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 이면도로 등 "차 충돌"합의금 위협적 요구
지난달 27일 박모(35'여) 씨는 대구 수성구 만촌동에 있는 한 성당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황당한 일을 겪었다. 혼자 차를 몰고 나오는 좁은 골목길에서 갑자기 정장을 입은 40대로 보이는 남성이 다가와 차를 세웠다. 그는 부서진 휴대전화를 내밀더니 "당신이 지나가다가 나를 치고 가서 손도 다쳤고 휴대전화도 부서졌다"며 "바빠서 그러니 합의금을 달라"고 말했다. 박 씨는 "보험사에 전화하고 병원에 같이 가자"고 말했지만, 남성은 "다 필요 없고 시간이 없으니 합의금을 달라"고 막무가내였다. 실랑이가 이어진 끝에 박 씨가 보험사에 전화를 하려 하자 남자는 돌아섰다.
좁은 골목길이나 지하 주차장 등지에서 여성 차량 운전자들을 상대로 차에 치였다면서 합의금을 요구하는 신종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10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동 A아파트와 인접한 B아파트. 이들 아파트 주변에서는 올 들어 지금까지 차에 치였다면서 돈을 요구하는 사기사건이 5건 발생했다. 지하주차장 입구 주변 이면도로 길가에는 불법주차 차량들이 많아 운전이 서툰 여성 차량 운전자들은 지하주차장으로 진'출입하기 어렵다. 여성 운전자를 상대로 한 사기 사건은 주민과 상가 이용객이 자주 드나드는 주상복합아파트 지하주차장이나 불법주차로 도로 폭이 좁아진 주택가 이면도로에서 많이 발생한다.
실제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에게 따르면 차량 주변으로 남성이 접근해 차에 치였다면서 깨진 휴대전화를 보여주면서 합의금으로 3만~10만 원을 요구한다는 것. 대부분의 여성 운전자들은 사람을 치었다는 얘기에 놀라 돈을 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보험회사에 연락하겠다고 말하면 꽁무니를 뺀다는 것이다.
인근 주상복합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지나가는 차량에 가까이 붙어서 '스쳤다'는 식으로 우겨서 돈을 뜯어낸다고 주민들이 호소한다"며 "일이 커지는 게 두려워 경찰이나 관리사무소에 알리지 않아서 그렇지 실제로는 훨씬 많은 주민이 이 수법에 당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신종 사기에 대한 내용과 범인 발견 즉시 경찰서 또는 관리사무소에 신고하라는 내용의 공고문을 엘리베이터와 아파트 게시판에 게시했고 경찰 수사에도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 수성경찰서 관계자는 "아파트 지하주차장과 주변의 CCTV를 통해 범인의 인상착의를 파악, 수사를 진행 중에 있다"며 "만약 이러한 신종 사기범을 만났을 때는 당황하지 말고 상대방의 인적사항을 확인한 뒤 보험회사나 경찰에 신고해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