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용복의 지구촌 모험] <32>마사이족

입력 2012-09-12 07:01:41

사자를 닮은 '아프리카 삶'

마사이족과 사자는 너무나 닮았다. 마사이족이 사자를 닮았는지, 사자가 마사이족을 닮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마사이족과 사자는 너무나 많이 닮았다.

동물의 왕국 아프리카에서 사자가 '백수의 왕'이듯이 아프리카 대륙 수많은 종족 중에서 마사이족은 가장 용맹스러워 다른 종족이 감히 덤빌 생각을 못한다. 또 사자가 쭉 빠진 체격과 수려한 용모를 자랑하듯이 마사이족도 군더더기 살 하나 없이 수영선수 같은 체형에 이목구비가 뚜렷하다.

어떤 인류학자는 서양인들의 직계조상은 마사이족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수사자가 여러 마리의 암사자를 거느리듯이 마사이족도 일부다처제다. 마사이족도 사자와 마찬가지로 대가족을 이루는데, 예를 들어 4형제가 각각 4명의 부인을 거느리면 여자의 수는 16명이 된다. 4형제와 16명의 부인이 사는 집을 보면 둥글게 친 가시 울타리를 등에 대고 16채의 흙벽 초가집이 원을 그린다. 출입문은 동서남북으로 4개가 있다. 각 핵가족이 출입구를 따로 두는 것이다.

◆일부다처제, 사자와 같은 삶

첫째 부인은 출입문 오른쪽에 손수 집을 짓는다. 나뭇가지로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진흙을 바르고 마지막으로 물에 으깬 쇠똥을 발라 말끔하게 마감한다. 쇠똥은 벽이 갈라지는 것을 방지하고 밤의 한기를 막아주며 장마철에는 습기를 빨아들인다. 둘째 부인은 가시 울타리 출입구 왼쪽에 집을 짓고, 셋째는 오른쪽 첫째의 옆에, 넷째는 왼쪽 둘째의 옆에 집을 짓는다.

남편의 집은 어디에 있을까. 4명의 부인이 지은 4채의 집이 모두 그의 집이 된다. 자기가 자고 싶은 집에 가서 자면 자기 집이다. 가시나무 울타리 안으로 16채의 집이 둥글게 늘어서고 그 안의 둥근 마당은 밤이 되면 소떼의 차지가 된다. 수사자는 낮잠 자고 암사자가 사냥을 하지만 유사시에는 수사자가 나서듯이 마사이족도 여자가 집을 짓고, 젖을 짜고, 집안 살림을 한다. 남자는 적과 싸우고 맹수를 막는다.

사자가 육식인 것처럼 마사이족도 육식이다. 그들의 주식은 소피와 우유를 섞은 사로이(Saroi)다. 소피는 소를 죽여서 얻는 게 아니라 소의 목에 작은 화살을 꽂아서 뽑는다. 그들이 사로이를 마시고 나서 붉게 얼룩진 입 근처는 사자가 얼룩말을 물어뜯고 나서 얼굴이 온통 피로 얼룩진 모습과 흡사하다. 마사이족은 실제로 사자와 함께 산다.

◆신(神)의 땅

마사이의 땅은 아프리카 제일봉 킬리만자로를 끼고 펼쳐진 대초원이다. 서구의 침략자들이 총을 들고 들어와 자기네들 멋대로 국경이라는 걸 만들어 케냐와 탄자니아로 갈라졌지만 마사이족들은 그 국경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오직 마사이의 땅(Massai Land)만이 존재할 뿐이다.

마사이 땅 위로 적도가 지나가지만 이곳은 사시사철 시원한 우리나라 초가을 날씨다. 해발 1천800여m의 고원이기 때문이다. 마사이 땅은 우리 남한 땅과 크기가 비슷하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을 새빨간 천을 두른 마사이족이 나무지팡이를 들고 성큼성큼 걸어가고, 사자는 그늘 밑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기린은 긴 목을 빼서 아프리카 아카시아 새 순을 뜯고, 코끼리떼는 지축을 울리며 풀밭을 가르고, 영양떼는 팔짝팔짝 뛰어다닌다.

마사이들은 신(神) 엔가이(Engai)가 그들에게 땅을 주었기에 땅은 곧 그들의 신이라 생각한다. 대지에서 풀이 돋아나고, 그 풀을 소가 뜯어먹고, 마사이는 소로부터 우유와 피를 받아 마신다. 마사이들의 소에 대한 애정은 끔찍할 정도다. 사자가 송아지와 자기 아이를 공격한다면 마사이는 먼저 송아지 앞을 가로막는다는 속담이 있다. 가뭄이 들었을 때 소떼를 몰고 가다가 물을 발견하면 먼저 소떼들이 먹게 한 뒤 마사이가 마신다. 마사이족들은 땅이 곧 신이기에 땅에 흠집내는 일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농사를 짓는 법이 없다. 씨를 뿌리고 밭을 갈려면 땅을 파야 하는데, 그것은 엔가이를 욕되게 하는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심지어 사람이 죽어도 땅에 묻지 않고 대지 위에 눕혀 동물들이 뜯어 먹게 한다.

◆킬리만자로의 마사이

케냐 정부가 마사이들을 위해 우물을 파 주어도 마사이들은 그 물을 마시지 않고 멀리까지 가서 냇물을 길어온다. 땅을 헤쳐서 고인 물은 결코 마실 수 없다는 믿음 때문이다.

끝없이 펼쳐진 대초원 마사이 땅 동쪽 옆구리에 구름을 가르고 우뚝 선 킬리만자로는 정수리에 하얀 눈을 이고 있다. 이를 마사이들은 '올도인요 레 엔가이'라 부른다. '신의 산'이란 뜻이다. 킬리만자로는 그들의 신 엔가이가 마사이에게 내려준 선물, 홀로 선 촛불이다. 마사이들은 홀로 선 촛불을 향해 그들의 가축과 아이들을 보호해 달라고 기도를 올린다.

아주 먼 옛날에 엔가이는 세 아들을 두었는데 그들에게 각각 하나씩의 선물을 주었다. 첫째 아들에게는 화살을, 둘째에게는 곡괭이를, 셋째에게는 막대기 하나를 주었다. 마사이의 조상은 바로 막대기를 얻은 셋째 아들이다. 그 막대기로 소떼를 몰며 마사이들은 살아간다.

마사이 남자들은 누구나 어디를 가나 긴 막대를 들고 다닌다. 케냐 정부와 탄자니아 정부가 마사이 땅을 개발해 현대식 주택을 지어주려 해도 마사이들은 코웃음을 친다.

'도움도 싫으니 제발 이대로 살게 우리를 가만히 두어달라.' 이것이 마사이들의 주장이다.

글'사진 도용복 대구예술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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