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중국 배우 장백지

입력 2012-10-11 14:24:26

영화 '위험한 관계' 장동건과 호흡

# 청순했던 '18세 파이란' 세월 만큼 연기내공 더했죠

중국 배우 장바이즈(이하 한국명 장백지·32)는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유독 친숙하다. 한국 영화 '파이란'(감독 송해성·2001)에도 출연했고, 장동건과는 '무극'(감독 천카이거·2005)에서도 호흡을 맞춘 바 있기 때문이다. 여러 편의 중국영화로 알려져 있는 건 당연하다. 장백지가 7년 만에 다시 장동건과 호흡을 맞췄다. 허준호 감독의 '위험한 관계'를 통해 그는 팜파탈 여성 사업가로 등장한다.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장백지를 만났다. 해운대 백사장에서 관객과 만나고, 파티 행사에도 참석하며 축제 분위기를 마음껏 즐기고 있는 그. 장백지는 "한국은 여러 번 왔지만 부산은 처음"이라며 "영화제 분위기도 좋은데 휴양지 같은 느낌이다. 이곳에서 축제를 즐길 수 있어 기쁘다"고 웃었다.

'위험한 관계'는 프랑스의 소설가 쇼데를르 드 라클로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1930년대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당대 최고 바람둥이 셰이판(장동건)과 돈과 권력을 가진 팜파탈 모지에위(장백지), 정숙한 미망인 뚜펀위(장쯔이)의 뒤얽힌 애정 관계를 담은 작품이다. 이미 한국의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할리우드의 '발몽',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등으로 스크린에 옮겨진 바 있다.

장백지는 "허진호 감독님이 나를 찾아온 시간이 오전 4, 5시였는데 긴 시간 동안 차를 타고 왔다고 하더라"며 "자다 일어나서 머리도 엉망진창이었는데 준비되지 않은 모습으로 만난 것 같아 죄송했다"고 회상했다.

"처음에 작품 이야기를 들었을 때 놀랐어요. 이 작품의 원작이 좋고 여러 작품으로 만들어졌다는 것도 알았죠. 많은 배우들이 하고 싶어 하는 작품이었는데 모지에위 캐릭터로 연기한 건 행운이라 생각해요. 꿈 속에 살던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웃음)

극중 모지에위는 진정한 사랑을 갈구하지만 상처를 받는다. 겉으로 강하지만 내면을 살펴보면 약한 여자다. 중국에서 스캔들로 결혼 생활에 문제가 있던 현실의 그와 비슷한 듯하다. 그는 "나는 인생에서 많은 사랑을 겪어 왔다. 그런 과정에서 진정한 사랑이 존재한다고 믿고 살아가고 있다"고 몰입했다. 장백지는 특히 "모지에위 역할이 내 현실적인 삶과 닮아있다"며 "인생을 살며 겪었던 사랑, 삶과 닮아있어서 연기하는데 몰입됐다. 아무리 힘들거나 어려워도 계속 강인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너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진지하게 생각하며 이 영화를 본다면 사랑에 대한 교육의 소재가 아닌가 한다"며 "이 작품의 인간관계, 사랑에 대한 태도를 보면서 진정한 사랑이 뭔지, 어떤 게 중요한 건지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진지한 삶의 고민을 했으면 한다"고 바랐다.

함께한 배우들의 도움도 크다. 그는 "오랜만에 장동건을 다시 만나 작업했는데 하나도 변하지 않았더라"며 "여전히 프로페셔널하고 열심히 연기했다. 현장을 편하게 해준 것도 다르지 않았다. 다만 내가 한 아이의 엄마가 된 것처럼 장동건도 아빠가 돼 있다는 게 달라진 점"이라고 웃었다.

"아이가 생겨서 그런지 장동건에게 성숙한 남자의 눈빛을 느꼈어요. '위험한 관계' 안에서 모지에위와 셰이판은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지만 매 장면마다 다른 감정을 갖고 서로를 대하거든요? 리허설 때 눈빛을 보며 연기하면서 다양한 매력을 느꼈어요."

장백지의 장동건 칭찬은 계속됐다. "촬영장에서 짧게는 18시간, 길게는 30여 시간 이상을 촬영할 때가 있었는데 장동건은 현장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자지 않았어요. 항상 대사를 외우고 있었죠. 현장에서 감독님이 대본을 수정했는데 놀라거나 화를 내는 표정 없이 바뀐 대사를 들고 가서 외우더라고요."

장백지는 자신도 똑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외국어 연기가 어렵다는 걸 안다고 했다. "18살 때 '파이란'을 찍었을 때 저만 중국인이었어요. 스태프와 언어가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연기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경험했죠. 장동건은 전혀 어려움을 내색하지 않더라고요. 중국어 연기를 할 때도 전혀 웃기지 않았어요. 진지해보였고, 눈빛을 보면 감정이 우러나왔죠. 중국어 못하는 외국인이라고 느끼지 않고 발음자체도 좋았어요."

함께 출연한 장쯔이와는 라이벌 의식이 없다고 웃는다. "어렸을 때 연기를 함께한 적이 있어요. 오랜만에 만났는데 편하게 찍을 수 있었죠. 장쯔이에게 라이벌 의식이 있었다기보다 제가 맡은 모지에위를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 큰 도전이었다고 생각해요."

장백지는 자신의 도전을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모지에위를 연기하며 매일매일 그 역할과 소통했고, 이해하려고 했다"며 "당시 상하이에 사는 모지에위가 갖는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어떻게 이겨냈는지를 항상 상상해 모지에위를 이해하는 부분이 생겼다"고 말했다. 또 "나는 항상 귀여운 이미지였는데 모지에위는 나보다 나이도 많고 성숙하고 카리스마도 있어서 걱정이 많았지만 훌륭한 장쯔이와 장동건, 허진호 감독이 있어서 도움을 받았다"며 "그런 것들이 모지에위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줬다. 이들이 없었다면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모지에위는 없었을 것이다. 지금의 모지에위에 만족한다"고 공을 돌렸다.

진현철(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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