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그리던 진짜 사파리 '삼부루'
삼부루 족을 만나는 것은 또 다른 감격이다. 아프리카 하면 사파리가 떠오르고 사파리는 케냐를 연상시킨다. 전 세계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케냐의 나이로비 공항은 장터를 방불케 한다. 지구촌 방방곡곡에서 날아온 비행기가 사파리 관광객을 나이로비 공항에 꾸역꾸역 쏟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나이로비의 분위기가 좋지만은 않다. 지금은 아니지만 내가 갔을 당시만 해도 모이 대통령을 몰아내려는 반정부 데모가 격화돼 최루탄 연기가 거리를 뒤덮고, 이 나라 상권을 완전 장악한 인도 상점들이 박살 나고, 이따금 총성도 울리는 곳이었다. 한시바삐 사파리나 가자고 서둘러 로컬(지역) 여행사를 따라 암보셀리 국립공원에 도착하면 또 크게 실망하고 만다.
◆텅 빈 국립공원
사실 기린이 목을 빼고 서 있는 대초원, 그리고 그 너머 하얀 눈을 꼭대기에 인 킬리만자로가 우뚝 서 있는 모습은 우리가 책이나 TV에서 익숙하게 봐왔던 그림이다. 그곳이 바로 나이로비 남쪽 200㎞에 있는 암보셀리(Amboseli) 국립공원이다. 그러나 킬리만자로는 탄자니아 땅에 있어 날씨가 좋은 날에야 암보셀리에서 보일 뿐이다.
이 국립공원은 관광객들이 하도 많이 와서 헤집고 다니는 바람에 동물들이 거의 도망가 버리고 인간에게 순치되다시피 한 몇몇 동물만이 가끔씩 눈에 띌 정도다.
나이로비 서남쪽 250㎞ 떨어진 곳에 있는 마사이마라 국립동물보호구역도 별로 다를 바 없다. 이곳에 있는 마사이족들은 관광객의 호주머니를 털기 위해 살아가는 모습을 쇼처럼 연기한다. 그러면 케냐는 더 이상 사파리도, 원주민들의 독특한 삶도 볼 수 없는 나라인가? 아니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해 자연 그래도 잘 보존된 곳이 있다.
◆사바나의 젖줄
나이로비에서 북쪽으로 200여㎞ 오르면 아프리카 대륙에서 킬리만자로 다음으로 높은, 하늘 위에 흰 눈을 쓰고 앉아 있는 케냐산(5,199m)이 한눈 가득 들어온다.
케냐란 반투어로 '타조'다. 대초원 위에 하늘을 찌를 듯이 우뚝 선 케냐산은 정말 타조가 목을 뺀 모습이다. 이 산을 돌아 계속 북쪽으로 오르면 주위 환경이 갑자기 달라진다. 풍성하던 숲과 초원은 사라지고 끝없이 펼쳐지는 사막 같은 메마른 사바나가 한낮의 열기에 달아 지글지글 끓는다. 북으로 갈수록 지표 고도는 낮아지고 기온은 올라간다.
이디오피인과 무슬림들이 우글거리는 산만한 소읍 이시올라를 지나 흙먼지를 휘날리며 1시간쯤 달리면 야자대추나무가 우뚝 솟아오른 푸른 숲이 신기루처럼 나타나고, 메마른 사바나의 한 가닥 젖줄인 우아소니로 강이 굽이굽이 흐른다.
마침내 삼부루(Samburu)에 온 것이다. 동물보호구역 내 우아소니로 강변 울울창창한 정글 속에 자리 잡은 삼부루 게임 로지(Samburu Game Lodge)이다.
환상적인 대나무 집에서 모기장을 치고 창문을 열어놓고 자면 그럴듯하지만 늦잠은 잘 수 없다. 동이 트면서 온갖 새와 원숭이 떼의 울음소리가 자명종보다 더 시끄럽기 때문이다.
◆이색동물들의 집합소
새벽 물안개 속에 강가로 물을 마시러 몰려드는 짐승 떼들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강가에서 리빙스턴이나 된 듯한 기분으로 근사한 케냐식 아침을 먹고 4륜 구동 자동차를 타고 삼부루 동물보호구역을 점심때까지 둘러보는 사파리는 흥미 만점이다.
동물학자들은 이곳을 '별종의 보고'라고 부른다. 우리 눈에도 이곳의 얼룩말은 덩치가 크고 줄무늬가 훨씬 더 촘촘하고, 기린의 점박이 무늬도 훨씬 더 진하다. 레오파드'치타'코끼리'임팔라'가젤…. TV에서만 보던 '동물의 왕국'을 두 눈으로 직접 보는 것도 짜릿하지만 자연의 일부로서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삼부루족들을 만나는 것은 감격 그 자체다. 그들을 보고 짐승 같은 삶이라고 섣불리 단정 짓는 것은 문명인의 오만스러운 착각일 뿐이다.
그들에게도 신이 있고, 가족과 마을의 규율이 있고 성인이 되는 절차가 있고, 초라하지만 마을 원로들이 모여 어떤 사안을 결정하는 의사당도 있다.
글·사진 도용복 대구예술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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