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산, 방사능처럼 맹독성…사상자 더 나올수도"

입력 2012-10-03 09:23:22

450여 명 치료, 갈수록 늘어…"1ppm 노출도 적은 수준 아냐"

구미국가산업4단지 화공업체 휴브글로벌 불산가스 누출 사고 일주일째인 3일 오전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한 포도 비닐하우스에서 수확을 앞둔 포도와 잎들이 누렇게 변해 말라 죽어가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구미국가산업4단지 화공업체 휴브글로벌 불산가스 누출 사고 일주일째인 3일 오전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한 포도 비닐하우스에서 수확을 앞둔 포도와 잎들이 누렇게 변해 말라 죽어가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구미국가산업단지 4단지 화학공장 휴브글로벌의 불산 누출사고로 23명의 사상자를 냈지만, 사고현장에 뛰어든 소방 및 경찰 공무원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추가 사상자가 발생할 우려를 낳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의학 전문가들에 따르면 불산은 무색무취의 맹독성이기 때문에 흡입 및 섭취, 피부접촉 등이 있을 경우 별다른 통증이나 증상을 느끼지 못하다가 2, 3개월이 지나 폐 및 신경 조직 손상, 각막 손상, 기관지염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불산 노출에 대한 즉각적인 처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하루 정도 후에 세포 괴사 현상이 나타나고, 가로'세로 5인치 정도의 피부가 불산에 노출되면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것.

구미보건소와 병원에 따르면 2일 현재 순천향 구미병원과 구미 강동병원, 구미 차병원 등에서 불산 누출사고로 인해 치료를 받은 환자가 45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사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 경찰관, 기자, 인근 공장 근로자, 구미시 공무원, 주민 등이다. 이들 대다수는 불산의 위험성을 잘 알지 못해 제대로 보호장구를 갖추지 않은 채 현장에 접근했다 피해를 봤다.

특히 사고현장에 투입돼 가스 누출을 진압했던 상당수 소방공무원들은 일반 환자들에 밀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바람에 몸에 붉은 반점이 생기는 등 2일까지 두통과 구토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불산에 직접 노출된 공무원과 주민들에 대한 즉각적인 치료와 지속적인 역학조사 등이 필요하다고 의료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박정임 순천향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미국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는 근로자 건강보호를 위해 불산의 8시간 평균 노출권고기준(REL-TWA)으로 3ppm, 한순간도 노출되어서는 안 되는 농도로 6ppm을 제시하고 있다"며 "노출시간과 노출강도의 관계로 봤을 때 24시간 노출의 기준이 1ppm 이하여야만 하기 때문에 1ppm가량이 미미하다는 국립환경과학원의 발표는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정옥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불산은 방사능과 독가스처럼 맹독성 화학약품이기 때문에 주민 및 농산물'토양'수질에 대해 철저한 역학조사를 해야 한다"면서 "불산에 장기간 노출됐던 소방 및 경찰공무원들이 2개월이 지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미보건소 관계자는 "불산이 암을 유발하지는 않지만, 많이 흡입했을 경우 뼈를 녹여 심장마비 등의 증상을 초래할 수 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치료를 받는 사람이 늘고 있다. 불산에 장시간 노출됐던 환자들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관리하겠다"고 설명했다.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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