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키던 역사적 성곽…1904년 일제에 이름 뺏겨, 동물원·황대신궁
'대구의 발상지, 삼한시대 이후 달구벌을 지켜 온 천혜의 요새, 지역 최고(最古)의 성곽….'
대구의 역사를 대표하는 공간이자 망국(亡國)의 한(恨)을 동시에 간직한 달성토성(達城土城)은 언제쯤 부활할 수 있을까?
지난 2010년 국책 사업 확정 이후 3년여 간 첫 삽조차 뜨지 못한 달성토성 복원 사업에 새로운 전기가 열리고 있다. 토성 복원에 시동을 걸지 못하면서 국비 반납이라는 위기에 몰린 대구시가 사업 추진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고, 토성 복원의 최대 걸림돌로 꼽혀 왔던 동물원 이전 논의가 활기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국비를 반납하지 않고 사업을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대구 시민들에게는 동물원으로 친숙한 달성공원의 옛 이름이 바로 달성토성이다. 지금은 잊혀진 이름, 달성토성은 가장 대구다운 정체성을 상징한다.
1천800여 년 전 삼한시대에서부터 시작해 신라, 고려, 조선, 근'현대에 이르는 대구의 역사를 담고 있는 공간이다. 청동기시대 이래로 이 지방의 중심 세력을 이뤘던 집단들이 거주했던 달구벌의 원형이다.
달성토성이 그 이름을 잃어버린 건 일제 탓이다. 1904년 일본 거류민단은 달성토성 공원화 계획을 세웠고, 이듬해 공원으로 조성했다. 1906년에는 일본 명치천황(明治天皇) 생일을 맞아 황대신궁(皇大神宮) 요배전(遙拜殿)이라는 신사(神社)까지 세웠다.
해방 이후 신사는 사라졌지만 달성토성은 아직까지 그 이름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1969년 대구시가 달성공원을 개원하고, 이듬해 동물원을 만들면서 지금까지 '달성공원'으로 불리고 있다.
2010년 3월 문화체육관광부는 달성역사공원 조성을 '3대 문화권 문화생태 관광기반 조성'의 대구지역 선도사업으로 선정했다. 172억원을 들여 달성토성을 원형으로 복원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다.
일제에 의해 사라진 대구의 모태적 공간을 시민에게 돌려주고 대구의 역사적 상징성을 되살리자는 지역의 하나 된 목소리가 국책 사업 선정을 일궈낸 것.
달성토성 복원 사업 내용은 2010년 국책 사업 확정 당시 뼈대를 그대로 유지한다. 동물원 이전과 발맞춰 성벽과 내부 원지형, 문화유적 등을 복원하고 진입로, 산책로, 토성 탐방로 정비 등을 추진한다. 야외공연장 및 역사 공간 조성 등을 통해 문화예술 공간으로의 변신을 꾀하는 한편 기원 전후 청동기 시대부터 삼한, 신라, 고려, 조선, 일제강점기로 이어지는 시대별 이야기를 재현하고, 공원 앞을 지나는 달서천을 복원해 수(水) 공간으로 꾸미는 시도를 고민하고 있다.
여기에 예전 달성공원 정문을 지키고 있던 '키다리 아저씨'(고 류기성 씨:신장 220cm, 몸무게 110㎏, 발길이 380㎜의 '거인' 수문장), 잉어샘(귀한 손님이 올 때마다 손님 수만큼 잉어가 두레박에 담겨 올라 왔다는 우물), 미꾸라지샘(효성이 지극한 아들이 부친께 고아 드려 병을 낫게 했다는 미꾸라지를 건져 올린 샘) 등 예부터 전해내려 오는 이야기들을 스토리텔링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구시 김대권 문화체육국장은 "시민과 함께 하는 역사'문화 공간으로 조성하는데 가장 주안점을 두겠다"며 "문화계, 학계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의견을 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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