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진웃음기 쏙 뺀 '낯선'유해진…살벌한 카리스마 어떤가요
배우 유해진(42)을 찾는 감독이 많다. 연극 무대에서 갈고닦은 실력도 실력이거니와 그가 소화해내는 캐릭터들이 맛깔나기 때문이다. '이끼''부당거래''죽이고 싶은''적과의 동침''마마''미쓰고''간첩'…. 2010년부터 지금까지 그가 참여한 영화들이다. 현재 촬영 중인 '감기'도 있고, 제작 날짜가 미정이지만 '권법'에도 출연이 예정돼 있다.
유해진을 좋아해주는 팬들도 많다. 동료들과 사이도 원만하다.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꽤 많다.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배우 김혜수(42)와 사귀기도 했다. 캐스팅 비결과 매력에 대해 묻자 쑥스러운 듯 손을 젓는다. 곰곰이 생각하더니 영화 '타짜'와 '전우치'에서 함께한 최동훈(41) 감독이 해준 말을 건넨다.
"저를 많이 찾고 좋아해주는 이유요? 에이~ 그걸 어떻게 제 입으로 말해요. 잘 모르겠어요…. 음, 최동훈 감독님이 '유해진이 나오면 친근감이 생기고, 거리감은 확 좁혀진다'고 하긴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친근해서 그런 게 아닐까 해요. 나조차 내 얼굴이 못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적응이 됐어요. 사람들도 그런가 봐요."(웃음)
주로 코믹한 역할로 인사했던 그는 요즘 멋지고 카리스마 있게 등장하는 작품들이 꽤 된다. '미쓰고'에서 만화 속 멋진 남자주인공 같은 존재감을 발하더니, 지난달 20일 개봉한 '간첩'(감독 우민호)에서는 또 다른 매력을 뽐냈다. 진지하다 못해 살벌하고 무섭기까지 하다.
나도 내 얼굴 못생겼다 생각…그게 내 장점
'간첩'은 간첩신고보다 물가상승이 더 무서운 '생활형' 간첩들의 작전 수행을 그린 리얼첩보극. 10년 만에 북의 지령을 받은 간첩들이 지령 수행과 동시에 '한탕'을 위한 이중작전을 계획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코미디가 가미돼 있지만 유해진에게서는 웃음기를 찾을 수 없다. 그는 남파된 고정 간첩들과 함께 지령을 수행하는 북의 최고 암살 요원 최부장이다. 매서운 눈빛으로 기관총을 쏴대는 모습이 특히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우 감독은 최근 코믹한 모습이나 웃긴 상황으로 관객에게 즐거움을 줬던 그에게 새로운 역할을 건넸다. 영화 '부당거래'에서 유해진이 맡았던 건설사 사장 모습을 좋게 보고 제의를 했단다.
유해진은 "이전 작품들에서는 코믹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는데 이번엔 관객들이 '일종의 낯선 감정을 갖게 됐다'고 하더라"며 "'낯설기도 하지만 그 모습이 나쁘지 않다'고 한다"고 좋아했다. 또 "액션신은 생각한 것보다 잘 나온 것 같아서 좋다"고 만족해했다.
"총기를 다루는 신과 고가도로 촬영 장면은 위험할 수도 있어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부상이 없었어요. 상대역인 김명민 씨 덕도 컸죠. 그런 현장에서는 액션 경험이 많지 않으면 사고가 날 수 있는데 훌륭한 이순신(김명민은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 이순신을 연기했다)도 잘 소화하시는 분이라서 그런지 정말 잘 받아줬어요."(웃음)
전체적인 완성도는 아쉬움이 남지만 최선을 다했다. 작품에 출연하고 나서 늘 겪는 아쉬움이다. 오랜 세월 연기를 했다고 해도 자신의 연기에 부족함이 보이기 마련이다.
유해진은 중학교 2학년 때 고 추송웅(배우 추상미의 아버지)의 모노드라마 '우리들의 광대'를 보고 연극에 매료됐다. 비교적 다른 사람들보다 진로를 빨리 결정한 계기가 됐으나 집안 살림이 넉넉하지 않아 예고는 가지 못했다.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한 그는 2학년 때 충청북도 청주의 한 연극 극단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서울예전에 입학한 그는 졸업 후 극단 목화에 들어갔고, 이후 영화계로 넘어왔다. 적응은 어려웠지만 이제 영화계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영화계에서 활동한 초창기 이야기를 했다. 단역 생활을 하다 김성수(41) 감독의 눈에 띄어 '무사'에 합류했다. 김 감독은 유해진의 눈빛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고, 그는 이후 다양한 작품으로 인사를 했다. 김 감독은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며 영화계에 적응하지 못한 유해진을 있게 해준 일종의 은인이다. 유해진은 그 인연으로 비중이 크진 않지만 김 감독의 신작 '감기'에 참여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감기'에 참여하는 의미가 크다"고 웃었다.
삭막하고 답답한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유해진은 "촬영 현장 분위기를 즐겁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장난도 많이 치고, 술자리도 자주 갖고 친해지려고 한다"고 했다. 김윤석(44), 박희순(42), 김상호(42) 등 술친구가 많아진 계기다.
TV 드라마, 좋은 대본 있다면 언제든 출연 OK
영화계에 15년을 넘게 몸담은 유해진. 오랜 세월 연기를 하다 보니 슬럼프가 찾아올 때도 있었다고 한 그는 그럴 때마다 산에 올라가 감정을 다잡는다고 했다. 특히 "낯선 곳에서 혼자 여행을 하거나 등산할 때가 좋다"고 추천했다. "작품 활동에 바빠 최근에는 다니지 못했지만 그 느낌이 좋다"고 한 그는 어느새 신선이 된 듯 눈을 감고 산 예찬론자가 됐다.
그동안 연기와 결혼했다고 한다면 이제 진짜 사랑을 찾아야 할 듯하다. 그는 "연기와 결혼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제일 이해 안 간다"고 고개를 가로젓더니 "결혼할 나이는 이미 지났지만 언젠가 결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상이 있다기보다 추측 혹은 바람의 답변이다. "물론 바란다고 되는 건 아니죠. 하지만 좋은 사람이 있으면 가겠죠?"(웃음)
영화에서만 그의 얼굴을 볼 수 있다. TV 화면에서 그를 볼 수 없는 이유를 물으니 "일부러 피하는 건 아니다"고 했다. 유해진은 "드라마는 감정 변화가 자주 일어나던데 순발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짚으며, "좋은 대본이 들어오면 드라마도 하고 싶다. 특히 노희경 작가처럼 삶이 진하게 녹아있는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고 바랐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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