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사랑은 아픈 후에야
갑자기 이사를 하고 보니 여기저기 고칠 곳이 많고 페인트칠도 해야겠고, 욕실 타일도 낡았다. 이삿짐 들이기 전에 미리 했으면 하는 후회로 주저하다가 페인트칠을 하기로 했다. 온 집안의 먼지와 짐 정리 등 부득이 장모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속으론 미안하지만 아내가 워낙 '뻔치'(?)가 좋아서 "엄마, 우리 집에 좀 와 계실래요?"하면 또 뭔 일거리가 있는 모양이다 하고 다음날 이른 아침에 오신다. 나는 딸이 당신을 찾으니 즐겁게 오시는 줄만 알았다. 어떨 때는 몸이 천근만근이라고 하시면서 잠시도 가만 계시지 않고 집안일을 후딱 해주고 가신다.
그런데 추석을 앞두고 장모님이 병원신세를 지게 되었다. 그저 팔이 아파서 인대가 늘어진 줄 알고 병원을 찾았는데 뼈 조각이 떨어져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였다.
수술을 하고 1년 동안이나 요양을 하며 팔을 사용하지 말라는 의사의 말씀에 잠시라도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병이 난다며 하루빨리 팔을 쓸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시는 모습을 보니 어느 새 노인이 되어 있었다.
외손자가 밥을 먹지 않아 야위었다고 서문시장에 가서 개구리를 고아 먹이기도 하고, 사위 얼굴이 푸석하다며 칠성시장에 가서 장어를 사다가 찜통에 넣고 참기름을 두르고 불을 지피니 '퍼드덕'거리며 찜통 뚜껑이 날아가자 "그놈 참 힘 좋네"하고 웃으셨던 장모님. 나는 왜 장모님이 아픈 후에야 장모님 사랑을 알게 되었을까?
이 철없는 사위에게 딸을 맡기고 그동안 얼마나 마음을 졸이셨을까? 생각하니 그저 죄송할 따름이다. 늦게나마 믿음직스럽게 곁에 앉아 팔을 주물러 드려야겠다.
박경국(성주군 가천면)
♥한시- 漁村夜風(어촌야풍)
碧山呑日月昇東(벽산탄일월승동) 푸른 산 해 삼키니 동산에 달 올라
蒼浪銀波舞晩風(창랑은파무만풍) 푸른 물결 은파 되어 저문 바람에 춤추는데
魚捕滿船降下帆(어포만선강하범) 만선의 고기잡이 배 닻 내리니
漁村處處笑聲豊(어촌처처소성풍) 어촌 곳곳 웃음소리 풍년가 일세
최원술(대구 남구 대명동)
♥시1-대왕바위
바닷바람 거친 숨결이
배어있는 대왕바위
파도에 할퀸 가슴
수평선 바라보며 명상한다
바위틈 비집고 뿌리내린
소나무 부부 해풍 마시며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한다
새롭게 맞이하는 해안도로
올망졸망한 소나무숲 공원 풍경
눈과 가슴을 놀라게 한다
성질난 파도 훌쩍이며
하얀 거품 토해낸다
바다의 짭짤함을 던져주고
솔바람은 달아난다
백인자(김천시 성내동)
♥시2-딸년은 가네
오면 간다하고 가면 또 온다하네
오면 반가워라 웃음 가득 안아주지
가는 길 눈물지니 슬픔인가 행복인가
남이 아닌 남이 되어 떠나가나니
애간장 녹아나는 아비 맘을 알려는가
뒤돌아 눈물 훔치며 가며보며 떠나가네
가는 걸음 서러워라 행복이어라
천륜을 멀리하고 사랑 찾아 가는 길
뼈 속에 그리는 정은 가슴 아파 눈물이다
보내는 아비 마음 서러워서 한탄이라
가는 길 눈물로써 옷자락을 적시나니
눈물은 진주가 되어 나비 등을 타는가 봐
뒷모습 서러워라 소리 없는 울음이다
딸년은 간잎이라 가슴 깊이 묻어둔다
쓰린 맘 달랠 길 없으니 한탄만이 남는다
딸자식 쓸데 없소 무정하게 떠납니다
아배 어매 건강하소 서러울뿐입니다
지난 날 그 공덕 은혜 어찌하여 잊으리까
뒤돌아 눈물 훔치며 무정하게 떠나가네
박효준(대구 달서구 송현2동)
♥시3-파이팅! 당신
뙤약볕에도 싱그러움을
과시하는 초록 물결처럼
건강만큼은 자신 있다던 당신도
힘없이 주저앉을 때가 있었지요.
몸뚱이가 저울에 미끄러질 때면
별거 아닌 것처럼 담담하게 말했지만
뱉고 난 말 꼬리를 잡은 내 심장 박동소리는
갈피를 못 잡고 허둥대더군요.
하루에도 열 두 번 씩
바뀌는 잡념들 속에
힘이 되어 드리지 못함이
가슴 아팠습니다.
우왕좌왕하는 사이
모두가 가을 문턱을 넘어버렸네요
어느덧 제 모습을 찾아가는 탐스런 과수처럼
훌훌 털고 일어나 제 자리를 지켜준 당신 파이팅!
이유진(대구 북구 복현2동)
지난주 선정되신 분은 이길선(대구 수성구 수성1가) 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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