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태보 어도, 물고기 이동 오히려 방해"

입력 2012-10-04 09:35:28

이영재 경북대 토목공학과 교수(앞쪽)가 금호강 무태보에 설치된 어도에 대해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이영재 경북대 토목공학과 교수(앞쪽)가 금호강 무태보에 설치된 어도에 대해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2일 오전 대구 북구 산격동 금호강. 무태보에 설치된 어도(魚道)에는 물이 빠른 속도로 흐르고 있었다. 어도는 무태보에서 하류 쪽으로 길이 30m, 폭 8m 규모로 설치돼 있다. '아이스하버식 공법'으로 불리는 어도는 상류에서 하류로 물이 흐르면서 왼쪽으로 90도 기운 'ㄷ'자 블록 수십 개가 설치돼 있다. 금호강 상류에서 내려오는 물은 어도를 빠르게 흐르면서 'ㄷ'자 블록에 부딪히며 많은 양의 기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날 기자와 함께 어도를 둘러본 이영재 경북대 교수(토목공학과)는 "빠른 유속과 기포가 오히려 물고기들이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데 방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고기들의 이동을 위해 금호강 무태보 인근에 설치된 어도가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6월 대구 북구 금호강 무태보에 설치된 어도의 공법이 금호강의 유량 등을 감안하지 않은 채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아이스하버식 공법이란 상류에서 하류로 물이 흐르면서 왼쪽으로 90도 기운 'ㄷ'자 블록 수십 개가 유속을 떨어뜨리는 한편 물고기가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물고기가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고안된 공법이다. 그러나 아이스하버식 공법은 강의 수위가 블록 높이에 못 미치면 물고기가 블록 안에 갇힐 우려가 있고 블록에 부딪힌 강물이 만들어낸 소용돌이 때문에 작은 물고기가 이동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단점도 있다.

이 교수는 무태보 어도에 적용된 아이스하버식 공법이 오히려 물고기의 이동을 방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강이 갈수기인 4~5월, 10~11월 사이에는 건천으로 변한다"며 "갈수기와 회유성 어종의 산란기가 겹치기 때문에 물이 많이 필요한 아이스하버식 어도는 자칫 물고기의 회유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무태보 어도가 원활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영천댐의 물을 방류해야 된다. 어도를 위해 수만t의 영천댐 물을 낭비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무태보 어도의 블록과 블록 사이의 간격이 1m에 불과해 유속이 빨라진다는 것. 빠른 속도로 흐르는 물이 블록과 부딪혀 생긴 물거품이 물고기의 어도 통과를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물거품은 물고기의 호흡을 방해해 물고기들의 헤엄 능력을 80% 이상 떨어뜨린다.

어도의 폭이 지나치게 넓은 것도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이 교수는 "어도의 폭이 8m씩이나 되는 것은 공사비 과다 산정과 연관이 있다"며 "폭을 4m 정도로 줄이고 경사를 더 완만하게 했다면 공사비도 절감되고 어도의 기능도 더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어도를 설계'시공한 부산지방국토관리청과 대구시건설본부는 어도 설치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시건설본부 관계자는 "이 교수가 지적한 부분은 건천일 경우에 나타나는 문제인데 금호강이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마른 적이 없고 영천댐 방류를 통해 수위를 적절히 유지하기 때문에 어도의 기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금호강 어도의 설계를 담당한 건축사무소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하천설계 기준에 제시된 어도 중 가장 문제가 적고 물고기들의 회유가 잘 보장되는 공법이 아이스하버식 공법"이라며 "갈수기가 되면 물이 어도 쪽으로 계속 흐르고 금호강의 유량이 갈수기가 돼도 큰 변동이 없기 때문에 어도로 물고기가 이동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