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출연 분량'경력 등이 좌우…대부분 최저임금 못 미쳐
연극의 관객들 중에는 연극제작과 공연, 극단운영 등 공연 그 자체보다는 공연 뒤의 세계, 즉 연극계의 현실적인 문제와 시스템 등에 궁금증을 갖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궁금해하는 문제 중의 하나가 바로 돈이다. 한 편의 연극을 만들기 위해서는 얼마의 돈이 들어가는지, 공연을 통해서 얼마나 벌 수 있는지, 그리고 출연하는 배우들은 얼마나 받는지 등 돈과 관련된 가장 현실적인 문제를 무척 궁금해한다.
실제로 한 편의 연극 공연을 위해서는 공연작품의 저작권료, 무대'의상'소품 등의 제작비, 조명과 음향장비 대여료, 극장의 대관료, 연습실 사용료, 포스터 등의 인쇄물 제작비, 진행요원 인건비 등 이루 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항목의 돈이 책정된다. 제작자는 그렇게 많은 항목 중에서 어떻게 하면 하나라도 지출항목을 더 줄일 수 있을까 혹은 돈을 더 낮출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금액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제작비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것이 목표라고 볼 수 있다.
연극제작비의 여러 항목 중에서 대부분의 관객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배우들이 받는 돈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연극의 꽃은 배우이기 때문에 당연히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에 출연하는 스타급 배우들의 출연료가 언론을 장식하다 보니 연극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몸값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는 것 같다. 흔히 몸값이라고도 부르는 배우들의 '개런티'는 배우가 공연에 출연하는 대가로 받는 돈이다. 공연 제작자 입장에서는 배우와 계약을 맺고 반드시 주어야 하는 출연료이다.
연극계에서는 출연료라는 말 대신에 개런티라는 표현을 자주 쓰곤 한다. 두 말의 의미는 같지만 연극계에서는 개런티의 의미를 확대 해석해서 배우들의 출연료 이외에 공연과 관련된 제작진의 인건비까지 통칭해 부르곤 한다. 물론 이는 정확한 의미가 아니지만 연극은 영화와 달리 유명한 스타배우에게 집중하기보다는 모든 스태프들을 배우처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연극의 오래된 관습과 정신에서 비롯된 긍정적 의미의 오류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연극계에서도 배우들의 개런티 계약이 정확해지고 세부적인 항목까지 명시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통칭해 사용하던 개런티라는 개념이 무대진행요원 인건비, 조명오퍼레이터 인건비 등 아주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바뀌었다. 실제로 연극 현장에서 흔히 사용하던 개런티라는 말 대신에 연출료, 무대진행비, 음향오퍼비 등 원칙적이면서 구체적인 항목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제 개런티는 그야말로 배우들의 출연료만을 의미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관에서 지급된 각종 지원금이 연극제작비에 들어가면서부터 분명해졌다. 지원금이 들어간 공연은 정확한 예산집행과 정산으로 인해 구체적인 역할과 항목을 명시해야 한다. 또한 정확히 주어진 역할의 수행과 그에 맞는 인건비 집행이 따르기 때문에 뭉뚱그려서 개런티라고 부를 수 없게 된 셈이다. 물론 예전에는 극단에 소속된 단원들이 공연에 따라서 배우가 되기도 하고 스태프가 되기도 했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개런티라고 불렀다고 할 수 있다.
어쨌든 개런티라고 하는 항목이 더욱 구체적인 의미가 되면서 연극계는 확실히 변해가고 있다. 오래전에 있었지만 최근에도 있을 수 있는 연극계의 아주 나쁜 관행은 배우가 자신의 개런티가 얼마인지도 모른 채 연극에 출연한다는 것이다. 이는 배우가 제작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자인 경우가 많다 보니 일어나게 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물론 최근에는 많은 부분이 개선되어서 공연 전에 계약을 한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보면 배우들에게 연습비와 공연비 항목을 따로 만들어서 모두 주는 경우, 연습비는 없이 공연비로 통합해서 주는 경우, 공연 회당 계산해서 주는 경우 등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배우의 개런티는 배우의 출연분량과 경력, 공연 횟수, 제작비 규모 등이 좌우한다고 할 수 있는데 연습기간과 공연기간 등을 고려하면 흔히 말하는 최저임금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현재 대부분의 연극배우가 받는 개런티의 현실이다.
안희철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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