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믿을 때는 엄격해야 한다. 믿음을 뒷받침해 주는 확실한 증거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믿음을 유보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것은 물론 우리의 뿌리 깊은 성향과는 맞지 않는 일이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해야 할 중요한 일 중 하나다. 이런 비판적인 자세를 견지한다면 개인적인 차원은 물론이고 사회 전체적으로도 많은 이득을 볼 것이다. 또 결정과 판단도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더욱 현명하게 내릴 수 있을 것이다.(토머스 키다의 '생각의 오류' 중에서)
지금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정보는 사람과 미디어를 통과하면서 때로는 잘못된 믿음을 퍼뜨린다. 여기저기서 맹신과 오판 때문에 옆길로 새거나 길을 완전히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버나드 쇼가 그랬다. '우리 사회에 위험한 것은 불신이 아니라 믿음이다'라고. 불합리한 표현인 것 같지만 공감했다. 분명 불신은 소통을 어렵게 한다. 하지만 불신보다 더욱 소통을 어렵게 하는 것은 오히려 잘못된 믿음이다. 특히 그것이 지식인에 의해 이뤄질 때 정말 위험하다. 소통이 되지 않는 사람이 소통을 말하고, 철학이 없는 사람이 철학을 강조할 때 이 사회는 위험에 빠진다.
A식당이 새로운 곰탕을 개발했다. 사실 개발했다기보다 전통적으로 이어져 오던 곰탕 제조법을 정리했을 따름이다. 어쨌든 A식당은 나름대로의 포장술로 사업에 성공했고, 곰탕 제조법을 주변의 많은 식당에 전수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식당들은 많은 로열티를 지불했다. 이미 존재하던 방법이었기에 어쩌면 그 로열티는 A식당의 성공 스토리를 사는 비용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다른 식당들이 A식당처럼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매출이 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A식당은 권위를 누리면서 번창했다. 곰탕이 인기를 누리자 주변의 식당들이 곰탕으로 업종을 바꾸기도 했다. 문제는 거기서 발생했다. 사람들은 곰탕 이외의 다른 음식들이 그리웠지만 다른 음식을 음미할 기회가 원천적으로 제한됐다.
이런 풍경이 교육 현장에서 벌어진다면? 대한민국 교육은 일정 부분 바람과 결부돼 있다. 바람은 대체로 성공 스토리와 접목되면서 사교육을 유발한다. 인기 있는 음식이 생기면 거기에만 집착하듯이 성공 스토리와 결합한 바람이 학부모의 욕망과 더해져 아이들을 그 속에 몰아넣는다. 곰탕만 먹고살 수 없듯이 바람과 결부돼 만들어진 그것만으로는 다양한 교육이 이뤄지지 못한다. 교육기관은 그러한 몰입을 성과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교육은 다양성이 생명이다. 현재 아이들의 마음이 모두 다르고 아이들의 미래가 그리는 풍경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현재 알고 있는 20여 개의 직업만이 아니라 2만여 개의 다양한 직업을 가질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A식당에게 로열티를 지불하는 동안 다른 식당들은 영원히 A식당에 종속되면서 자신의 음식을 만들지 못한다. 교육은 더욱 그렇다. 특히 교육 정책은 생각의 오류로 인한 실패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반드시 '접속'한 다음에 '횡단'해야 하고, '횡단'한 다음에는 '생산'해야 한다.
'접속'한 다음, 그 대상이 매력적이라면 거기에 몰입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몰입이 잘못된 믿음으로 발전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횡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횡단'은 진정한 소통이기도 하고 대상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과정이기도 하다. '횡단'한다면 맹신이 들어올 틈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 자연스럽게 '생산'의 단계에 도달한다. '생산'은 나만의 결과를 만드는 과정이다. 물론 그 결과는 새로운 방법이기도 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접속'하고 '횡단'해 '생산'한 결과가 교육이 아니라 그러한 과정 자체가 바로 교육이라는 점이다.
한준희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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