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체험활동, 우리 학교는…동아리·봉사활동 통해 숨겨진 재능이 쑥쑥∼
입시 위주의 교육에 대한 대안으로 창의적체험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도록 장려하는 등 비교과 활동의 비중을 늘린다는 취지로 시작된 창의적체험활동은 내년부터 모든 학년에 적용된다. 대입에서도 창의적체험활동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학생부 비교과 영역 기록은 사실상 진로, 봉사, 동아리, 자율활동으로 구성된 창의적체험활동을 세부적으로 나눠 기록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학교 현장에선 창의적체험활동 시간을 쉬는 시간으로 치부하기도 하고 자습 또는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 교과 보충수업 시간으로 운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대구여고와 대진중의 행보는 모범 사례로 꼽힌다. 지난달 31일 (사)체험학습연구개발협회가 주최하고 교과부 등이 후원한 '제3회 창의적체험활동 경진대회'의 고교생 동아리활동 경진 부문에서 '대구여고 반크'는 장려상을 받았다. 중학생 포트폴리오 경진 부문에서는 대진중 학생 6명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창의적체험 후 에듀팟에 기록, 경진대회 참가 6명 전원 상복…대진중
6일 대진중(교장 김종영) 2학년 학생 6명은 '재능을 알고 내일을 job아 보다'라는 제목과 함께 자신의 장래희망, 이름이 표지에 적힌 책을 한 권씩 받아 들고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 책에는 각자 지난해부터 올해 1학기까지 창의적체험활동을 하며 남긴 기록들이 차곡차곡 담겨 있었다. 그림, 사진, 체험 수기 등 다양한 형태로 구성한 자료들이 100여 편씩 실렸다.
이 학생들은 모두 제3회 창의적체험활동 경진대회 입상자들. 이수정 양과 김정은 양이 우수상, 서아현 양은 장려상을 받았고 박수빈 양과 이정현 군, 진동훈 군은 특별상을 수상했다. 대진중에서 대회에 참가한 학생 전원이 상을 받은 것이다. 대진중은 학생들이 대회 주최 측에 제출했던 포트폴리오를 별도의 책으로 엮어 학생 개개인에게 선물했다.
동훈이는 기대 이상의 결과를 얻었다며 기뻐했다. "알록달록하고 깔끔하게 자료를 정리한 여학생들의 포트폴리오와 엉성한 제 것을 비교해 보니 한숨이 나왔는데 뜻밖의 결과를 얻었네요." 인권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수빈이도 즐겁긴 마찬가지. "활동 기록은 자신이 있었는데 발표가 문제였다고 생각했어요. 긴장한 탓에 말을 너무 빨리 해 아쉬웠는데 결과가 좋아 만족해요."
이 같은 성과는 학생들의 노력에 더해 대진중의 독특한 창의적체험활동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 대구시교육청이 지난해 창의적체험활동 시범학교로 지정한 대진중은 매주 토요일을 '에듀팟 하는 날'로 정해 학생들이 활동 결과를 꾸준히 기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금요일이면 교사들이 '이번 주에 한 활동 중 어떤 것들을 기록해두는 게 좋겠다'고 조언도 한다. 이번 대회에 내놓은 포트폴리오도 평소 에듀팟에 기록한 내용들을 추린 것이다.
봉사활동과 동아리활동 운영 방식도 이색적이다. 대진중의 봉사활동 방향은 '학급별 주제가 있는 봉사활동'. ▷유니세프 구호 활동 참가 등 기관 연계 ▷에너지 절약 홍보 등 캠페인 ▷텃밭에서 키운 농작물을 복지시설에 전달하는 등 이웃과 함께하기 등 세 가지로 봉사활동을 구분하고 각 학급이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어뒀다. 덕분에 대회에 참가한 학생 대부분은 봉사활동을 가장 기억에 남는 창의적체험활동으로 꼽았다.
수정이는 도시철도 1호선 대곡역 등에서 인터넷상 예절을 지키자는 굿티즌 운동을 벌였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대곡역에서 피켓을 든 채 홍보를 하고, 네티켓을 지키겠다는 서명도 받았어요. 처음엔 낯선 이들 앞에 나서기 민망했는데 금방 익숙해지더군요. 행인들 중에는 좋은 취지의 일을 한다고 칭찬하는 분들도 있어 보람이 컸죠."
동아리활동도 체계적이다. 1학년 때 적성검사를 한 뒤 결과에 따라 인문, 사회, 이공, 예체능, 기타 등 5가지 영역으로 구분된 동아리를 선택하도록 유도한다. 2학년 때는 적성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동아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 폭넓은 시야를 갖게 돕고, 3학년이 되면 다시 설정한 진로에 맞춰 동아리에 가입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창의적체험활동 지원부장인 김기선 교사는 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창의적체험활동을 활발히 해도 학업에 지장이 없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어서 일하는 데 더욱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학생들이 교과 공부에만 매달려 여유를 갖지 못하면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을까요? 학교에서 행복감을 맛볼 수 있겠습니까? 창의적체험활동이 해답일 수 있어요. 교사들의 열정과 학교장의 실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때입니다."
◆역사 공부 하다 보니 우리나라 홍보대사로…대구여고
88개 동아리 활동 창의력 키워…위안부 피해 알린 '반크' 입상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몰린다는 대구 수성구 고교들은 교과 성적에만 치중하는 통에 수시모집 확대라는 대입 제도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래서 인근 학교들과 달리 창의적체험활동을 강조하는 대구여고(교장 박윤자)의 발걸음은 더욱 눈에 띈다.
대구여고는 동아리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고교다. 88개의 동아리가 교과 공부에 찌든 학생들의 숨통을 틔워주고,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주고 있다. 진로를 결정하는 데도 한몫하는 것이 동아리활동. 이번 창의적체험활동 경진대회에서 '대구여고 반크'가 고교 동아리활동 부문 장려상을 받은 것도 대구여고에 이 같은 분위기가 조성돼 있는 덕분이다.
반크(VANK)는 '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의 머리글자를 딴 말로 인터넷상에서 우리나라의 이미지를 바르게 홍보하고 있는 사이버 외교사절단. 하지만 대구여고 반크의 활동은 다소 차이가 있다. 인터넷상의 활동은 개인적으로 하고 동아리활동은 발로 뛰는 오프라인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재 반환 등 4가지 주제의 홍보 포스터를 각각 1천 장씩 만들어 학교 인근 상가와 중구 동성로 주변 서점 등에 배포한 일이 대표적 활동.
이번 대회에서는 회원 48명 중 김현지, 박수연, 이여진, 서상아, 최이현(이상 2학년), 홍지민, 김지수 양(이상 1학년) 등 7명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 알리기'를 주제로 활동한 기록들을 정리해 선보였다. 수연이를 중심으로 QR코드를 만들어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직접 제작한 일본군 위안부 관련 동영상 세 편이 뜨도록 했고,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집회에 참석했던 일도 보고서에 담았다.
장래희망이 외교관인 상아와 이현이, 사학과에 진학하고 싶다는 현지는 동아리활동을 통해 더욱 꿈을 굳히게 됐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주변의 정세 등을 익히는 것이 재미있어요. 위안부 할머니를 초청해 강연을 들으면서 국력을 키우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더 커졌고요."
역사교사가 꿈이라는 여진이는 동아리활동의 또 다른 장점으로 교우 관계가 넓어진 점을 꼽았다. "보통은 자기 학년 아이들 몇 명밖에 모르잖아요. 저희는 1학년들과 함께 활동하다 보니 선후배 간 우애가 돈독해졌어요. 여럿이 대외 홍보 활동을 하면서 서로 챙겨준 덕분에 동기간 정도 더 들었고요."
이 동아리를 지도하고 있는 김수영 교사(역사)는 학생들의 열정에 놀랄 때가 많다고 했다. "아이들이 역사 문제를 지루한 것이라고만 여길 줄 알았는데 시키지 않아도 관련 신문기사를 챙겨보는 등 적극적이어서 기특합니다. 관심 분야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하고 관련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학생들의 의욕을 북돋워주는 일이라고 봐요. 아이들이 꿈을 가꿔 나가는 데는 동아리활동이 제격입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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