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속 '작은 도서관'] 버스·승강장 도서관

입력 2012-10-04 14:15:05

집 가까워 편히 걸어서…책과 친해지기 최고

책읽기 좋은 계절. 도심 한복판에서 아이, 어른이 책 읽는 모습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 콘크리트나 벽돌로 지은 큰 도서관도 있지만 공원 한쪽에 있는 숲속 도서관과 낡은 버스를 개조해 만든 버스도서관, 버스승강장에 설치한 간이도서관 등 작고 이색적인 도서관도 있다. 다문화가족을 위한 도서관도 눈에 띈다.

◆'동화나라 버스도서관'

대구 북구 대현동 대현공원 한쪽엔 낡았지만 화려하고 재미있게 꾸민 버스 1대가 서 있다. 버스 외벽에는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삽화가 그려져 있다. 나무 사다리를 타고 버스에 오르면 내부는 더 예쁘고 정돈이 잘 되어 있다. 천장과 유리창은 환한 느낌을 살렸다. 버스 앞쪽 양옆에는 책장을 설치하고 바닥에는 앉은뱅이 책상을 갖다 놓았다. 뒤쪽은 아이들이 뒹굴며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마루형태로 개조했다.

'동화나라 버스도서관' 제2호다. 2010년 10월 '걸리버 여행기'를 캐릭터으로 만든 북구 구암동 함지공원 도서관에 이어 두 번째 버스도서관이다. 27㎡ 규모로 아담하지만 예쁘고 작은 도서관이다. 서가에는 동화, 만화, 교양서적 등 유아, 초교생, 학부모가 읽을 만한 책과 영어 동화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다.

지난달 27일 오후, 도서관엔 초교생 서너 명이 도란도란 책을 읽고 있었다. 책 읽는 자세가 너무나 편하다. 권도협(10) 군은 "이틀에 한 번쯤 도서관을 찾아 동화나 만화를 읽는다"며 "다른 도서관에 비해 집 가까이 있는 것도 좋고, 무엇보다 긴장되지 않고 편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하윤서(9) 양 역시 "놀러나왔다가 들를 수 있고 집보다 편하고 자유스러운 분위기가 좋다"며 "다만 책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 보고 싶은 책이 없는 것이 흠이다. 특히 만화책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공원에서 만난 한 주민은 "대형도서관은 장서가 많지만 차를 타고 가야 하고 분위기도 딱딱하지만 버스도서관은 아무 때나 걸어서 편안한 복장으로 쉽게 드나들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동화나라 버스도서관은 넷째 주 토요일이면 동화책 만들기를 비롯해 종이인형 만들기, 책 주인공에게 편지쓰기, 독서골든벨 등 다양한 이벤트를 한다. 또 대학생들이 영어 동화책을 읽어주기도 한다.

대구북구자원봉사센터 임지희 과장은 "버스도서관이 아이들과 함께 공원을 찾은 주민들이 들르는 동네 명소로 자리 잡았다"며 "아이와 엄마가 도란도란 책을 읽을 수 있는 놀이터이자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버스승강장 간이도서관

달서구 용산2동 주민센터 앞 버스승강장에는 우체통 크기만 한 책꽂이가 있다. 주민센터가 주민들이 버스를 기다리는 무료함을 해소하고 책 읽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설치한 '간이 도서관'이다.

가로 50㎝, 세로 70㎝ 크기 정도의 간이 책장에는 시와 수필, 소설 등 교양서적을 비롯해 구정 홍보지, 주간 정보지 등 30여 권이 꽂혀 있다.

주민 김외순(37·여) 씨는 "책장이 설치된 것을 안 이후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자주 책을 읽는다"며 "심심하지도 않고 짧은 시간이나마 지식을 얻은 것 같아 기분도 좋다"고 말했다. 김 씨는 "다만 책을 자주 교체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