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거장들, 경주에 안기다…'문학올림픽' 펜대회 개최

입력 2012-09-11 10:14:01

월레 소잉카
월레 소잉카
오르한 파무크
오르한 파무크
르 클레지오
르 클레지오

월레 소잉카, 오르한 파무크, 르 클레지오 등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이 경주에 모였다.

'문학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 문인들의 축제 '제78차 국제 펜(PEN) 대회'가 세계 90여 개국 문인 250여 명과 국내 문인 500여 명 등 8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0일 경주에서 개막했다. '문학, 미디어. 그리고 인권'을 주제로 세계 평화 및 문학인의 표현의 자유 문제, 북한 인권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국제 펜 대회는 국내에서는 1970년과 1988년에 이어 세 번째 열리지만 민간 주도로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1986년 아프리카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월레 소잉카(78)는 기조 강연에서 문학을 억압하는 권력을 단호하게 비판했다. 그는 "의사 소통 능력이 비약적 발전을 거듭하면서 작가라는 직업 또는 창조성이 대단치 않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창조성은 구속의 반대말이지만 권력은 구속을 좋아한다. 나는 창조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I create, the refore I am)"고 말했다. 나이지리아 출신인 월레 소잉카는 정치 권력을 비판하다가 반역죄로 사형까지 선고받고 2년 간 수감생활을 했다.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의 르 클레지오는 "미디어의 간략하고 순간적인 정보와는 달리 문학은 시대와 문화를 연결하고 인간의 삶보다 오래 지속하는 것을 창조한다"고 강조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3인은 12일 경주 동국대 백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나의 삶, 나의 문학'을 주제로 문학 포럼을 열고 사인회도 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탈북 문인 20여 명으로 구성된 '망명북한작가펜센터'가 회원으로 가입한다. 또 15일까지 보문 수상공연장에서 국악과 뮤지컬 공연이 마련되고, 금장대 시 낭송회와 전시회 등도 펼쳐진다.

존 랠스턴 소울 국제PEN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사람들이 우리의 표현에 귀 기울이는 이유는 독립성 때문"이라며 "우리는 독립성에서 가장 지독한 독재와 복잡한 상황에 맞설 힘을 늘 얻어냈고 앞으로도 계속 얻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는 국외 문인들과 함께 재일교포 작가 유미리, 이어령'고은'김후란'이근배'이문열 등 국내 문인들이 대거 참가했다. 이어령 초대 문화부장관은 "좌우의 이항 대립과 그 경계를 넘어선 언어의 힘은 인권 선언이나 법제도보다 훨씬 앞서 화랑이 걷던 오래된 길을 만들었다"며 "천년 고도의 서라벌에서 만난, 이 놀라운 우연을 공존을 위한 축배의 잔으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양식 경주시장은 "경주를 찾은 국내외 문인들에게 경주에서 지내는 시간들이 삶 속에 새로운 인연이 되고 행복이 되고 감동이 될 수 있도록 대회 기간 내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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