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갈수록 심각해지는데, 피해자쉼터 예산은 되레 삭감

입력 2012-09-10 10:38:50

1곳뿐인 대구보호자쉼터, 치료지원금 2010년 절반

7일 대구 성폭력 피해자 보호 쉼터. 10여 년간 아버지의 성폭력에 시달리다 탈출해 이곳에 온 A(17) 양은 고민이 많다. 내년에 만 18세가 되면 쉼터를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쉼터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고작 2년.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할 A양은 2년 안에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아버지의 성폭력은 A양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이곳에서도 적응을 못 해 쉼터를 몰래 나간 적도 많았다. A양은 "학원에 다니면서 사회에 나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지만 여전히 사람이 두렵다"고 털어놨다.

성범죄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성폭력 피해자 재활 및 보호 대책은 턱없이 부족하다.

대구에는 성폭력 피해자 보호 쉼터가 1곳밖에 없으며, 예산과 인력이 부족해 쉼터 정원은 10여 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현재 대구 성폭력 피해자 보호 쉼터에는 초'중'고교생 10명과 성인 2명이 거주하고 있다. 가족에게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는 쉼터를 나오면 돌아갈 곳이 없다. 가족이 해체되거나 어머니가 가족 성폭행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초교생 때부터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 B(16) 양의 경우 어머니가 성폭행 사실을 믿지 않아 집을 나온 뒤 쉼터로 왔다. A양과 마찬가지로 B양도 쉼터를 나오면 돌아갈 집이 없다.

쉼터에 머무를 수 있는 인원은 12명에 불과하며, 기간은 최대 2년이다. 다만 친족 성폭행의 경우 만 18세까지 지낼 수 있다. 한꺼번에 피해자가 몰리면 불가피하게 인원 조정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쉼터에 따르면 피해자들에게 의료'법률'생활 지원을 하고 있지만 규모와 인력, 예산은 열악하다. 상담교사는 2명에 불과하며, 올해 정부 치료지원금은 1천만원으로 2010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쉼터를 나가면 갈 곳이 없어 '2차 피해'가 우려된다. 여성가족부가 폭력피해주거지원사업으로 마련한 보호시설 퇴소자가 입주할 수 있는 쉼터가 있지만 매달 임대료 20여만원을 내야 한다. 쉼터를 벗어난 피해자는 생활고에 시달려 범죄의 길로 들어서거나 성매매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다.

대구 성폭력 피해자 보호 쉼터 노현진 소장은 "현재의 쉼터는 일상생활만 가능하도록 돕는 임시 안전망으로 이들이 나와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돕는 학업과 주거시설 지원이 필요하다"며 "검정고시를 지원하고 인턴과 자격증 취득 프로그램과 같은 직업훈련을 통해 건전한 사회인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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