이며, 그 스토리를 더욱 풍성하게 혹은 기존의 스토리와 다르게 보이게 만드는 것은 이야기를 서로 얽히게 만드는 기술, 즉 플롯의 활용에 있다. 그러므로 플롯은 스토리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고 극적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요소가 된다. 또한 플롯은 캐릭터를 완성시키는 데에도 크게 한몫을 한다. 단순히 시간적 순서에 의해 사건이 나열되는 단순한 구조의 작품보다는 앞뒤가 얽혀서 캐릭터의 운명이 불확실하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호기심과 불안함으로 관객을 자극하면 당연히 작품의 긴장감은 높아지게 된다. 이것이 플롯의 한 역할이다. 하지만 이것은 캐릭터의 역할이기도 하다.

실제 연극을 만드는 과정에서 배우들은 오직 캐릭터에 집중할 것이다. 여러 가지 다른 요소들이 있지만 배우들은 자신이 맡은 역할과 자신이 상대하는 캐릭터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된다. 반면에 연출가들은 배우들이 조금은 덜 집중하게 되는 플롯에 깊은 관심을 보이게 될 것이다. 그것이 전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요소이며 자신이 그러한 조화의 균형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희곡을 쓰는 극작가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좋은 캐릭터만 가지고는 좋은 작품이 될 수 없다. 좋은 플롯만 가지고도 좋은 작품은 될 수 없다. 좋은 캐릭터와 좋은 플롯이 하나가 될 때 좋은 작품이 된다. 이는 쉽게 생각하면 아무리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주는 배우라 할지라도 엉터리 작품을 훌륭한 작품으로 만들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중요한 것은 캐릭터가 아니라 캐릭터를 아우르고 있는 플롯이며 더 중요한 것은 그 둘의 완벽한 조화이다.

안희철(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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