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물의 수도' 비상할 기회… 대구 취수원 이슈로 공동개최 엇박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중심지였던 대구경북이 수자원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국제행사인 세계물포럼(2015년) 유치에 성공해 신낙동강 성공시대를 활짝 열어젖히고 있다. 세계물포럼 행사의 성공개최를 위해 지난해 3월 문을 연 대구경북물포럼 본부를 5일 찾아 이곳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순탁(71) 영남대 석좌교수를 만났다.
때마침 이곳은 세계물포럼의 성공 개최를 위해 12일부터 경북 안동과 상주 등에서 열리는 2012년 낙동강 국제 물주간행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대구 남구 대명동의 가정집에 자리한 대구경북물포럼 본부는 마치 전쟁터를 연상케 했다. 대구경북물포럼 회장인 이 교수는 아예 소매를 걷어붙인 채 젊은 조교들과 함께 각종 자료와 씨름하는 중이었다. 더 이상 빈자리가 없을 만큼 책상 가득히 놓여 있는 전문 서적들과 컴퓨터 주위까지 수북하게 뒤덮은 연구 보고서들은 '물의 도시'로 비상(飛上)하고 있는 대구경북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듯했다.
◆대구경북은 물의 수도.
'물 박사'로 잘 알려진 이 교수는 2005년 세계 최초로 수문학과 환경학을 접목한 국제수문환경학회(IHES)를 창립하고 초대 회장을 맡았다. 또 2010년 7월 물 문제 해결을 위한 범정부 기구인 국제수문자원계획(UNESCO IHP) 정부 간 위원회 의장에 선출되는 등 세계 물 분야에서는 한국인의 자긍심을 떨치고 있는 주인공이다.
지난해 세계물포럼 유치과정에서는 세계물위원회 이사 36명 중 1명으로 대구경북 유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세계물포럼 유치 성공은 그에게 남다른 기쁨이었지만 동시에 대회준비와 성공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 또한 느끼고 있다고 했다. 세계물포럼이 가지는 의미와 경제적 효과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세계물포럼 개최지로 선정됨과 동시에 대구경북은 자동으로 '지구촌 물의 수도'가 됐습니다. 그래서 이제 그 역할을 해야 합니다.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준비하고 만들어야 하죠. 특히 세계물포럼은 아직 생소하지만 지구촌의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년마다 열리는 가장 크고 권위 있는 국제행사입니다. 세계 200여 개국에서 3만여 명이 참가해 2천억원의 경제효과와 1천900여 명의 고용유발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더구나 국내 수자원 기술과 정책을 홍보함으로써 국가 이미지를 높이고 미래 물산업 육성 기반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등 국제 행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물포럼을 성공적으로 치러 세계 속의 대구경북으로 비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대구경북 상생이 성공 조건
물포럼 개최에 성공했고 대구경북물포럼을 구성해 이에 대한 준비를 착착 진행 중이지만 이 교수는 요즘 마음이 편치 않다. 대구경북이 공동개최에 성공했지만 두 단체의 유기적 협력관계를 어떻게 이끌어낼지 고민이기 때문이다.
"많은 물 관련 전문가들이 행사를 유치한 절대적 공로가 대구경북의 협력에 있었지만 공동 유치가 성공 개최의 최대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2003년 일본 교토시와 오사카 등 3개 도시가 공동개최한 일본 물포럼 때도 지역 간 갈등으로 실패한 행사가 된 전례가 있습니다."
실제 물포럼 준비과정에서 갈등의 요소가 감지되고 있다고 했다. 세계물포럼 준비를 위한 예비성격으로 낙동강 국제 물주간을 준비하면서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 같아 더욱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당초 낙동강 국제 물주간 행사는 대구와 경북이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구의 경우 적극성을 띠지 않아 아쉽습니다. 일정을 핑계로 전시회 이외에는 경북도와 함께하지 않으려고 하는 느낌입니다. 12일 대구에서 물전시회가 열리지만 경북도의 참가 자체가 불가능하게 됐습니다. 이 행사도 원래 구미에서 예정된 물주간 관련 전시회를 대구를 위해 배려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대구와 경북이 엇박자를 보이고 있는 셈이죠."
그래서 대구경북의 협력을 세계물포럼 성공 개최의 가장 큰 선행조건으로 꼽았다. "이전의 각종 프로젝트 유치 전례에 비춰볼 때 (물포럼) 준비 과정에서 갈등이 일어날 소지가 너무 많습니다. 시'도지사가 열린 마음으로 조율해야 합니다. 특히 세계물포럼을 앞두고 곧 국제운영위원회(ISC)가 만들어집니다. 7차 물포럼에 대한 방법'정책 등이 결정되는 만큼 대구경북에서 적극적으로 참가해야 합니다. 향후 물산업의 주도권을 결정할 수도 있는 만큼 준비가 소홀할 경우, 자칫 서울 등 수도권에 주도권을 뺏기고 장소만 빌려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이 교수는 대구경북물포럼이 대구와 경북의 중간에 서서 화합'조정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취수장 이전 등 대구경북 난제 해결
어렵게 유치한 세계물포럼을 앞두고 대구경북이 왜 엇박자를 보일까. 여기에는 대구 취수원 이전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는 대구경북 협력과 상생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하루빨리 두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대구경북물포럼도 이 문제 해결을 두고 고민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이 교수는 최근 자신이 언론을 통해 '낙동강 오염이 심화되고 있어 장기적으로 대구 취수장을 낙동강 상류로 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곤혹스러워했다.
"일부 언론에서 제가 취수원 상류 이전 주장을 하는 것같이 보도했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취수원 이전은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먹는 물의 안전과 맑은 물 공급을 위해서는 대구와 같은 대도시의 취수원이 상류로 이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취수원을 상류로 이전했을 때 하천오염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기술적으로 해결하느냐도 대구경북물포럼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이는 대구경북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고 전국적인 현상이며, 지혜를 모아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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