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폭로 단골 "혹시 내 운전기사도?"

입력 2012-09-19 10:16:06

차주와 모든 동선 함께해 비리때 마다 결정적 단서

'당신이 한 일은 운전기사가 알고 있다.'

운전기사가 모는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에게 때아닌 '운전기사 경계령'이 떨어졌다.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검찰에 고발되자 새누리당을 탈당한 홍사덕 전 의원 사건처럼 최근 운전기사들이 비리를 폭로하는 주인공으로 등장한 데 따른 새로운 풍속도다.

홍 전 의원 사건 경우 돈을 건넸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중소기업 대표의 운전기사가 선관위에 제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공천헌금 의혹 사건 역시 돈봉투를 휴대전화로 찍은 현영희 의원 운전기사의 제보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처럼 운전기사들은 주요 인사들의 가장 가까이에서 거의 모든 동선(動線)을 함께 하기 때문에 차 주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속속들이 알 수밖에 없다. 특히 운전기사가 비리 현장을 목격하거나 직접 비리에 연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운전기사를 둬야 하는 사람들로서는 운전기사 채용에 각별하게 신경을 쏟는 것은 물론 채용 후에는 운전기사의 심기를 살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지기도 한다.

지역 단체 한 간부를 지낸 A씨는 운전기사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운전기사가 어려운 사정을 호소하며 퇴직금을 중간정산해 달라고 해 예외를 적용하면서까지 해줬다. 그런데 나중에 형편이 나아진 운전기사가 중간정산으로 손해를 봤으니 없던 일로 하고 원래 퇴직금으로 정산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규정 때문에 이를 거절하자 운전기사는 식사와 술대접받은 것, 사적 용도로 차를 이용한 것 등을 폭로하겠다고 해 애를 먹었다.

기업체 대표 B씨는 요즘 운전기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말을 듣지 않는 운전기사를 해고한 뒤 새 기사를 찾고 있지만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다. 결국 한 기관단체장의 운전기사를 소개받았지만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단다. B씨는 "운전기사가 필요하기는 한데 마음에 드는 기사를 찾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기업체 대표 C씨는 운전기사가 말썽을 피워 그만두게 하고 평소 친분이 있던 개인택시 운전기사에게 부탁, 필요할 때마다 임시 기사로 채용했다. C씨는 "운전기사가 말을 잘 듣지 않고 상전처럼 굴었다"면서 "평소 애용했던 택시의 기사를 구한 게 다행"이라고 했다.

경북지역 한 기업체 대표는 "운전기사에게 사생활이나 행선지, 만난 사람 등을 외부에 언급하지 말도록 부탁하고 있다"면서 "운전기사를 잘 뽑고 관리하는 것이 기업 경영만큼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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