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 이가 시려요

입력 2012-09-10 07:30:45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어두니 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다. 일교차도 10℃ 이상 난다고 하니 이제 정말 가을이 오는 것 같다. 지난 태풍으로 여러 곳에서 아픔의 상처가 남아 있지만 올해는 모두에게 풍성한 가을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날씨가 조금씩 쌀쌀해져서 그런지 한창 더울 때보다 치아가 시리다고 병원을 찾는 분이 많아졌다.

어떤 중년 여성분은 여름내내 찬물을 먹어도 괜찮았는데 이상하게도 며칠 전부터 이가 시리다고 한다. 그리고는 날씨와 치아가 시린 것에 관계가 있는지를 물어보기도 했다. 아마도 같은 찬물이라도 날씨가 더울 때는 시원한 느낌을 주고 지금은 치아가 시리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의외로 치과에 이가 시리다고 내원하는 분들이 많다.

보통 치과용어로 지각과민이라는 시린증상은 치아에 결함이나 병소 없이 온도 변화나 촉진 등 여러 자극을 주면 일어나는 짧고 예리한 통증을 특징으로 한다. 건강한 치아도 갑자기 빙설이나 슬러시, 얼음물 같은 찬 음식을 먹으면 일시적으로 예리한 통증이 오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치아의 시린증상은 부정확한 칫솔질이나 잇몸이 내려감, 부적절한 음식 섭취, 기타 다른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치아를 덮고 있는 바깥 층의 법랑질이 떨어져 나가거나 잇몸이 아래로 내려가 치아의 뿌리부분이 노출되어 발생할 수 있다. 치아의 법랑질이 떨어져 나가는 것은 도자기로 만든 그릇의 유약층이 떨어지는 것과 비슷하고 잇몸이 퇴축하면 신경과 가까운 치아 뿌리부분이 입안으로 노출돼 시린증상이 더욱 심해지게 된다.

법랑질 탈락은 잘못된 칫솔질에 의해 마모가 생기거나 음식물에 의한 부식이나 이갈이나 이악물기 같은 습관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다. 치아를 악무는 습관은 치아에 지속적인 교합력이 작용해 마치 건물의 외벽의 마감재가 떨어져나가듯 법랑질층이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노화로 인한 잇몸 퇴축과 치아의 마모로 시린증상이 악화되기도 한다.

치아가 시린증상을 나타내면 떨어져나간 법랑질 부위를 치과재료로 되덮어주기도 하고 노출된 치아의 뿌리부위에 약물을 발라 일종의 코팅막을 만들어 증상을 완화하기도 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레이저를 이용하여 치료하기도 하나 아직까지 시린 치아를 완벽하게 치료하는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시린증상을 완화시켜주는 물질을 함유한 치약도 시중에 판매되고 있어 증상완화에 도움을 준다. 일시적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시린증상이 나타나면 치과를 방문하여 원인을 분석한 다음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근래에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도하는 뉴스를 보면 이가 시리면 치과에서 치료하면 되는데 마음이 시려오는 것은 어디에서 치료받아야 할 지 답답하다.

장성용 민들레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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