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수술실·한방치료… 사람 대점 안해 주면 브라우니, 물어!
반려동물이란 '사람과 더불어 사는 동물'을 뜻한다. 애완동물이란 '인간이 주로 즐거움을 위해 사육하는 동물'을 뜻한다. 요즘은 인간의 장난감이 아닌 반려자로 대우하자는 의미에서 반려동물이란 표현을 많이 쓴다.
그런데 표현만 바뀐 것이 아니다. 반려동물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고, 함께 산책과 운동도 즐기는 등 친구처럼 지내거나 자식처럼 키운다. 반려동물은 대부분 사람보다 수명이 짧기에 반려동물을 먼저 저세상으로 보내고는 가족을 잃은 것처럼 슬퍼한다. 이러한 시대상이 가장 집약돼 나타나는 곳이 바로 동물병원이다. 반려동물의 질병을 예방 및 치료하는 것은 물론 건강 수준을 높이는 다양한 보살핌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면서 반려동물의 건강 관련 용품과 서비스 시장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4가구 중 1가구, 반려동물 가족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2010년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반려동물 사육 가구 수는 335만 가구다. 집계되지 않은 가구 수를 감안해 관련 업계에서는 현재 500만 가구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개체 수는 그 이상이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는 1천795만1천 가구. 4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는 얘기다.
관련 업계에서는 "싱글 가구 등 소규모 가족 형태가 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도 크게 늘어났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1인 가구 수는 436만 가구다. 물론 소규모 가족 형태가 아니더라도 반려동물을 막내나 늦둥이로 삼아 보살피며 키우는 가구가 많다.
그러면서 함께 늘어난 것이 동물병원이다. 대한수의사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동물병원은 1994년 400여 곳에서 지난해 2천100여 곳으로 5배가량 늘어났다. 수의사는 3천여 명 규모다. 대구 8개 구'군에는 올해 10월 기준으로 동물병원은 140여 곳, 수의사는 270여 명이 있다.
◆첨단 동물병원 속속 등장
그런데 동물병원은 양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성장했다. 최신식 의료 장비를 갖춘 반려동물 종합병원이 최근 들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 대구 수성구 '대구동물메디컬센터'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곳은 건물 4개 층과 별관에 물리치료실'심장검사실'초음파실'입원실'MRI실'X-Ray실 등을 갖추고 있다. 진료과목도 내과'외과'안과'치과'영상의학과 등으로 세분화한 것은 물론 응급실과 중환자 관리팀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더해 심장질환'신경질환'안과질환'치과질환'한방치료 등 전문클리닉도 갖추고 10여 명의 의료진이 다양한 전문 진료를 펼치고 있다. 사람이 다니는 종합병원과 다를 게 없는 셈. 이 병원의 임재현 원장은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로 인식이 바뀌면서 좋은 의료 시설을 찾는 보호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대형 및 프랜차이즈 동물병원이 늘고 있는 것도 변화의 한 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반려동물 수가 늘고, 수의학의 의술 수준이 발전해서인 것만은 아니다. 그 기반이 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변화하고 있어서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반려동물 관련 정책이 언급될 정도다. 이달 5일 열린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의 농림수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 반려동물 혈액관리제도와 등록제 관련 질의가 나왔다. 민주당 김춘진 의원은 "반려동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빈혈이 발생하거나 수술 도중 수혈을 해야 하는 상황이 늘고 있다"며 "반려동물 혈액관리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반려동물 관련 각종 수술이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보호자들의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물론 의식 수준도 변화하고 있다. 대구 북구 '아프리카24시동물병원' 조민지 수의사는 "함께 살고 있는 반려동물에 대한 의료 지식이 수준급인 보호자들이 많다. '알아야 잘 기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관련 공부를 하는 보호자들도 적잖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은 노령화 시대
우리나라에 반려동물 열풍이 분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이때 부쩍 늘어난 반려동물이 요즘 노령기에 접어들면서 사람처럼 반려동물도 노령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면서 노령 반려동물의 건강문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보호자들의 문의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동물병원에서도 노령 반려동물(주로 노령견) 진료를 특화할 정도이다.
조민지 수의사는 "반려동물도 나이가 들면 사람처럼 노인성 질병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당뇨병부터 심부전증'종양'퇴행성관절염 등 사람이 노화를 겪으며 얻는 질병과 거의 똑같다고 보면 된다는 것. 조 수의사는 "노령견은 대체로 9세쯤을 기준으로 본다. 사람 나이로 1년이 개에겐 7년과 같다"며 "노령견은 6개월에 1회 정도 정기검진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반려견의 수명도 이전에는 10~12년 정도였던 것이 15년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집 안에서만 주로 지내기에 운동량은 줄고, 점점 고열량의 식사를 하는 등 반려견의 건강도 요즘 현대인과 비슷한 처지에 놓이면서 각종 성인병과 암 질환을 앓는 경우가 늘고 있다.
◆웰빙 추구하는 반려동물
반려동물도 사람처럼 '웰빙'을 추구하고 있다. 질병의 치료 및 예방은 물론 반려동물의 건강 수준을 높이려는 보호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 그러면서 동물병원의 변화처럼 건강 관련 반려동물 용품과 서비스도 이제 양을 넘어 질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달 7일 북구 복현동 경북대 캠퍼스에서 '반려동물한마당' 행사가 열렸다. 경북대 수의과대학이 개최한 이날 행사에는 수백 명의 보호자들이 반려동물을 데리고 와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즐겼다. 그런데 행사장 한쪽에 전시된 반려동물 관련 용품들이 눈에 띄었다.
하나는 반려견의 지능개발 및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일명 '스마트 장난감'이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반려견에겐 장난감이라고 해 봐야 '개껌'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유아용 장난감 못잖은 품질과 가격대의 반려견 장난감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반려견 장난감은 수만원대에 달하는 제품도 찾을 수 있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박민(33'대구 동구 신암동) 씨는 함께 데리고 온 5개월 된 말티즈 강아지를 가리키며 "강아지가 건강하고 귀여운 것만으로도 만족하지만 이왕이면 지능도 좋아서 함께 사는 동안 재미난 소통을 많이 하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전시된 각종 지능개발용 장난감을 보니 탐이 난다. 사 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아토피를 예방하는 기능성 반려견 의류였다. 아토피 예방에 효과적인 천연 생약 추출물과 한지섬유로 옷을 만들어 내놓은 것. 다양한 디자인과 컬러의 반려견 의류 제품들을 만져 보며 이리저리 살펴봤더니 일반 유아복만큼이나 재질과 디자인이 고급스러웠다.
'강아지의 심신 건강과 영양을 고려했다'는 문구가 붙은 '웰빙 수제 베이커리'도 있었다. 보호자와 반려견이 강아지빵, 케이크, 음료 등을 함께 즐긴다는 것. 함께 산책과 운동을 즐기던 것에서 나아가 보호자와 반려견이 건강 음식도 공유한다는 얘기다.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하는 것은 또 있다. 서로 상처가 있는 보호자와 반려동물끼리 유대하는 것이다. 경상북도 영천에 있는 창파동물매개치료연구센터는 장애라는 이유로 버려지거나 안락사당할 위기에 처한 장애 반려견을 재활시키는 훈련과 보조용품을 개발 및 보급하고 있다. 반려동물의 다리 힘을 기르는 끈이나 근육을 이완시키는 스트레칭 침대 등 재활훈련 용품은 물론 기저귀나 방석 같은 보조 용품 등 다양하다. 그러면서 반려견과의 유대 관계를 통해 장애인이나 고령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동물매개치료'를 이끌어낸다.
이렇듯 다양한 반려동물 용품과 서비스가 등장, 보급되면서 관련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반려동물 용품과 서비스 시장은 1995년 5천억원 규모였던 것이 2010년 1조8천억원 규모로 4배가량 증가했다. 관련 업계는 올해 시장 규모가 2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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