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소극장 살리기

입력 2012-10-15 11:14:20

10월에는 전국이 축제장으로 바뀐다. 축제 포털 사이트에 따르면 10월에만 518건이다. 올해 이미 열렸거나 예정인 전국의 축제 관련 행사는 3천801개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 533건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이 10월, 9월(419건) 순이다.

물론 여기에는 개인 미술전과 같은 일회성 행사도 포함돼 있지만, 숫자로만 봐도 가히 축제 공화국이라 할 만하다. 대구에서는 컬러풀축제를 비롯해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서문시장 패션대축제, 수성페스티벌, 대구사진비엔날레 등 굵직굵직한 행사가 진행 중이다. 11일부터는 전국체육대회가 열리고 있어 대구 전체가 떠들썩하다.

이 틈에 묻혀 지나가는 듯 열리지만, 지역 문화 발전을 위해 키워야 할 중요한 행사도 있다. 10월 내내 6개 소극장에서 열리는 제4회 '대구 소극장있다 페스티벌'이다. 올해는 일본과 중국의 외국팀을 포함해 관객이 직접 배우가 돼 만드는 것까지 모두 9개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이 행사가 중요한 것은 소극장이 대구 연극계에서 차지하는 위치 때문이다. 현재 대구에서 열리는 연극의 90% 이상이 200석 내외의 소극장에서 열린다. 대구시립극단은 시립예술단이라는 특성 때문에 대극장에서 공연하지만 그 외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연극은 대부분 기획사 초청 공연이다.

대구의 소극장은 일부를 제외하면 대개 극단이 운영한다. 극장을 연습실 겸 사무실로 함께 사용한다. 공연 때마다 찾아오는 마니아가 많이 늘었지만, 이것으로 극단과 극장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안정적인 지원을 받을 방법도 거의 없다. 매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으려면 다른 분야의 행사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소극장 활성화에 대해 지원해야 할 이유는 명백하다. 소극장은 공연뿐 아니라 배우와 극작가, 연출가는 물론 조명과 음향까지 제작진을 발굴하고 키우는 역할을 겸하고 있다. 그래서 '대구 소극장있다 페스티벌'은 연례행사가 아니라 대구 연극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나마 올해는 대구문화재단의 지원 사업으로 선정돼 열리고 있지만 앞으로에 대해서는 어떤 계획도 없다. 행사 개최 여부가 위태하다. 문화예술도시라는 이름을 얻으려면 거창한 대표 축제도 필요하지만, 뿌리를 보호하는 작업도 그 못지않게 중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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