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아동 성범죄, 모두가 두렵다

입력 2012-09-04 11:01:06

등·하굣길조차 불안한 사회…교문 앞 대기하는 엄마들

아동 성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부모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3일 대구시 달서구의 한 초등학교 정문에서 엄마들이 자녀들을 안전하게 귀가시키려고 삼삼오오 모여서 기다리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아동 성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부모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3일 대구시 달서구의 한 초등학교 정문에서 엄마들이 자녀들을 안전하게 귀가시키려고 삼삼오오 모여서 기다리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3일 오후 1시 20분쯤 대구 달서구 한 초등학교. 정문 앞 도로에는 10여 대의 승용차가 주차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왕복 2차로의 좁은 도로는 차량으로 가득 찼다. 차에서 내린 학부모들은 정문 앞에서 아이에게 전화를 걸어 수업이 끝났는지 확인했다. 이들은 아이들이 정문을 나서자마자 아이 손을 잡고 차에 태웠다. 초등학교 2학년 여아를 둔 주부 윤연희(40'대구 달서구 상인동) 씨는 "최근 아동 성폭행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학교가 가까워도 불안해서 차를 몰고 데리러 왔다"면서 "아이가 다니던 학원도 그만두게 하겠다"고 말했다.

등'하교 시간마다 대구지역 초등학교 앞에는 엄마들이 장사진을 치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나주 성폭행 사건 등 아동 대상 성범죄 사건이 잇따르자 아이를 지키기 위해 엄마들이 직접 자구책을 찾아 나선 것이다.

이날 학교 앞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예전엔 초교 1학년 학생 위주로 등'하교를 시켜주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고학년으로 범위가 넓어졌다"고 말했다.

인근 다른 초등학교 앞에서도 학부모 20여 명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학부모 이모(40'대구 달서구 월성동) 씨는 "아침 뉴스를 본 딸이 '엄마 무서워' 하기에 앞으로 등'하교할 때 같이 가겠다고 약속했다"면서 "범죄의 표적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아이가 원피스를 입으려는 것을 못 입게 했다"고 말했다.

아이를 등'하교 시킬 수 없는 직장인 학부모들은 '안심알리미' 서비스를 통해 아이 지키기에 나섰다. 이 서비스는 각 초등학교가 통신사와 연계해 학생이 등'하교 하면 학부모에게 문자로 알려주는 것이다. 지우개 크기의 기기를 가진 학생이 등'하교할 때마다 학교 정문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학부모에게 알림 문자가 전송된다. 직장인 이정희(43'여'대구 수성구 범어동) 씨는 "오전에 아이가 학교에 도착했다는 '안심알리미' 문자를 받고 난 뒤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통영에서 10세 여아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김점덕 사건 이전 하루 평균 1만 명이던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의 접속자 수는 현재 20만 명으로 급증했다.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딸을 둔 구모(39'대구 서구 평리동) 씨는 "성범죄자 알림e를 통해 아이가 다니는 학교 반경 1㎞ 안에 성범죄자가 10명도 넘게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 "주변 학부모와 사진을 공유하고 있지만 막상 길에서 만나도 알아보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1학년생인 외손녀를 마중나왔다는 김호길(72'대구 달서구 상인동) 씨는 "외손녀가 오늘 갑자기 데리러 오라고 해서 최근 일어난 성폭행 사건을 알게 된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면서 "아동 성폭행 사건이 터질 때마다 아이 키우기 힘든 세상이 돼버렸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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