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산업, 말이 달린다] ②경북도내 공공승마장 조성 붐

입력 2012-10-13 08:00:00

'말 산업' 안장 얹은 영천, 구미·상주 등과 선두 다툼 치열

영천 운주산실내승마장에서 어린이들이 승마 기초단계인 평보 연습을 하고 있다.
영천 운주산실내승마장에서 어린이들이 승마 기초단계인 평보 연습을 하고 있다.
국제규격으로 공인받은 상주국제승마장은 전국 최고 수준의 시설을 자랑한다. 승용마 웜블러드를 타고 있는 정아미(42) 상주국제승마장 교관.
국제규격으로 공인받은 상주국제승마장은 전국 최고 수준의 시설을 자랑한다. 승용마 웜블러드를 타고 있는 정아미(42) 상주국제승마장 교관.
가을에 구미시승마장을 찾으면 낙동강변 국화꽃을 감상하며 말을 탈 수 있다. 국화꽃밭 사이로 말을 타고 있는 오홍주(45) 구미시승마장 교관.
가을에 구미시승마장을 찾으면 낙동강변 국화꽃을 감상하며 말을 탈 수 있다. 국화꽃밭 사이로 말을 타고 있는 오홍주(45) 구미시승마장 교관.
영천 운주산승마장은 소나무숲으로 둘러싸여 피톤치드를 마시며 승마를 즐길 수 있다. 승용마 팔로미노를 탄 김원대(53) 운주산승마장 교관.
영천 운주산승마장은 소나무숲으로 둘러싸여 피톤치드를 마시며 승마를 즐길 수 있다. 승용마 팔로미노를 탄 김원대(53) 운주산승마장 교관.

말 산업이 관광 및 레저를 통한 농어촌의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르자 지방자치단체와 대학은 물론 민간에서도 승마장 조성에 나섰다.

경북도내에는 이미 영천, 구미, 상주, 봉화 등 4곳에서 공공 승마장이 운영되고 있다. 포항시, 영천 성덕대, 경주 서라벌대, 고령군 등 4곳이 공공 승마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칠곡과 울진에 농어촌형 민간 승마장이 들어섰으며 구미와 포항에서는 조성 중이다.

경북의 민간 승마장은 미신고 시설까지 포함할 경우 40여 곳에 달한다. 경상북도는 말 산업 육성을 위해 낙동강 승마길 조성, 국립재활승마센터 건립, 비육'승용마 농장 육성, 말 산업 특구 유치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말 산업의 성장은 승마 활성화에 달려있다. 말 산업의 기초 인프라인 공공 승마장을 살펴본다.

◆영천 운주산 승마장-피톤치드 마시며 승마 즐겨

영천시 임고면 운주산 자락의 73ha 규모의 자연휴양림 속에 조성돼 있다. 소나무숲에서 내뿜는 피톤치드를 마음껏 마시며 승마를 즐길 수 있어 공식 명칭은 '운주산 승마 자연휴양림'이다.

승마장 옆 숲 속에는 그림 같은 목조 산장 15개 동과 야영데크, 물놀이장, 다목적구장, 연못, 산책로 등 각종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휴가철 산장과 야영 데크 예약은 하늘의 별따기이다. 사용 한 달 전부터 인터넷으로 예약이 가능하지만 평소에도 주말이나 휴일은 항상 만원이다. 휴양림 산장에서 하룻밤을 여유있게 보낸 뒤 다음 날 아침 승마장을 찾아 말을 타는 관광객들도 갈수록 늘고 있다.

운주산 승마장은 16만5천290㎡의 면적에 실내 승마장, 실외 승마장, 70필 사육 규모의 마사 2개 동, 외승로 1.2㎞, 산악승마코스 3.5㎞ 등을 갖추고 있다. 최근 실외 승마장 주위에 소나무 70여 그루를 심어 아늑한 공원처럼 아름답게 가꿨다.

승마장 이용료도 싼 편이다. 1일 기승자에게는 일반 2만원, 중'고'대학생 1만5천원, 초교생 1만원 등을 받고 있다. 쿠폰제 회원은 10장을 기준으로 일반 18만원, 중'고'대학생 13만원, 초교생 7만원을 내면 된다. 주말 어린이들이 많이 이용하는 마차 체험비는 5천원이다. 운주산 승마장에는 매월 45만원을 내고 자신의 말을 위탁 관리하는 자마 회원도 15명이나 된다. 말은 경북도내 지자체 운영 승마장 중 가장 많은 50여 두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씨숫말 1두를 포함한 10여 두는 기증받은 말이다.

승마장 인근에는 충절의 표상인 포은 정몽주 선생의 위패를 봉안한 임고서원, 임고강변공원, 영천댐, 보현산천문과학관, 보현산천문대, 골프장 등 문화 관광 레저 시설이 즐비하다.

국비 10억원, 경북도비 7억원, 영천시비 30억원 등 총 사업비 47억원을 투입한 운주산 승마장은 지자체 운영 승마장 중 가장 적은 비용으로 조성됐다. 영천시 축산담당 공무원들의 열정으로 승마장 조성 사업비를 아낄 수 있었다.

2000년부터 국유지인 운주산 자락을 임대해 승마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한 영천시 축산담당 공무원들은 영덕국유림관리소, 남부지방산림청, 산림청 등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하지만 당시 국유림을 지자체에 임대해 줄 수 있는 규정이 없어 산림청 내규를 바꿨다고 한다. 또 국유지를 휴양림 조성에는 임대해 줄 수 있어도 승마장 부지로는 빌려줄 수 없어 '승마휴양림'이 가능하게 산림청 예규도 바꿨다고 한다.

국유지를 임대할 경우 5년 후에는 임대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영천시는 다시 시유지와 교환을 추진했다. 결국 운주산 승마장이 들어선 국유지를 영천 시유지로 바꿔 승마장 투자비를 줄이고 경쟁력을 높인 셈이다.

당시 영천시 축산담당으로 운주산 승마장 건설을 주도했던 황석곤 경마공원추진단장은 "한 축산농가의 운주산 한우농장 조성 제안에 아이디어를 얻어 다른 도시보다 일찍 승마장 건설에 나섰다"며 "산림청 예규까지 바꿔 건설한 운주산 승마자연휴양림이 2009년 12월 제4 경마공원 영천 유치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구미시 승마장-낙동강변 국화꽃 한눈에

구미 옥성면 옥관리 낙동강변 9만여㎡ 부지에 지난해 9월 개장됐다. 구미시 승마장은 레저 활동의 다양화를 통한 삶의 질 향상 및 생활승마 활성화를 기반으로 한 말 산업 육성을 위해 건립됐다.

산업도시 구미는 승마 대중화의 토대를 갖추고 있다. 국가산업단지의 근로자들이 많아 평균 연령이 32세로 젊은 편이며 1인당 지역내 총생산도 5만4천달러로 높기 때문이다.

구미시설공단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는 구미시 승마장은 클럽하우스, 실내 승마장, 실외 승마장, 원형 마장, 마사(70칸), 퇴비사 등을 갖추고 있다. 실외 승마장에서는 낙동강을 바라보며 말을 탈 수 있다. 인근 옥성자연휴양림을 방문한 사람들이 단체로 승마장을 찾아 말을 타기도 한다. 구미화훼단지와 인접해 국화축제 때는 많은 사람들이 승마체험을 즐긴다.

이 승마장 조성에는 82억5천만원이 투입됐는데, 4대강 사업 중 부지성토 지원 및 조경수 기증으로 약 20억원의 사업비를 절감했다고 한다.

구미시 승마장에 들어서면 말 조형물이 반긴다. 구미지역 48개 초등학교 학생 780명이 조형물 아래에 말그림을 새겨 넣어 친근감을 더해준다. 승마 인구를 늘리기 위한 희망이 담긴 듯하다.

승마장 입구에는 작은 공원도 새로 들어섰다. 강변에 조성된 실외 승마장에서는 시원한 낙동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실내 승마장과 연결된 클럽하우스 2층에는 세미나실도 갖췄다.

최근 망아지 1두가 태어나 구미시 보유 말이 32두로 늘었고, 자마(개인말) 5두, 옥성초교 유소년 승마단의 말 5두 등 실내 승마장과 연결된 마사에는 모두 42두의 말이 있다. 마사 옆에는 말을 운동시키기 위한 워킹 머신, 퇴비사, 창고 등을 마련했다. 창고에는 국내 농가에서 생산한 건초도 보인다. 승마장 인근 축산농가에서 재배한 호밀 건초를 시험적으로 말에게 먹이고 있다. 성공할 경우 건초 수입 비용을 줄이고 농가 소득을 높일 수 있다.

실외 승마장에는 올해 5억원을 들여 심판'방송실을 갖춘 2층 규모의 본부석 건설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내년부터 82억원을 들여 마사 2개 동(154칸), 전광판, 낙동강 승마길(40㎞)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올들어 구미시 승마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개장 이후 하루 평균 이용객이 30명에서 올해 47명으로 늘었다.

구미시는 승마 활성화를 위해 10인 이상 기업체를 대상으로 홍보물을 배포하고 주부, 기업인, 공무원을 중심으로 승마동호회를 결성할 방침이다.

10월 20, 21일 2일간 제1회 구미시장배 승마대회를 제5회 국화축제(19∼21일)와 연계해 개최할 예정이다.

이형근 구미시 축산계장은 "지난달부터 말 사육 희망농가 42가구, 재활승마지도사 자격증반 24명, 말 조련사 자격증반 24명 등을 대상으로 '말 산업 아카데미 강좌'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주국제승마장-전국 최고수준 시설 자랑

2010년 8월 제9회 세계대학생 승마선수권대회 개최를 앞두고 개장돼 국제규격 승마장으로 공인받은 만큼 전국 최고 수준의 시설을 자랑한다.

사업비 215억원을 투입해 부지 17만7천㎡에 실내 승마장, 주 경기장, 경기운영동, 관람석, 보조경기장, 마사, 승마체험장, 워킹 머신, 외승로(1천750m)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승마장 개장 후 제27회 대통령기 전국승마대회, 제23회 하계 전국승마대회, 제47회 승마협회장배 전국승마대회 등 각종 대회를 개최했다. 제35'36회 전국단체승마대회 및 제1회 정기룡장군배 전국승마대회도 열었다. 지난달 7일부터 9일간 제7회 농림수산식품부장관배 전국승마대회를 개최했다.

상주국제승마장 인근에는 임란 명장 정기룡 장군의 위패를 봉안한 충의사, 자전거 박물관, 상주박물관, 낙동강 제1경 경천대 등 다양한 관광자원이 있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상주시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간 150억원을 투입해 상주국제승마장∼구미시 승마장 구간에 '낙동강 승마길' 40㎞를 조성할 계획이다. 낙동강변의 생태와 자연경관을 감상하며 승마를 즐길 수 있는 외승코스를 구축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또 상주보, 경천섬, 자전거 박물관, 경천대, 상주박물관, 상주국제승마장 등을 연계해 승마와 함께하는 낙동강 관광투어코스도 개발할 예정이다.

2011년 3월 6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승마장을 개장한 뒤 한 달 평균 7천여 명이 관광 및 체험을 위해 찾았다고 한다. 이 중 승마체험 인원은 한 달 평균 1천여 명에 달한다. 올해에는 한 달 평균 4천∼6천 명이 승마장을 방문한단다. 승마 대중화를 위해 대구에서 열리는 제93회 전국체육대회 승마대회를 12일부터 14일까지 상주국제승마장에서 개최한다. 2015년에는 세계군인체육대회 승마경기를 개최할 예정이다.

상주국제승마장에 들어서면 우뚝 선 말 조형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말 조형물 주변 광장의 나무에는 벌써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널찍한 실내 승마장에는 일반 모래 대신에 규사를 깔아 일반 승마장보다 훨씬 더 부드럽다. 마방 234칸을 갖춘 마사도 다른 승마장보다 넓어 각종 승마대회 개최에 안성맞춤이다. 단순 체험객을 위한 승마체험장을 별도로 마련했다. 승마장에는 상주시 말 31두, 자마 5두 등 말 36두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승용마인 웜블러드 품종이 11두나 된다. 웜블러드는 더러브렛 품종의 경주퇴역마보다 더 크고 성질도 온순한 편이다.

영천'민병곤기자 minbg@msnet.co.kr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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