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사업자들 주로 찾아…싸게 사서 비싸게 재판매도
자동차 판매원 A(45) 씨는 지난달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80만원을 주고 휴대폰 맨 뒷자리 번호가 똑같은 번호를 구매했다. 번호도 하나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A씨는 "기억하기 쉬운 번호일수록 연락도 자주 온다"며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기억하기 쉬운 휴대폰 번호가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대학원생 B(32) 씨는 2008년부터 휴대폰 번호를 수십 번 구매하거나 팔아왔다. B씨에겐 휴대폰 번호 구매가 일종의 취미이다. B씨는 "남들이 보면 터무니없이 비싸고 의미 없다고 보이지만 자기만족을 위해 번호를 모으고 있다"며 "뒷자리가 같은 번호가 나온다면 최고 200만원까지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0000' '2000' '1004' 등 기억하기 쉬운 휴대폰 번호인 일명 '골드번호'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골드번호 거래를 중계하는 한 유명 인터넷 사이트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등록 건수는 770여 건이며, 실제 판매 건수는 380여 건에 이른다.
골드번호의 가격은 4만~수백만원이다. '7777'과 같이 뒷자리 숫자가 똑같은 포커번호나 중간번호와 뒷번호가 같은 쌍둥이 번호는 인기가 좋아 수천만원까지 올라간다.
업체 관계자는 "사업이나 영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휴대폰 번호가 자신을 홍보하는 개인 자산으로 이용되면서 한번 보면 잊히지 않는 번호들이 상품이 되고 있다"며 "또 골동품 수집처럼 남들이 봤을 때 특이하거나 신기하다고 생각되는 번호를 소장하려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휴대폰 번호 판매자 장모(54) 씨는 3년 전 지인을 통해 휴대폰 번호를 구매한 후 판매를 시작했다. 장 씨는 "번호를 바꾼 후 전화 빈도가 10% 늘어나는 것을 본 후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해 판매를 결심했다"며 "특이한 차가 지나가면 눈길이 가듯 명함을 건넸을 때 외우기 쉬운 번호일수록 한 번 더 눈이 가기 때문에 휴대폰 번호가 광고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번호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각 통신사도 '골드번호 추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골드번호는 누구나 갖고 싶어하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인기가 좋아 홍보 차원에서 이벤트를 했다"고 말했다.
휴대폰 번호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자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업자들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새누리당 박창식 의원은 최근 휴대폰 번호를 영리 목적으로 대량 구매했다가 고액에 판매하는 행위에 대한 행정처벌 규정을 신설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골드번호를 독점해 음성적으로 판매가 이뤄지는 부분에 대해 조사하고 통신사나 방통위를 통해 양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규제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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