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베이비부머들 "마당극 공연으로 재능 나눠요"

입력 2012-10-18 10:58:57

대구 동구자원봉사센터 봉사클럽, 경로당'요양원 찾아 즐거움 선사

팔공종합노인요양센터에서 공연을 마친 후 회원들과 어르신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팔공종합노인요양센터에서 공연을 마친 후 회원들과 어르신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대구 동구 자원봉사센터의 50, 60대 은퇴한 전문직 봉사자와 베이비부머 세대 회원들이 17일 대구 동구 불로동 팔공종합노인요양센터에서 잔치를 벌였다. 자신들보다 더 연로하고 더 불우한 분들에게 베푸는 재능나눔의 장이었다. 대상은 요양등급 1~3등급에 속하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

"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신세~" '고향무정'의 노랫소리가 실내에 울려 퍼지자 백발의 노인들이 여기저기서 손뼉을 치며 박자를 맞춘다. 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잃어버린 30년'이란 곡이 나오자, 몇 명의 어르신들이 일어나 연기자들과 덩실덩실 춤을 춘다. 대사를 외우느라 진땀을 흘리던 연기자들의 얼굴에서도 웃음이 감돈다. 어르신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서서히 퍼지고 잇달아 박수소리도 간간이 들린다.

이들이 자원봉사에 나선 것은 퇴직 후에 남은 시간을 무료하게 보내지 말고 무엇인가 참다운 일을 해보자고 나선 데서 출발했다. 지난 3월 자원봉사 교육을 받고 문화예술서비스 봉사클럽이란 조직을 구성하였다. 50대가 10명, 60대가 4명, 70대가 1명 등 모두 15명이었다.

이들은 첫 사업으로 자식들에게 버림받고 학대받는 노인들을 위해 '노인학대예방 마당놀이극'을 해보자고 결의하였다. 타이틀은 '잃어버린 30년'으로 정했다. 회원들은 스스로 대본제작, 연출, 음향, 배역선정, 노래, 마술, 고전무용 등을 가르치며 무대소품, 의상, 분장 등을 하나하나 만들고 준비하였다. 그리고 3~4개월 정도 열심히 연습하였다. 그 결실은 마침내 7월 30일 신천 청아람아파트 경로당에 어르신 25명을 모신 가운데 가진 공연으로 나타났다. 첫 무대라서 실수와 폭소, 박수와 눈물이 한데 섞였다. 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간지 모를 정도였다.

이제는 월 2, 3회 정기공연을 하게 되고 관객도 100명 정도로 늘었다. 아마추어가 아니라 프로의 냄새도 난다. 지금은 찾아가는 마당극이 아니라 서로 모셔가려는 유명 극단이 되고 관객들로부터 왜 이리 빨리 끝나느냐는 지청구를 듣게 될 만큼 인기도 얻었다. 때로는 대사를 까먹기도 하고 노래가 나올 때 음향이 나오지 않는 등 엇박자가 되기도 하지만 공연이 끝나면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곁들이며 회포를 풀기도 한다.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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