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캠페인의 역설

입력 2012-10-16 10:45:35

기자의 지인 중에는 대형마트의 골목 상권 침해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에게 '너는 골목 슈퍼 이용하느냐?'고 물으면 '당연히 대형마트 가지'라고 답한다. 가격 외에도 자동차 이용, 이용 시간의 편리, 청결 등 다양한 경제 역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목청을 높이는 사람들 중 다수는 1등이 되려고 안간힘을 쓴다. 비단 자녀의 학업뿐만 아니다. 거품을 물고 '1등주의'를 비판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가능한 한 적은 비용으로 가장 좋은 제품'을 사려고 애쓴다. 비용이 엄청나게 드는 주택 구입뿐만 아니라, 콩나물 한 줌을 사더라도 가격 대비 최고를 원한다. '1등주의'를 그렇게 비판하면서 너는 왜 가격 대비 최고만 찾느냐, 돈 좀 더 주고, 질 좀 떨어지는 제품을 써서 2등도 좀 키워주렴, 하고 말하면 '장난하냐?'며 웃고 만다.

이마트의 1~9월 한우 부위별 매출을 분석한 결과 등심 비중이 35.8%로 1위였다. 지난해보다 15.4% 포인트, 2010년보다 21.4%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롯데마트도 1~9월 등심 매출이 작년 같은 달보다 늘었다. 유통업계는 이를 '불황이 이어지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한 서민들이 고깃집에서 1인분(150g 기준)에 3만 원 이상 하는 등심을 먹는 대신 100g에 6천 원대인 대형마트 등심을 사서 집에서 먹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불황이 이어지면 대형마트 대신 전통시장 고기, 등심 같은 비싼 부위가 아니라 싼 부위가 잘 팔릴 줄 알았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온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람은 어떤 경우에도 '비용 대비 최고를 원하니 살고 싶으면 1등이 되어라'는 명제가 성립되는 셈이다.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을 백날 더럽다 욕해도 2등이 대접받는 세상은 오지 않는다. 1등이 되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 아니다. '나부터 1등이 아닌 것을 기꺼이 기억하는' 또 하나의 길이 있다.

타인을 향해 외치는 캠페인은 마치 평화와 행복이 상대의 행동에 달려 있다는 오해를 갖게 한다. 궁극적으로 2등, 3등, 4등도 인정받는 세상이 되자면 나부터 손해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또 하나 기억할 것은 1등은 그저 1등이 된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2등을 아낄 줄 알고, 1등을 존경할 줄도 알아야 한다. 1등과 부자를 경멸하는 사람은 '꼴찌'와 가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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