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通] 대구 문화·역사 20여년 연구…전영권 대구가톨릭대 교수·정만진 前 대구시 교

입력 2012-10-06 07:11:14

대구시민 먹고살 분야, 대구 고유의 강점 문화·교육에서 성장동력 찾아야

전영권(56) 대구가톨릭대 교수와 정만진(57) 전 대구시교육위원이 지난달 27일 2
전영권(56) 대구가톨릭대 교수와 정만진(57) 전 대구시교육위원이 지난달 27일 2'28기념공원에서 만나 '대구의 경쟁력 강화'와 관련해 토론하고 있다.

'18년째 1인당 GRDP(지역내 총생산) 전국 꼴찌, 신공항'과학벨트 무산'…. 추락했던 대구의 명성과 자존심이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국 3대 도시, 대경가문의 종가란 자부심이 사라진 지 오래다. '지역색이 강한 도시, 무대뽀정신, 고담도시, 보수와 수구의 아성'이라는 오명까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5년전 정권을 되찾으며 부활을 시도했건만 사정이 별반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제 대구가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쟁력을 회복하고 의리 및 명분을 중요시하는 도시, 교육과 의료 도시, 선비의 고장으로의 명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부터 나오고 있다.

기온이 뚝 떨어진 지난달 27일. 대구 중구에 있는 2'28기념공원에서 오랫동안 대구를 걱정하고 대안을 제시해 왔던 두 사람이 만났다. 전영권(56) 대구가톨릭대 교수와 정만진(57) 전 대구시교육위원이 주인공. 대구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20년 가까이 연구해온 전 교수는 정부의 낙동강 살리기 사업이 시작된 후 금호강을 비롯한 수변공간 중심의 스토리텔링과 관광아이템 발굴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연구활동을 해오고 있다. 정 전위원은 2002년부터 2010년간 교육위원으로 활동하며 지역이 처한 교육문제에 대해 대안을 제시해 오고 있다. 이들은 올초부터 대구공무원 연수원에서 강사로 나서 대구 기(氣)살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노상방담(路上芳談)형식으로 이뤄진 이 날 만남에서 이들은 대구의 경쟁력을 높이고 이미지를 제고하자는 쉽지 않은 주제를 꺼내 들었다. 이날 논의의 초점은 '재미없는 도시', '멋없는 도시', '고담 도시'인 대구의 이미지를 어떻게 하면 재미있고 멋있고 행복한 도시로 만들 수 있는가에 맞춰졌다. 두 사람은 공무원이 바뀌고 대구경북이 힘을 합쳐 장점을 살리면 대구의 이미지를 높이고 도시 경쟁력을 충분히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누구 못지않게 대구에 뼈를 묻을 사람이고 애정을 갖고 있어 이들의 대구 이야기는 진지하고 깊이가 있었다.

◆프라이드 UP.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인을 알아야 하는 법. 먼저 대구 쇠퇴의 원인에 대해 두 사람의 생각을 물었다. 전 교수는 위험에 대한 무감각을 가장 큰 이유로 손 꼽았다."대구 쇠퇴의 가장 큰 원인은 외부에 있지 않고 내부에 있습니다. 대구시민들의 무산안일'복지부동이 그 원인입니다. 예를 들어 광주 등 타 지역의 사람들은 (자랑거리를) 없는 것도 만들어 내는 데 대구는 있는 것도 안합니다." 전 교수는 그 원인을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이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 '치졸한 선비정신'. '얄팍한 자존심'. '뭐하러 선전하노'로 대변되는 '마 됐다'는 정신이 지역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전 위원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대구만큼 역사'문화적 유적지가 많은 곳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 우리 것을 존중하고 아끼는 의식이 약합니다. 한마디로 우리 것에 대한 자긍심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정치적 폐쇄성도 지적했다. "대구는 근대화 이후 2.28운동, 야당도시로서의 명성을 이어왔습니다. 시민들이 이 같은 정치적 역사를 알아야 되는데 오로지 눈앞의 정치만 보려고 합니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고담도시라는 오명이 있는데 실제 그런가. 대구경북은 보수 꼴통의 본거지일까. 아니면 의리와 명분의 도시, 교육과 의료 등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도시인가'대구에 대해 공존하는 긍정과 부정의 시각에 대해 두 사람의 생각이 궁금했다. "밖에서의 평가일 뿐이죠.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시민들도 많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평가에도 관심없는 사람이 많다는데 있습니다. 그만큼 폐쇄적이라는 이야기죠. 주위의 평가에 관심없고 스스로도 바꿀려는 마음이 없어지고 있어요. 사실 60년대까지만 해도 대구가 의식 등에서 가장 앞서 있었어요." 정 전 위원은 시민들이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인식을 갖도록해야 한다고 했다. " 다행히 대구는 탄력성이 높은 도시입니다.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순간, 금방 바뀔 수 있는 것이 대구의 장점입니다. 성격이 화끈해 불과 몇 년사이에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 교수는 대구에 대한 편견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대구사람들의 기질이라는 것이 의리와 끈기입니다. 경제'정치적으로 낙후되면서 대구에 대한 나쁜 인식이 퍼진 것이지요. 이 같은 오해 때문에 젊은이들이 기가 죽어 있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따라서 대구의 무한한 자원과 가능성을 홍보하고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에 대한 나쁜 시선들을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젊은이들이 떠나지 않는 도시가 됩니다."

◆공무원이 바꿔야 대구가 바뀐다.

두 사람은 공무원의 역할을 특히 강조했다. 대구의 미래는 공무원 하기에 달렸다는 것. "공무원들은 국민들에게 봉사하는 위치에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막대한 예산을 주무르다 보니 공무원이 '갑''인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대구의 경우 엄청난 프로젝트나 지역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 있더라도 본인이 관심이 없고 싫으면 하지 않습니다" 전 교수는 이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시민들이 떠앉을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공무원들에 대한 교육이 전무한 실정입니다. 가령 침산, 오봉산 등이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침산의 경우 신천의 물이 빠져나가는 산임에도 지금은 골프 연습장을 허가해 엉망으로 만들어놨습니다. 이 같은 사례가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전 교수는 대구시 공무원들이 무지한데다 용감하기까지 하다는 극언(?)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역 공무원들이 우리가 가진 소중한 자원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고 잘 모른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공무원들을 상대로 교육을 하다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지요. 공무원들 역시 이런 사실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공무원이 바뀌어야 대구가 바뀌고 공무원들에 대한 교육이 활성화 되야 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 수년간 고민해왔다는 전 교수는 공무원 교육을 위해 '살맛나는 대구'라는 제목의 책을 준비중이라고 덧붙였다.

정 전 위원 역시 공무원들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복지수면에 대해 질타했다. "대구 발전을 위해 많은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예산권한을 쥐고 있는 공무원들의 들러리 신세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이래서는 발전이 있을 수 없습니다" '공무원이 무슨 죄가 있길래…' 기자의 생각을 읽었는 지 정 전 위원의 설명이 이어졌다. "시민들을 상대로 교육하고 의식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공무원들이 먼저 교육을 받고 이를 인식하게 되면 시민들에게도 파급됩니다" 공무원 채용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색(?) 주장도 제기했다. "대구를 제대로 아는 것이 필요합니다. 영국에서는 교사가 되기위해서는 지역의 문화'예술과 관련된 시험을 통과해야 합니다. 공무원을 뽑을 때 지역에 대한 일정한 식견을 요구해야 합니다."

◆대구경북 '뭉치면 산다'

대구와 경북의 비협조도 도마에 올랐다. "많은 현안을 두고 대구경북 두 지자체가 상생하지 못하고 엇박자를 내고 있습니다. 팔공산 국립공원의 추진의 경우, 대구가 주도적으로 하면 경북이 뒷짐을 지고 경북이 주도하려고 하면 대구가 뒷짐을 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전 교수는 이 같은 일이 결국 시도지사가 자신의 업적을 홍보하기 위해 (때갈을 내기위해) 발생한다고 했다. 정 전 위원도 공감했다. "갓바위는 현재 행정구역상으로 경산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경산에서만 축제를 열고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대구시에서는 홈페이지에서조차 홍보를 하지 않습니다. 이래서 무슨 갓바위를 홍보할 수 있겠어요. 대구경북이 힘을 합쳐서 우리의 먹을 것 볼 것들을 알려야 합니다."

특히 문화 자원의 통합에 따른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안동'청도'포항'경산 등 대구 인근 도시에는 풍부한 문화 자원들이 넘쳐 남니다. 대구와 경북 지자체들이 통합개발하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해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최고(Best)가 아닌 유일(Only one)이 되라.

'대구를 어떻게 먹여살릴까' 차세대 성장엔진을 찾기 위한 고민은 많은 사람들이 해왔고 여러 대안들이 제시돼 왔다. 그 결과, 로봇산업, 첨단의료산업 등이 대안으로 제시돼 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 두 사람의 의견은 다소 회의적이었다. 대신 '문화와 교육에서 성장 동력을 찾아야 된다'는 주장이었다.

전 교수는 관광에 대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이후 교육'의료'섬유 등이 뒤따르는 방식을 제시했다."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남이 하지 않은 것을 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대구에는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자연환경이 많습니다. 비슬산'낙동강'금호강으로 연결되는 자연환경은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합니다. 천연적으로 주어진 환경에다 이야기(스토리 텔링)을 입히면 충분히 대구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최고가 아닌 유일한 분야를 개발해야 대구의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논리였다. "쓸데없이 남의 것을 모방하지 말고 고유한 강점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서 길을 찾아야 합니다. 섬유도 쉽게 포기해선 안되요. 다변화시키면 경쟁력이 있습니다. 특히 팔공산에 가면 관광자원이 무궁무진합니다. 이를 발굴해서 홍보해야 합니다. 대구를 찾은 사람들이 머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두 사람이 이구동성이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사진'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전영권은?=대구에서 태어나 경북대 지리학과 졸업햇다. 대구경실련 환경센터 소장'대한지리학회 부회장 역임하고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과 교수로 있다. '지구환경문제와 보전대책', '지리학의 이해'주제적 접근' ,'인간과 자연환경' , '택리지의 현대 지형학적 해석과 실용화 방안','전영권의 대구지리' 등 저서와 논문이 있다.

◆정만진은?=경북대를 졸업하고 교사와 교육평론가를 거쳐 현재 대구광역시 교육위원을 역임했다. 남북통일의 염원을 담아낸 소설 '백령도'와 우리가 처한 지방의 교육현실을 파헤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교육이 살아야 대구가 산다'라는 책을 펴기도 했다, 소설가, 사진작가 등 교육과 문화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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