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이발봉사 김영락·이수자 씨 부부

입력 2012-09-21 09:53:08

깔끔한 머리에 싱글벙글…웃는 얼굴보면 '꿀맛 봉사'

50년 가위손 인생 김영락
50년 가위손 인생 김영락'이수자 씨 부부가 대구 남산동 자신의 이발소에서 나란히 앉아 활짝 웃고 있다.

"제대로 말도 못하는 중증장애인들이 깔끔하게 깎은 자신의 머리를 보며 싱글벙글 얼마나 좋아하는 지 몰라요. 이들의 웃는 모습을 보면 봉사의 참맛은 바로 이런 거구나하고 가슴이 뿌듯해지죠."

대구시 중구 남산2동에서 50년간 이발관을 운영하는 김영락(68)'이수자(64) 씨 부부. 금슬이 좋아 '잉꼬부부'로 통하는 이들 부부는 9년간 함께 '가위손' 봉사의 길을 걷고 있다. 김 씨 부부는 매월 첫째 화요일 오전 9시면 이발도구를 챙겨 어김없이 경산시 신천동에 위치한 중증장애시설 성락원으로 향한다. 김 씨 부부가 담당하는 방은 2층 8개 방 중에 '희망방'. 10대에서 50대까지 중증장애인 7명이 생활하고 있는 이 곳은 장애 정도가 심해 말을 제대로 못하고 몸도 가누지 못해 혼자서 머리 깎는 일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남편 김 씨는 장애인들의 머리를 깎는 동안 부인 이 씨는 장애인들의 손발이 되어 보조를 해주고 있다. 이발은 1시간 정도면 마치지만 김 씨 부부의 몸은 땀으로 흠뻑 젖기 일쑤다. 아직 날씨는 더워 이발 도중 머리카락이 날릴까봐 선풍기를 틀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장애인은 누워서, 어떤 장애인은 앉아서 머리를 깎는 데 어린 아이들처럼 몸부림을 많이 쳐요. 몸을 잘 붙잡아주지 않으면 자칫 다칠 수도 있고요. 머리 깎는 일이 전쟁입니다."

김 씨 부부는 9년간 같은 방에 가위손 봉사를 하다보니 원생들과 정도 많이 들었다. 방에 들어서면 원생들이 몸짓과 어눌한 말이지만 반겨주고 이발을 마치고 떠날 때는 창 밖으로 손을 흔들면서 고맙다는 인사까지 한다. 또 옆 방으로 옮겨간 50대 장애인은 김 씨 부부를 못 잊어 머리를 깎을 땐 항상 김 씨 부부를 찾아 머리를 깎고 있을 정도다. 김 씨 부부는 매달 첫째 일요일은 기다리는 원생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른 일을 제쳐두고 최우선적으로 가고 있다.

남편 김 씨는 몸이 아파 죽음의 문턱까지 4번이나 갔다왔다. 뇌경색, 심장협심증, 직장암, 폐 수술을 받아 살아 있다는 게 기적이라고 했다. 혈압약'심장약을 몸에 달고 사는 그는 생명을 다시 얻은 고마움에 값진 인생으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이발 봉사를 하고 나면 마음이 상쾌하고 돌아오는 발걸음도 가벼워요. 우리들이 자유롭게 말도 하고 걸어다닐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하기만 해요."

김 씨 부부가 운영하는 이발관은 매일 오전 6시 20분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열어놓는다. 이발관 청소나 수건 빨래는 부인 이 씨의 몫이다. 요즘은 하루에 손님이 몇 명 찾지 않지만 고정 손님 때문에 일찍 문을 닫을 수도 없다. 김 씨 부부는 힘이 닿는 데까지 이웃과 함께하는 가위손 부부로 살고 싶다고 했다. 김 씨의 이발소는 17년간 이발요금을 올리지 않아 올해 대구 중구청으로부터 '착한가게'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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