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세종대왕 웃게 하자

입력 2012-10-08 11:20:37

566주년 한글날, 세종대왕의 넋이 우실 판이다. 세종대왕을 울리는 부류는 여러 갈래다. 정부와 국회, 대학과 민간, 방송과 인터넷까지 세종 울리기에 한몫하고 있다. 가장 큰 주범은 정부이다. 정부의 한글 정책은 한마디로 너무 느슨하고 안이하다.

올해 한글주간(5~11일)을 홍보하고 있는 공식홈페이지(http://hg2012.co.kr)를 방문하면, 캘리그라피(손으로 쓴 그림글씨)로 올해의 주제를 디자인했는데, 이게 '한글, 함께 우리다'인지 '한글, 함께 누리다'인지 헷갈린다. 한글주간 기념 사이트의 캘리그라피만 봐서는 올해의 테마인 '한글, 함께 누리다'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누리다'의 'ㄴ'을 'ㅇ'에 가깝게 써놓았는데도 걸러지지 않았다.

모 방송사에서 드라마 제목으로 '차칸 남자'를 쓰겠다고 결정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착한 남자'로 바꾼 것 역시 비슷한 부류로 한글 사용에 대한 무개념을 대변한다. 정부와 방송사가 한글 유지 발전의 최일선으로서, 한글에 대한 애정지수를 더 높이지 않으면 세종대왕이 우실 일이 계속 터진다.

더불어 정부는 한글날 공휴일 지정을 23년째 미루고 있다. 한글날 공휴일 지정은 국민의 83.6%가 지지하고 있으나 정부도 국회도 단박에 처리하지 않고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한글날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찾아온 광복절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닌다고 판단한다. 물론 조국 광복을 위해 모든 것을 투신한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을 기념하고 받드는 데 대찬성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오늘을 있게 한 저력인 훈민정음 창제의 의미를 기념하는 한글날은 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과 함께 구성된 5대 국경일 중에서도 으뜸이라고 보고 있다. 오늘날 어린이들이 한글날이 무슨 날인지도 모르도록 내버려두는 것도 정책 부재의 소치이다.

지난 1월 경북대가 개원해 운영하던 인도네시아 찌아찌아 한글섬 세종학당이 8월 말로 완전 철수했다는 사실도 세종대왕의 얼굴에 웃음기를 거둬간다. 세상에서 가장 쉽고 아름다운 한글로 무문자 소수민족에게 한글을 보급하려던 세계화 전략을 세웠다면 그에 상응하는 지원과 인력 보급도 해주어야 하는데, 만들고는 손 떼버리는 무신경이 이런 결과를 빚었다. 한글날 세종을 웃게 할 일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