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스윙하고 무안해 트리플 악셀하는 남자∼♬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국내는 물론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패러디가 봇물을 이루고 있고, 세계적인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서 조회 건수가 1억 건을 돌파하는 등 반응이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가요계에 싸이가 있다면 700만 관중 시대를 바라보는 프로야구에선 삼성 라이온즈의 박석민이 있다. 헛스윙을 한 후 마치 피겨에서 '트리플 악셀'을 하듯 제자리에서 뱅그르르 돌고, 때로는 스윙 후 방망이를 놓쳐 동료를 아찔하게 하는 모습 등이 담긴 그의 동영상도 인기 만점이다.
싸이와 박석민, 둘은 닮은 데가 있다. 유쾌함이다. 둘은 또 신선한 재미를 품어내는 코드를 지니고 있다. '몸 개그'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박석민은 올 시즌 본업인 야구에서도 숨은 끼와 재능을 발휘하며 그라운드를 지배하고 있다.
◆유쾌한 박석민, 팬들을 사로잡다
박석민은 많은 팬을 두고 있다. 야구장에서 그의 몸짓 하나하나는 절로 웃음이 나게 한다. 대구 율하초교, 경복중, 대구고를 나와 2004년 삼성에 입단한 박석민은 올해로 프로 9년차(상무 시절 포함)에 접어들었다. 박석민은 그동안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왔다.
방망이 던지기, 헛스윙 후 제자리 돌기는 전매특허고, 홈런을 친 뒤 팬들에게 자신이 끼고 있던 손목보호대를 던지는 것도 박석민의 상징이다. 몸을 날려 공을 잡은 뒤 공이 어디 있는지 찾기도 하고, 뜬공을 잡을 때 낙하 지점을 찾지 못해 폴짝 뛰는 모습 등은 프로야구 선수로선 어색함이 묻어난다. 관중석 팬들이 지르는 소리에 웃음을 참지 못해 하얀 이를 드러내기도 한다. 삼진을 당했을 때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심판을 바라보는 표정을 짓지만 다들 익살스럽게 여긴다. 엉뚱함, 웃음으로 통하는 박석민만이 가진 매력 때문이다.
팬들은 박석민을 몸 개그를 잘하는 선수로 더 많이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언제나 즐겁기만 한 선수로 단정한다. 그러나 그건 오해다. 박석민은 경상도 남자 특유의 무뚝뚝함에다 낯도 많이 가린다. 그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성격인데다 그다지 재미있지도 않다"고 했다.
서글서글한 이미지와 달리 섬세한 구석도 많다. 목표의식도 뚜렷하고 야구에 대한 진지함도 여느 선수들 못지않다. 팬들에게 기억되고 있는 박석민 스타일 대표 3종은 제각각 이유가 있다. 방망이 투척은 손가락 부상에서 온 후유증 때문이다. 2009년 4월 28일 박석민은 슬라이딩하다 왼손 중지를 다쳤다. 고통은 깊었고, 오랫동안 지속됐다. 힘을 줘 방망이를 돌린 뒤 마무리 단계서 꽉 쥐지 못해 손에서 빠져나가며 발생한 일이다. 스윙 후의 트리플 악셀은 멈춰지지 않아서인데, 타격감이 좋을 때 이런 현상이 생긴다고 했다. 손목보호대 선물은 아들 준현이에게 인형을 가져다주려고 시작하게 됐지만 지금은 팬 서비스의 의미가 크다고 했다. 박석민은 "홈런을 치면 인형을 받아 팬들에게 던져주지만, 아들이 인형을 좋아해 손목보호대를 대신 던져주게 됐다. 한편으론 예전에 LA 다저스의 숀 그린이란 선수가 홈런을 친 뒤 장갑을 벗어주는 걸 보고 나도 뭔가 팬 서비스를 해야겠다고 생각해 고안해 낸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장은 놀이터가 아니다. 프로선수에겐 전쟁터나 다름없다. 나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다른 선수들과는 조금 달라 의도하지 않게 드러나고 있지만, 야구는 나의 전부이기 때문에 늘 진지하게 모든 경기에 임하고 있다"고 했다.
◆무르익는 한국대표 타자의 꿈
박석민은 올 시즌 실력으로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일본에서 돌아온 국민타자 이승엽, 지난해 홈런왕 최형우를 제치고 팀의 4번 타자를 맡고 있다. 그만큼 올 시즌 박석민은 잘하고 있다.
지금까지 보여준 타격감은 프로 데뷔 이후 최고다. 홈런은 22개로 2위고 타율은 0.314로 3위다. 타점 역시 85개로 2위, 득점 69점으로 4위, 최다안타 120개로 5위, 출루율 0.434로 2위, 장타율 0.539로 4위에 자리매김해 도루를 뺀 타격 전 분야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박석민의 영양가가 가장 돋보인 건 결승타다. 12개로 이 부문 선두다. 팀의 4번 타자로서 집중력이 돋보였다는 증거다. 여기에 빼놓지 말아야 할 기록은 몸에 맞는 볼이다. 박석민은 24개로 역시 1위다.
"공에 맞는다는 두려움은 없습니다. 꼭 안타가 아니어도 팀에 도움을 줄 수 있으니 소중한 기록이라 여깁니다."
박석민은 올 시즌 타격박스에 바짝 다가서서 공격하고 있다. "몸쪽 공을 대비하려 지난해까지는 좀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자신 있는 가운데 공이나 바깥쪽 공을 놓치기 일쑤였습니다. 단점을 보완하기보다 장점을 살리자 마음먹고 행한 일입니다."
그렇다 보니 몸에 맞는 일이 자주 일어났지만 효과는 컸다. 지난해 박석민은 KIA 윤석민의 공에 넋 놓고 당하는 일이 많았다. 꼭 치겠다고 마음먹고는 5월에 만났을 때, 몸쪽에 바짝 다가섰다. 제구가 뛰어난 윤석민에게 압박을 줘 원하는 공을 치겠다는 의도였다. 그날 박석민은 윤석민에게서 3타점 2루타를 치고 자신감을 얻었다.
박석민은 대구고 졸업 후 2004년 1차 지명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타격에 소질이 있다는 평가를 여러 지도자로부터 들었다. 2009년 개인 최다인 24홈런, 2010년에는 처음으로 타율 3할(0.303)도 쳐 봤다. 그렇지만 그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올해는 단단히 벼르고 시즌을 열었다. 이제는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야 할 때라고 여겼다. 최근 몇 년간 좋지 않았던 왼손 중지의 통증이 사라지면서 자신감도 생겼다. 한창 아플 때는 주먹이 잘 쥐어지지 않았을 정도였다.
올 초 세운 목표는 100타점. 달성까지는 15개를 남겨두고 있다. 데뷔 후 한 번도 공격 부문 타이틀을 쥐지 못했던 박석민은 "올 시즌이 아니더라도 MVP는 꼭 한번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홈런왕도 한 번은 차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아직 자신의 진가가 50%밖에 발휘되지 않았다고 했다. 유쾌한 코드를 지닌 박석민. 그가 이제는 실력으로 한국 프로야구를 접수하겠다고 선언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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