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대의 피아노…새 100년으로 초대

입력 2012-09-27 07:58:57

달성 백년 마중-99대의 피아노 콘서트

낙동강변에서 99대의 피아노가 동시에 울려퍼지는 장관이 연출된다. 대구달성문화재단(대표 김채한)은 10월 6일 오후 7시 달성군 화원읍 성산리 화원유원지 사문진나루터에서 '달성 백년 마중-99대의 피아노 콘서트'를 연다.

이번 99대의 피아노 콘서트는 우리나라에서는 유례가 없는 많은 숫자의 피아노와 피아니스트가 동원된다. 그랜드피아노 5대에 업라이트피아노 94대가 200㎡(60평) 크기의 2층 야외무대에 차례로 배치된다. 무대를 꾸미는 것도 관건이다. 워낙 넓은 장소에 피아노와 연주자들의 무게를 합쳐 50t을 무대가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피아니스트들은 '풍류'가 가장 잘 어울리는 피아니스트 임동창이 주역을 맡으며, 98명은 전국 곳곳에서 동원된다. 대구의 연주자 50명을 비롯해 서울, 부산, 광주, 대전 등 전국의 대학 강사급 이상의 연주자들이 대구로 모여든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브람스의 대학축전 서곡을 비롯해 베토벤 영웅 1악장과 운명 1악장, 헤이주드, 그리운 금강산 등의 가장 익숙한 클래식과 팝, 가곡 등이 연주될 예정이다. 지휘는 김정덕과 이일구가 맡는다.

하지만 야외무대에서, 그것도 수많은 피아노가 한꺼번에 음을 맞추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이번 공연을 위해 연주곡들은 최대한 음을 단순화해 새롭게 편곡됐다. 99대의 피아노는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4개의 파트로 나뉘어 연주된다. 야외무대라 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피아노 사이의 거리 때문에 시간차가 발생하는 것을 줄이기 위해 무대 곳곳에 집음기를 설치해 음향 문제를 최대한 개선할 예정이다.

3부 무대를 꾸밀 피아니스트 임동창은 '피아노 아리랑'을 주제로 잡았다. 그는 5대의 그랜드 피아노를 태극기 문양(건'곤'감'이)으로 배치해 '대중의 희로애락과 음악의 역사를 함께한 악기, 피아노'라는 콘셉트에 맞춰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가요와 클래식, 재즈 등 네 장르의 음악들을 메들리 형식으로 편곡해 들려줄 예정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99대의 피아노가 함께 '아리랑'을 연주하는 것으로 피날레를 장식한다. 임동창은 "한국인의 멋과 흥을 표현하는 피아노의 다양한 면모를 다이나믹하고 열정적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이에 앞선 10월 5일에는 전야제 형식으로 피아니스트 이루마의 콘서트가 열린다. 뉴에이지 피아니스트의 대표주자인 이루마는 드라마와 영화 OST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작곡가로도 활동하며 대중적인 호흡을 놓치지 않는 아티스트다. 이루마까지 포함하면 모두 100명의 연주자들이 사문진 무대에 서는 셈이다.

연출을 맡은 세한대 김광철 실용음악학부 교수는 "100명의 연주자와 99대의 피아노를 준비하고 무대를 꾸미는 것 등이 모두 처음 있는 일"이라며 "주최 측도, 소식을 들은 연주자들도 지금껏 시도하지 못했던 색다른 이벤트에 모두 놀라고 흥미로워하며 심지어는 소문을 듣고 직접 참여하고 싶다며 연락해 오는 연주자들도 있을 정도"라고 했다.

달성문화재단이 99대의 피아노를 내세운 것은 올해가 달성군 개청 99돌이기 때문이다. 김채한 달성문화재단 대표는 "99년의 세월과 다음 100년을 위한 청사진을 그려낼 수 있는 문화적 역량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연주회 장소를 사문진나루터로 정한 것은 이곳이 바로 한국 피아노의 역사가 시작된 곳임을 알리기 위함이다. 한국음악문헌학회 손태룡 대표는 최근 '최초의 피아노 유입 과정'이라는 논문을 통해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인 사이드보탐(한국명 사보담) 부부가 1900년 3월 26일 사문진나루터를 통해 한국 최초의 피아노를 들여왔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전석 무료. 문의 053)715-1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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