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크업 지우고 과감한 '민낯'…힘 있어 보인대요
"광대 하선이 한 번 보고 반해야 하니 중전에게 중요한 건 비주얼이었어요. 예쁘기도 하면서, 애처로운 분위기를 내는 게 제 숙제였죠."(웃음)
배우 한효주(25)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감독 추창민)를 통해 다시 사극으로 돌아왔다. 2010년 드라마 '동이'에서 보여줬던 밝고 통통 튀는 모습은 아니다. 여전히 예쁘긴 한데 예전과는 달리 무게감이 있는 역할이다.
한효주는 "친구들이 멋있게 나온다고 하더라"며 "중전의 분위기에서 힘이 느껴진다고 했다. 이제껏 제일 소박하고 간소한 중전으로 나왔지만 캐릭터에 힘이 있는 것 같아 나도 좋다"고 기뻐했다.
메이크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그는 "'한효주가 저렇게 생긴 애였어?'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더라"며 웃는다. 여배우가 화장을 포기하고 민낯을 보여주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을 텐데, "있는 그대로의 얼굴을 보여주고 싶다"는 추창민 감독의 말에 수긍했다.
"한효주가 저렇게 생겼어?" 팬들 수군수군
"여자들이 화장을 하고 화면에 나오는 모습이 예쁘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시대의 화장법이 어색할 수도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맞는 것 같다고 강조하셨어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 따라갔죠. 전 수긍을 잘하는 편이거든요."(웃음)
한효주는 "솔직히 '동이'를 할 때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사극은 안 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좀 지나니 그리워지더라. TV 채널을 돌리다가도 사극이 나오면 보게 됐고, 음악과 한복 색깔이 정겹게 느껴지더라. 사극은 그 정도로 묘한 매력을 가진 장르"라며 2년 만에 사극으로 돌아온 이유를 설명했다.
사극을 한 번 경험해서인지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조금 수월했다. "사극이라는 장르는 처음 도전하는 사람에게 불안감을 주는 것 같긴 해요. 사극 톤이나 감정표현에서도 어색할 수 있거든요. '동이' 할 때 진짜 불안해서 연습도 많이 하고 여러 가지 작품을 많이 봤어요. 그런데도 초반에 저 자신조차 어색함을 느꼈죠. 점점 적응이 됐고 사극 장르의 불안감을 극복하게 됐는데 '동이'를 연출한 이병훈 PD님에게 감사드려야 할 일이죠. 이 PD님이 아직 이 영화를 못 보셨는데 어떤 얘기를 해주실지 궁금하네요."(웃음)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조선 광해군 8년, 독살 위기에 놓인 왕 광해를 대신해 저잣거리 광대 하선이 대역을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팩션 사극이다. 이병헌의 첫 사극 도전작이자 1인 2역을 맡아 관심을 받은 작품이다.
영화는 이병헌이 극 전반을 차지하는 반면, 한효주는 비중이 작다. 한효주 팬의 입장에서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보는 건 아쉬움이 많을 테지만, 그는 "좋은 영화의 일부가 되는 것도 뿌듯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만족해했다.
"한 발짝 멀리서 지켜보면서 어떻게 연기하는지 볼 수 있어서 재밌고 보람이 있었다"고 했다. "팬들이 아쉬워하는 부분은 조만간 개봉하는 '반창꼬'를 통해 채워 드릴 수 있을 것"이라며 "너무 서운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배시시 웃었다.
할리우드에서도 인정받는 선배 이병헌과 작업을 하는 것도 영화 출연 결정에 도움을 줬을 것 같다. 한효주는 처음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됐을 때는 이병헌이라는 선배와 같이 작업하는 걸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촬영을 하며 "병헌 선배와 연기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며 "원래부터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은 했는데 연기를 해보니 좋아하는 배우가 됐고, '존경할 만한 배우구나'를 느꼈다"고 했다. "현장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모습과 프로의식이 온전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또다시 기회가 온다면 "당연히 함께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이상형은 극 중 '하선' 같은 로맨티스트
한효주는 극 중 하선이 중전의 손을 잡고 뛰어 궁 밖을 나서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했다. "내레이션도 슬프고, 어차피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 순간만이라도 위기에서 벗어나고픈 남자의 마음이 여자를 설레게 한 것 같다"고 몰입했다. "시사회에서 봤을 때 어떤 분은 울기도 하더라"고 기억했다.
그는 광대 하선을 일종의 로맨티스트로 표현했다. "극 중 중전은 버림받은 여자예요. 하선은 그런 여자를 웃게 만드는 남자잖아요. 또 후반부에 중전이 하선에게 '나한테 왜 그러느냐'고 묻는데 하선이 '웃는 모습 한 번 보고 싶었을 뿐'이라고 하는데 하선은 정말 로맨티스트인 것 같아요. 손잡고 뛰어가는 등 그런 행동들을 보면, 여자의 마음을 세심하게 쿡쿡 찌르는 뭔가가 있는 영화인 것 같아요."
한효주도 그런 로맨티스트를 찾고 있는 건 아닐까. "로맨티스트나 나쁜 남자나 뭐 어떤 스타일을 정해놓지는 않아요. 다만 내 남자는 편안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요. 배우 일은 힘이 드니 나를 힘들게 하기보다는 편안한 사람이 좋죠. 나쁜 남자는 이상인 거고, 현실적으로 로맨티스트 하선이 좋아요."(웃음)
그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어떤 이상형을 세워놓고 '난 이런 사람을 만나야겠다'라기보다 '나 스스로가 좋은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커졌다"며 "'내가 그렇게 사랑받을 수 있는 여자인가?'라는 생각도 많이 하고, 또 좋은 여자가 돼야겠다는 다짐도 한다"고 덧붙였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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