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옆 홍살문 철거한 후 현대식 재설치…상인들 "전통과 안 어울
지난해 7월 현대백화점 대구점이 도로 확장을 이유로 철거한 대구 중구 약령시 홍살문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여기에다 대구시는 홍살문 대신 대형조형물을 설치할 계획이지만 약령시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홍살문은 붉은 칠을 한 나무문으로 마을 앞과 사당, 무덤 앞에 악귀를 물리치기 위해 설치된다.
약령시보존위원회와 대구시는 2004년 약령시 영역을 표시하고 약령시의 오랜 역사를 상징하기 위해 약령시를 중심으로 동서남북 방향에 4개 홍살문을 세웠다.
하지만 지난해 4월 현대백화점 대구점은 대구시에 '4개 문 가운데 중구 계산동 2가에 설치된 홍살문을 철거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같은 해 8월 개점을 앞두고 8m 진입도로 폭을 13m로 넓히기 위해서였다.
대구시는 백화점 개점일에 맞추기 위해 대체 조형물에 대한 설계, 예산 등의 밑그림도 그려놓지 않은 채 '디자인이 확정되면 1개월 내에 착공한다'는 조건으로 철거 승인을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 형성을 위해 백화점 개점을 앞두고 홍살문 철거를 마냥 미뤄둘 수만은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대구시는 도로 입구부터 현대백화점 주차장 입구까지 약첩 모양의 LED 조명 수백 개를 단 대체조형물 설계가 마무리되는 대로 내년 약령시 축제가 열리는 5월 전에 설치를 끝낼 계획이다.
그러나 약령시 상인들은 대체 조형물이 약령시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구시는 홍살문을 넓어진 도로 폭에 맞춰 확장할 경우 홍살문 고유의 형태가 일그러져 전통성을 잃을 수 있고 백화점과 같은 현대식 건물 옆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약령시보존회 강영우 위원장은 "대체 조형물 디자인이 화려하고 멋져 현대백화점과 어울릴 수 있지만 약령시 전통이나 상징성과는 거리가 멀어진다"며 "대구시에 약령시의 의미를 담을 수 있는 안을 제안했지만 업적 남기기에 급급한 대구시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존 홍살문을 복원할 경우 현대백화점이 2천500만원을 자부담하기로 했지만 대체 조형물을 설치하게 되면서 설치비용 4억5천만원 중 대구시가 3억원과 유지보수비를 부담하기로 한 것.
대구시 보건정책과 윤기봉 주무관은 "기존 홍살문을 세우면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아 흉물로 전락할 수도 있다"며 "단순히 복원하는 것을 넘어서서 비용이 들고 시간이 걸려도 새로운 관광명소를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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