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구 문해교육기관 '내일학교' 더 늘려야

입력 2012-09-15 08:00:00

대구 지역 첫 초교 학력인증기관인 대구시교육청 산하 내일학교 졸업생 56명이 눈물의 졸업식을 가졌다. 글 한 줄 읽고 쓰지 못한다는 사실이 부끄러움을 넘어서서 얼마나 큰 생활 불편으로 느껴졌을까 생각하면 그들의 처지가 안타깝고, 그런 입장을 빨리 해소해 주지 못한 사회 여건이 미안하다.

평생 예금 청구서 한 장 쓰지 못하고, 신문 한 장 읽지 못하던 서러움과 생활 속 불편이 컸을 텐데 지역사회에 학력인증기관을 빨리 만들어 달라는 소리조차 내지 못한 그들이다. 만고를 견뎌내고, 졸업장을 받아든 대부분은 머리에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 중노년층이다. 평생소원이던 초교 졸업장을 따신 어르신들께 큰 박수를 보낸다.

다소 생소한 이름의 내일학교는 지난해 11월 대구시교육청이 '대구=학력인증 교육기관 전무 도시'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서 중구 명덕초교에 마련한 대구 첫 학력인증학교의 새 이름이다. 대구의 초졸 학력인증기관의 출범은 타 광역자치단체에 비해 많이 늦었다. 학력인증기관이 나오기 전에 대구 아름다운학교 등이 문맹 퇴치를 위해 십수 년 동안 헌신해 왔다.

비록 시작은 늦었지만, 내일학교는 학습자들의 요구를 일일이 받아들이는 수용적이고 개방적인 운영 원칙으로 인기가 높다. "성인문해학교에 가는 것이 창피하다"는 늦깎이 학습자들의 민원(?)을 받아들여 학교 이름도 내일학교로 바꿨다. 내일학교는 문해교육을 통해 수강생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 집안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동생 뒷바라지를 위해서 공부를 포기했던 대부분 졸업생들은 글을 깨치고 온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첫 입학식날, 제한된 인원 때문에 들어오지 못한 많은 비문해자들은 빨리 2기를 받아달라고 채근했고, 1년이 채 되지 않아서 벌써 2기가 공부하고 있다. 하지만 많이 부족하다. 대구의 문해교육 대상자는 인구의 10%가 넘는 28만 명이다. 1년에 1천 명씩 졸업한대도 죽기까지 차례가 돌아오지 않을 이들이 많다.

이 가운데는 일 때문에, 혹은 거리가 멀어서 일주일에 몇 번씩 출석 교육을 받으러 오기 어려운 이들이 있다. 국제결혼 이주여성이나 외국인 노동자, 새로 구성된 다문화가족 가운데도 문해교육 대상자가 다수 분포한다. 대구광역시교육청은 성서산단이나 반야월 등지에도 제2, 제3의 내일학교를 세워서 문해교육의 동시다발적인 실시를 기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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