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토크] 밥 제임스

입력 2012-10-11 14:06:59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재즈스타일 구사

재즈는 한물간 음악이다. 아니면 듣기 어려운 음악이다. 대체로 이 두 가지가 재즈에 대한 현재의 선입견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재즈를 좀 들어볼라치면 항상 20세기 초반을 이야기하니 고리타분한 것 같기도 하고 이내 비밥이 어떻고 하면서 어려워진다. 책을 봐도 그렇고 강의를 들어도 마찬가지니 그저 어설픈 컴필레이션 앨범 하나 사서 분위기 잡다가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평론가들은 보컬재즈나 퓨전재즈를 먼저 권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아무래도 노래가 있으면 듣기에 좀 낫고 현대적이며 익숙한 사운드는 편안한 법이니까. 오늘 소개할 밥 제임스(Bob James)도 현대적인 어법을 무기로 재즈팬들에게 사랑받는 아티스트다. 특히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아티스트 가운데 한 사람인데 1991년 결성한 밴드 '포플레이'(Fourplay)와 함께 자주 내한공연을 가지기도 했다.

밥 제임스가 대중들에게 주목받게 된 것은 미국의 ABC방송과 NBC방송을 통해 방영된 시트콤 '택시'를 통해서다. 배우 데니 드비토에게 골든 글러브를 안겼던 시트콤 '택시'에는 밥 제임스의 아름다운 테마곡 '안젤라'(Angela)가 사용되었는데 1970년대 후반 최고의 스무스재즈 넘버로 대중들에게 각인된다. 특히 일본에서 드라마가 방영된 후 OST와 '안젤라'가 수록된 밥 제임스의 앨범은 베스트셀러가 되고 일본 음악계에 퓨전 재즈 유행을 몰고 온다.

밥 제임스의 역량은 분명 퓨전 재즈와 컨템포러리에서 최고 반열이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 주목을 받기 이전부터 연주자로 또 프로듀서로 지명도를 가지고 있었는데 1960년대 사라 본의 프로듀서로 활동하기도 했고 1970년대에는 쳇 베이커의 앨범에서 연주를 하기도 했다.

단순하게 퓨전 재즈만을 고집한 인물이 아니었음을 말해주는 대목인데 이후 거의 모든 어워드에서 메인스트림 계열과 컨템포러리 계열 모두를 석권하기도 한다.

밥 제임스의 음악적 다양성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1970년대 발표된 4장의 연작 시리즈 'One''Two''Three' 그리고 'BJ4'를 먼저 감상하고 얼 클루나 데이비드 샌본 등의 연주자들과 함께한 앨범을 듣길 권한다. 그리고 1991년 결성된 포플레이의 음반을 차례로 감상한다면 현대적인 재즈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하나쯤 더 권한다면 밥 제임스의 이름이 보이는 공연에 참가하고 환호해 보라는 것이다. 그런 후라면 재즈가 한물가거나 고리타분한 음악이 아니라 현재의 장에서 음악적 다양성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권오성(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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