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어느 도시. 폭탄 테러가 만연한 이곳은 정보부가 도시의 모든 것을 관장하고 있다. 도시의 시민들은 통제되고 획일화된 사회에서 기계 같은 반복적인 삶을 살고 있다.
소심하고 나약한 성격의 샘 라우리(조나단 프라이스 분)는 정보국 서기로 중세의 기사가 되어 하늘을 날아다니며 아름다운 여인과 만나는 꿈이 유일한 낙이다. 어느 날 정보국 직원이 파리를 잡다가 실수로 '터틀'이란 테러리스트를 '버틀'로 기재하는 바람에 엉뚱한 사람이 테러리스트로 몰려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난처해진 샘의 상관은 버틀의 가족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기 위해 샘을 보내고 샘은 버틀의 집을 찾아갔다가 자신의 꿈속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여인 질 레이튼(킴 그리스트 분)을 목격한다. 샘은 그녀의 뒷조사를 하는데 꿈속과는 달리 현실 속 여인은 트럭을 운전하는 반정부주의자이자이며 테러범일지도 모른다. 결국 그녀를 돕기 위해 백방으로 나서지만 질은 그의 마음을 몰라주고 미치광이 취급을 한다.
영화는 고도로 발달한 관료제 사회에서 서류 작업으로 모든 것을 결정짓는 도시를 그린다. 이곳에서 개인은 사회를 구성하는 일개 부속품에 불과하며 사회에 대한 불평이나 반항은 무자비하게 진압된다. 소시민 샘 라우리가 정부의 거대한 권력에 맞서 싸우는 내용과 여기서 폭로하는 관료주의의 모순과 위험성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의 그것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섬뜩한 느낌을 준다. 여기서 영화 제목 '브라질'이 의미하는 것은 이 찌든 도시의 시민들이 바라는 이상향이자 영화의 주인공, 샘이 꿈꾸는 욕망이자 도피처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 영화는 국내에서 '여인의 음모'라는 제목으로 알려졌지만 원제는 '브라질'이다. '블레이드 런너'(Blade Runner, 1982)와 함께 1980년대의 걸작 SF영화로 손꼽히는 이 작품은 현란한 시각 효과를 통해 현대 관료사회의 모순과 억압적 체제를 비판하는 미래형 판타지다. 러닝타임 142분.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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