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무연(無緣)사회와 기후변화

입력 2012-10-16 07:37:04

2010년 1월, NHK 특별 취재팀은 '인연이 없는 사회, 관계가 없는 사회'를 '무연사회'(無緣社會)라 이름 붙이고, 고령화, 저출산, 개인주의가 초래한 일본의 사회를 중점적으로 파헤쳤다. 일본 전체의 가구 중 3분의 1이 홀로 사는 '1인 가구'이고, 모든 인간관계가 끊긴 상태에서 혼자서 죽어 거두어 줄 사람이 없는 죽음 '고독사', 현장에서 신원 혹은 연고자 확인이 안 되는 '무연사'가 일본에서 3만2천여 명이 발생했다고 한다.

NHK의 취재에 의하면 일본에서 이렇게 무연사가 급증한 첫 번째 원인이 멀어져 가는 가족의 인연과 독신 인구의 증가라고 볼 수 있다. 우선 핵가족화가 되면서 가족 자체의 수가 줄어들었고 개인주의가 만연한 나머지 가족과의 관계가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여성들의 사회 진출과 경제 불황으로 인한 만혼화 현상이 독신 인구의 증가로 이어져 무연시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놀랍게도 NHK 취재팀이 취재한 이런 사회적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그대로 벌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010년 한국에서 홀몸노인이 102만 명, 서울만 50세 미혼 인구가 150만 명, 서울 1인 가구가 24%라고 한다.

이러한 사회적인 현상 이외에도 환경변화에 따른 기후 변화는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하버드 의대 교수 폴 엡스타인의 '기후가 사람을 공격한다'(Changing Planet, Changing Health)는 기후변화가 어떻게 우리의 삶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일상을 파괴하는지를 방대한 연구와 사례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해수온도 상승, 10년 만의 가뭄, 후쿠시마 지진, 동유럽 한파, 미국 이상온난기온 등 기후와 관련된 이상 징후들이 수도 없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기후의 변화는 지금 사람과 지구를 공격하고 있다.

무연사회와 기후의 변화 이것은 서로 다른 이야기가 아니다. 서로 달라 보이는 이 현상들은 서로 연관성을 가지고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변형은 우리 사회가 음(陰)의 가치(이해하고, 수용하고. 협동하고, 통합하는 가치)보다는 양(陽)의 가치(자원을 개발하고, 공격하고, 자기 영역을 확장하고, 경쟁에서 이기고, 더 많이 갖고, 더 예뻐지고, 으뜸이 되기를 원하는 가치)를 선호하는 편중으로 생긴 심각한 불균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위기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렇게 생태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가치의 전환,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한 생명교육, 생태교육이라 할 수 있다.

오레지나<대구가톨릭대학교 무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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