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나 벨튼 지움/강경이 옮김/휴머니스트 펴냄
밀크는 예부터 음식과 음료일 뿐 아니라 신비롭고 귀중한 존재였다. 순수한 이미지로 인해 신의 음료로 여겨졌으며, 병든 이를 고치는 약으로 숭배되는 등 예부터 많은 문화권에서 '하얀 묘약'으로 칭송받았다. 소를 숭상하는 인도의 힌두교에서는 물소 젖을 종교 정화의식에 썼으며, 신들에게 헌주(獻酒)로 바쳤다. 밀크는 치료제의 역할도 했다.
인류는 기원 전 7000년부터 '가축의 젖'을 먹기 시작했다. 자연의 완전식품이자 포유동물 생명의 바탕을 이루는 밀크는 아프리카와 서아시아에서 식량과 물이 귀한 시기에 인류의 생존에 도움을 줬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3국에서는 밀크를 우유(牛乳)로 번역하지만, 인류가 목축을 시작하면서 마시기 시작한 동물의 젖에는 소젖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밀크는 양젖, 염소젖, 말젖 등 인류가 가축화해 키운 포유동물의 젖 모두를 일컫는다. '밀크=우유'가 된 것은 대량 사육에 적합해 산업화가 용이했던 특성 때문이다.
하지만 밀크는 빠르게 부패하고 먼 거리를 유통해야 하는 바람에 값이 비쌌다. 그러면서 양조장 지게미를 먹여 키운 쓰레기 우유, 물이나 밀가루, 녹말, 분필 등을 섞은 가짜우유, 표백 우유와 같은 불량 우유가 넘쳐났다.
저자는 젖먹이를 둔 어머니들을 산업혁명의 현장으로 내몰기 위해 모유 대신 불량 우유를 먹게 한 '우유와 어머니의 관계사', 건강 유지의 필수 음료가 된 우유의 이미지를 통해 만들어진 '영양의 식민화' 등을 '묘약'에서 '하얀 독약'이 된 밀크의 역사와 이면을 통해 우리가 지금껏 알던 것과는 사뭇 다른 밀크의 모습을 소개한다. 그리고 저자는 '멸균, 저지방 등의 가공 우유가 과연 묘약인 것일까'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244쪽. 1만5천원.
한윤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