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피터 돌아왔다

입력 2012-10-11 07:20:45

故 추송웅 계보 잇는 35년 경력 백진기 열연

# 봉산문화회관서 28일까지

원숭이가 바라본 인간은 욕심 덩어리, 똑똑한 척하지만 자기 눈을 자기가 찌르는 바보 같은 존재다. 원숭이에서 인간으로 진화한 '피터'라는 원숭이 인간의 모노드라마가 바로 '빨간 피터'다. 여배우 추상미의 아버지인 고(故) 추송웅이 이 모노드라마 '빨간 피터의 고백'으로 대한민국 연극사에 큰 획을 그었다. 추송웅은 원숭이보다 더 원숭이 같은 연기로 '원숭이 연기의 전설'이라는 칭송을 받았다.

이 '빨간 피터'(F.Kafka 원작)를 28일까지 봉산문화회관 소극장에서 볼 수 있다. 하늘나라로 올라간 전설적 배우 추송웅을 대신해 35년 연기경력의 배우 백진기가 원숭이 인간으로 변해 열연을 펼친다.

포항바다국제연극제 집행위원장을 맡은 백진기는 추송웅 못지않은 '빨간 피터' 경력을 자랑하고 있어 그의 연기력을 기대해도 좋다. 2008년 한국연극배우상을 수상한 백진기는 이 작품을 1987년부터 현재까지 25년 동안 서울 대학로, 대구, 포항 그리고 일본에서 총 99회 공연했다.

백진기는 "원작 자체가 관념적이고 철학적인 작품이라 어떻게 쉽게 관객들에게 전달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관객과 나누는 대화 그리고 순간순간의 애드리브는 웃음을 주는 것이 의무사항이 된 현시대에 맞게끔 스스로 각색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자연에서 뛰놀다 총에 맞고 잡힌 피터는 편안한 동물원에서 생활하는 것 대신 인간들에게 멋진 쇼를 선사하는 서커스 행을 택했고, 그를 통해 인간의 언어와 행동을 배우고 탈출하는데 성공했는데, 이는 인간에게 던지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한편 봉산문화회관은 열린 무대에서의 배우와 관객의 만남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올해 모노드라마 시리즈를 준비했다. 이미 '염쟁이 유氏'(배우 유순웅), '품바대장술꾼'(배우 이계준), '커튼콜'(배우 류강국)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으며, 이번이 네 번째이자 마지막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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