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들도 노령화에 따른 질병이 발생한다. 사람의 성인병에 해당하는 심장병인 울혈성심부전을 비롯해 당뇨병, 신우신염, 관절질환, 그리고 종양 등이다.
노령견은 나이가 들어서 활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병이 들어서 움직이지 않는 경우와 구별할 수 있어야 된다. 아픈 경우는 활력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체중이 빠지거나 통증을 호소하는가 하면 보호자가 불러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또 걸음걸이가 이상하거나 몸을 만졌을 경우 통증을 호소하거나 싫다며 보호자를 물려는 행동을 보인다.
17세 된 스피츠견종이 보호자와 함께 내원을 했다. 보호자는 구강에서 출혈이 일어나고 어느 날부터는 만지면 갑자기 싫어하면서 공격적으로 변해 있다고 했다. 10년 동안 동고동락하면서 착하고 온순한 모습을 보아온 보호자 역시 몸이 아파 공격성을 띠는 반려견에 대해 실망을 하며 귀찮아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방사선과 초음파, 혈액 검사를 하는데 저항이 심하고 공격성을 띠고 있었다. 심지어 보호자가 강제로 제압을 하니 보호자를 물어서 손등에 상처가 생기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검사결과 하악골에 종양이 생겨서 음식을 먹는 데 불편하고 종양이 많이 자라서 잇몸에 염증과 출혈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악골의 30% 정도 전파된 상황이어서 하악골반을 제거하는 수술을 해야 하는 상태였다. 과연 하악이 없이 얼마를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항암 요법과 통증치료를 받으면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노령견이 수술을 견딜지도 의문이고, 하악을 제거했을 때 적응할 기간이 필요한데 노령견이어서 걱정이 되고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기에 수의사로서 고민에 빠지게 되는 순간이었다.
또 다른 케이스는 15세 된 쉬즈 수컷이다. 증상은 혈뇨와 체중 감소였다. 식욕은 정상인데 체중이 줄어든다고 보호자가 걱정을 했다. 방사선과 혈액검사, 초음파를 해보니 전립선 낭종이 생겨서 혈뇨를 보고 있었다. 정말 큰 종양이었다. 방광과 전립선의 위치가 바뀌어서 방사선상에 관찰이 될 정도였다. 보호자에게 종양을 제거하고 조직검사를 해서 결과가 나오면 항암요법치료를 할 것이라 설명했다. 보호자는 전혀 생각을 못했는지 걱정을 하면서 수술을 하면 살 수 있는지, 나이가 많아서 수술을 견딜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을 했다.
다음 날 수술 스케줄을 잡고 보호자가 간 후 혼자 고민에 빠졌다. 수술이 최선의 방법인지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다. 수의사는 보호자가 원하고 반려견이 살아가는 데 고통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고 생각을 하니 수술을 잘 권유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수술을 했다. 2시간 수술을 무사히 마쳤다. 보호자는 반려견이 마취 상태에서 회복이 되고 보호자를 알아보니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고 수고했다는 인사를 했다. 노령견은 3개월에 한 번씩 정기 검진이 꼭 필요함을 느낀 하루였다.
최동학 대구시수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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