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민정·오달수, '밀양 연극촌' 출신이었어?

입력 2012-10-06 07:21:53

이달 10, 11일 대구에서 공연되는 2012 극단열전의 네 작품 중 하나인
이달 10, 11일 대구에서 공연되는 2012 극단열전의 네 작품 중 하나인 '코마치후덴'의 마무리 연습을 밀양연극촌에서 하고 있는 배우들.

'경남 밀양시 부북면 창밀로 3097-16'.

연극인들의 생활 공동체인 밀양연극촌이다. 단일 연극촌으로는 전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다. 국내 유일의 성벽극장을 비롯해 야외극장 2곳, 실내극장 3곳이 있다. 대한민국 연극 연출계의 거장 이윤택이 이곳에서 숙식을 하고 있으며, 연극촌 배우들 역시 이곳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외부 관람객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도 마련돼 있다. 연극촌 주변은 연꽃단지가 둘러싸고 있어, 여름철엔 만개한 연꽃이 아름다운 풍광을 선사하는 그런 곳이다.

인구 10만 명의 도시에 이 정도 규모의 연극촌이 존재할 수 있을까? 운영은 잘 될까? 몇 가지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이윤택 연출가의 짧은 설명을 듣는 순간 싹 풀렸다. "1999년 이상적인 연극 공동체를 꿈꾸며, 제가 이끌던 부산의 연희단거리패가 몽땅 이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13년 동안 밀양시의 적극적인 지원과 자체적인 공연 수입과 외부 공연수입, 국제공연 초청료 등으로 연극촌 식구들이 배를 곯지 않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

◆13년 성적표 '수'

밀양연극촌 13년간 성적표를 '수우미양가' 기준으로 평가하자면 '수'. 매주 펼치지는 주말연극, 매년 개최되는 밀양 여름 공연예술축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연극교육, 13년간 400회 이상의 공연기록, 방문객 300명을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과 연습장, 녹음실'자료관'소품실 등이 있는 종합예술창작촌, 유럽'남아메리카 등의 해외공연 초청 등 안정적 운영을 위한 정상궤도에 진입했다.

밀양연극촌은 이렇듯 문화예술(연극 분야)에 끼친 공로와 좋은 성적표를 인정받아 2008년 동아연극상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밀양연극촌을 거점으로 삼각 트라이앵글 구도의 연극단도 잘 운영되고 있다. 이윤택 연출가를 중심으로 한 이 공동체는 경남 김해시 생림면 도요리에 '연희단거리패', 수도권 연극팬들을 위해서는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게릴라 극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곳은 수도권과 영남권 연극 마니아들에게 사랑받는 연극 메카로 거듭나고 있다.

이윤택 연출가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단일 규모로는 세계에서 제일 큰 연극촌일 것입니다. 독일'러시아'콜롬비아 등에도 연극촌이 있지만 밀양연극촌처럼 잘 운영되는 곳은 없습니다."

물론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공동체 생활을 하다 보니, 경제적 어려움을 비롯한 각종 갈등이 없을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십수 년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나름의 룰이 생겨났다. 연극촌 내에서의 폭력사태나 성희롱 등은 사회보다 더 엄격하게 다루고 있다. 사고 칠 가능성이 농후한 이들은 그전에 자진 퇴출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연극계의 파워는 역시 짱짱한 배우

연극의 꽃은 배우다. 탄탄한 대본과 시나리오, 실력 있는 연출가, 화려한 무대, 빵빵한 스태프, 호응도 높은 관객 등이 뒷받침되어야 좋은 연극이 탄생하지만 관객들을 웃기고 울리는 배우가 가장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다. 밀양연극촌은 짱짱한 배우들을 키워내는 산실이 되고 있다.

톱 여배우로 월드스타급 배우인 이병헌과의 교제설이 알려지면서 더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민정이 밀양연극촌 출신이다. 이윤택 연출가는 "남달리 예쁜 배우 지망생이 밀양연극촌에서 연기를 열심히 배웠는데, 그때 이미 될성부른 나무라는 것을 직감했다. 미모도 타고났지만 똑 부러진 연기와 예의 바른 생활태도로 더 주목을 받은 배우"라고 말했다. 이민정은 밀양연극촌에서 연기를 배울 당시, '서툰 사람들'이라는 극에 출연하기도 했다.

대구 출신의 명품 조연배우 오달수 역시 연희단거리패에서 이윤택 연출가의 지도를 받으며, 탄탄한 연기력을 다진 배우다. 오달수는 특히 연극 '오구'에 오랫동안 출연하면서 이윤택 스타일의 연극을 제대로 구현하는 배우로서 더 큰 입지를 다지기도 했다. 스타 오달수지만 이곳 밀양연극촌에 올 때는 완전 무장해제한 초심의 배우가 된다.

이뿐 아니다. 다수의 대한민국 영화판의 조연급 배우들이 이곳에서 이윤택 연출가의 지도하에 탄생했다. 2011년 SBS 연기대상 특별기획 부문 남자 특별연기자상을 수상한 악역 전문배우 윤제문, 부산 출신으로 2002년 제38회 동아연극상 연기상에 빛나는 배우 조영진, SBS드라마 '유령'을 통해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곽도원, 영화 조선명탐정, 풍산개 등에서 조연 역할을 한 최무성 등이 영화'연극'TV 등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밀양연극촌 김미숙 배우장은 "많은 배우 지망생 및 기존 배우들이 작품 소화능력을 바탕으로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기 위해 피땀 흘려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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