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맛있게 먹기] 장애물

연극은 주인공이 장애물과 부딪히는 이야기 보여줘

국어사전에서 말하는 '장애물'은 무엇이 이루어지거나 진행되거나 또는 어떤 일을 하는 데 방해가 되는 물건을 의미한다. 연극에서 말하는 장애물도 그 의미가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장애물아리기보다는 대부분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물이 많다는 것이 다르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연극은 등장인물들이 여러 가지 장애물과 부딪히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연극에서 장애물은 아주 중요한 요소이며 희곡의 핵심이 된다. 연극의 여러 등장인물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며 관객이 자신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며 투영해서 보게 되는 인물을 우리는 주인공이라고 부른다. 다른 말로는 사건이나 이야기를 끌어간다고 해서 주동인물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이에 반대되는 인물로 주동인물과 충돌하는 인물을 반동인물이라고 부른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주인공을 따라 이야기를 지켜보게 되므로 반동인물은 관객의 입장에서도 부딪힐 수밖에 없는 장애물 같은 인물이다.

대부분의 단순한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의 대척점에 서 있는 또 다른 인물이 가장 큰 장애물로 등장하곤 한다. 선과 악의 대결을 보여주는 아동극이나 만화의 경우, 착한 주인공의 반대편에 서 있는 악마와 같은 인물이 주인공과 관객 입장에서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결국 작품의 내용은 주인공이 그 큰 장애물과 부딪혀 어떤 결과에 이르는 이야기인 셈이다.

앞서 말한 반동인물은 연극에 등장하는 여러 장애물 중 가장 기본적인 장애물이다. 물론 극적인 효과를 위한 장치로는 가장 효과적인 장애물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연극은 결국 주인공이 어떤 장애물과 부딪히고 그 장애물을 극복하거나 회피하거나 실패하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공연예술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연히 장애물은 연극의 핵심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고 장애물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는 연극의 플롯을 결정짓는 중요한 장치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연극의 장애물은 주인공과 부딪히는 등장인물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한 대로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더 많이 등장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장애물이 주인공과 부딪히는 인물 외에도 주인공의 눈 앞에 직접 등장하는 성벽이나 강처럼 현존하는 물체나 어쩔 수 없는 자연환경의 모습일 때도 있다. 인간의 의지로는 어쩔 수 없는 실존의 모습인 경우인 것이다. 그 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 인간이 만든 법, 사회적이거나 종교적인 혹은 윤리적인 의식 등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등장인물이 작품에서 목표로 삼은 행동을 방해하며 충돌할 수밖에 없는 요소라는 점이다.

장애물은 주인공의 행동을 방해한다. 주인공이 하고자 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에 주인공과 관객 입장에서는 장애물이다. 관객은 주인공이 그러한 장애물을 극복하고 행복한 결말에 이르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우리네 인생이 그런 것처럼 언제나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주인공이 장애물에 부딪히면서 상처입고 결국 그 장애물을 뛰어넘거나 부수면서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위와 같은 경우에 작품의 내용은 비극적이 된다. 주인공이 장애물에 꺾여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주인공이 자신 앞에 주어진 장애물을 뛰어넘거나 부수는 등 극복하게 되면 자신의 목표를 완수하며 행복한 결말에 이르게 된다. 결국 작품의 색깔이나 결말 등은 주인공이 자신에게 주어진 장애물을 극복하는 과정이나 그 결과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극작가는 장애물의 설정과 배치, 그 결과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직접 눈에 보이며 쉽게 겉으로 드러나는 장애물을 흔히 '외적 장애물'이라고 부르고 등장인물 내부에서 일어나는 갈등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물을 '내적 장애물'이라고 부른다. 물론 외적 장애물과 내적 장애물을 분명하게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경계선이 모호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장애물이 한데 엉켜 주인공을 방해하면 할수록 상대적으로 극적효과는 높아진다. 물론 이는 극작가의 성향에 따라 혹은 작품의 성향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 있는 요소이지만 연극의 갈등을 만드는 핵심요소인 것은 분명하다.

안희철 극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