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북문도 재현, 대구 상징물로 부활…역사·문화거리 특화
대구 도심 재생 사업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도심 전체를 아우르는 역사'문화 벨트화 프로젝트가 첫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것.
지난 5년간 대구 도심 재생 사업은 파괴와 철거 일변도에서 벗어나 역사'문화 자산을 보존하고 활용하는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았다. 대구읍성 복원을 뼈대로 하는 역사'문화 벨트화 프로젝트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동'서'남'북성로 도심 4개 성로를 잇고, 성로에서 만나고 뻗어나가는 '1천 개의 골목, 1천 개의 이야기'를 되살리는 새로운 도전이다.
◆잊힌 역사
"둥근 길을 따라 쌓여진 성벽은 도시 전체를 감싸는 평행사변형이다. 사방 성벽의 각 면에는 웅장한 성문이 서 있다. 성벽 아래로 꼭대기와 가장자리가 교묘하게 굽어진 지붕의 기와들은 직선과 곡선이 잘 어울려 절묘한 선의 조화를 이룬다."
19세기 말 프랑스 지리학자 샤를 바라가 그의 저서 '조선기행'에 남긴 대구읍성(둘레 2.6㎞, 성곽 높이 3.5~3.8m) 풍경이다.
조선시대 읍성은 우리 전통 도시 공간을 구성했던 가장 중요한 요소다. 지금의 대구 도심을 이루는 동성로, 서성로, 남성로, 북성로 역시 대구읍성에서 유래한 지명들이다.
1590년 토성으로 쌓았다가 임진왜란 때 파괴돼 1736년 석성으로 다시 축조한 대구읍성은 1907년 일제에 의해 철거됐다. 일제는 민족 저항의 상징물로 여겨지던 성벽을 허물고, 성 안 대구 상권을 장악했다.
이후 105년. 샤를 바라가 감탄했던 웅장한 대구읍성은 철저하게 잊힌 역사가 됐다. 7일 찾은 동성로 SC제일은행 대구지점 앞, 서성로 옛 조흥은행 앞 네거리, 남성로 약전골목과 종로가 만나는 곳, 북성로 옛 조일탕 앞 등 4개 성문 옛터에는 손바닥만 한 표지석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시민 누구 하나 눈길을 주는 이가 없었다.
◆되살아나는 역사
1907년 철거 이후 사라진 대구읍성 4누각 가운데 북서쪽 망경루(望京褸)가 오는 2014년 현재 북성로와 서성로 교차지점에 옛 모습 그대로 복원된다. 철거 당시 유일하게 원형대로 달성공원 안에 옮겨졌다가 1969년 복원을 전제로 해체된 지 43년 만이다.
되살아나는 대구읍성 역사는 망경루뿐만이 아니다. 중구청은 지난달 16일 '대구읍성 상징거리 조성사업'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 착수 보고회(표 참조)를 통해 망경루, 서소문, 북문을 재현하고 동'서'남'북 4개 성곽길을 연결하는 보행로 정비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앞서 대구시는 지난 2월 대구읍성 역사문화경관구축 종합계획 수립 용역을 통해 오는 2025년까지 남문 및 서문까지 복원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1천 개의 골목, 1천 개의 이야기
대구시와 중구청의 대구읍성 복원 사업은 지난 6월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된 도심 근대 골목 투어의 기반을 넓히고, 도심 전체를 아우르는 역사'문화 벨트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근대 골목 투어는 국내 도심 관광자원 개발 및 거리 활성화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자리매김했지만 전체 방문객의 90% 이상이 동산의료원~계산동~약령시 일부 구간에만 몰리고 있다.
대구읍성에서 만나고 뻗어나가는 골목은 족히 1천 개가 넘는다. 골목이 보유하고 있는 이야기들을 제대로 구성하고 연출한다면 제2, 제3의 관광명소를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오늘날 북성로는 단순한 공구거리이지만 그 표피를 한 꺼풀만 벗겨 내면 순종황제 어가길, 일본 강점기 문학'미술의 흔적 등 근대 생활과 문화, 예술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서성로는 대구 지역 민족 개화사상이 발아한 곳으로, 남성로는 근대 천주교, 기독교 유적지로 특화돼 있다.
김범일 대구시장과 윤순영 중구청장은 "대구읍성 4성로와 주변 골목의 확장, 연결을 통해 읍성을 따라 움직이는 신(新)역사지대를 창출할 수 있다"며 "앞으로 대구 도심 재생 사업의 핵심은 도시의 정체성을 좌우하는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고 발전시켜 벨트화하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준'신선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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