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가르침에서 깨침으로

입력 2012-09-04 07:42:22

교직 경력이 10년 되던 2010년 가을 불현듯 '초등교사로서 살아온 시간을 되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는지 자신있게 대답하지 못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반성하면서 '교사'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봤다.

교사는 학교에서 일정한 자격을 가지고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다.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는 존재이며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수업이다. 수업은 학교 교육의 핵심적 영역이며, 교실에서 수업을 실천하는 교사는 '어떻게 하면 수업을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갖고 수업에 대한 전문적인 자질과 역량을 갖추기 위해 끓임없이 노력하며 교사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발령 후 지금까지 나는 수업을 잘 하려고,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교사와 학습자가 변화하고 모두가 만족하는 수업을 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왔다. 수많은 연수와 더불어 자료 제작, 연구회, 수업발표대회 등 모든 활동들에 의욕을 가지고 참여했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이러한 노력들은 나와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줬고 나는 스스로를 학생들을 성장시키는 좋은 교사라고 생각하며 긍지를 가지고 살아왔다.

그런데 올여름 '수업의 질적 이해와 전문가 양성' 연수에 참여하면서 수업에 대해 갖고 있던 나의 고정관념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대구가톨릭대의 서근원 교수님이 강의한 '교민(敎民)에서 회인(誨人)으로'를 들으면서 나는 마치 신부님에게 자신의 죄를 고해성사하는 신도처럼 나의 수업을 반성했다. '나는 아는 사람, 아이들은 모르는 사람으로 규정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치지 않았나', '지식이나 기능을 학생들에게 잘 가르치는데 집중한 나머지 정작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나는 '선생님이 열심히 가르치니 학생들도 열심히 배워야지'라는 생각으로 수업을 해왔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표현을 제대로 못하는 학생, 딴 짓하는 학생, 배운 것을 잘 모르는 학생들을 자신감, 집중력, 이해력 부족 등으로 판단하고 평가했다. 나는 아이들의 표면적인 행동과 학습의 결과만 갖고 아이들을 재단했던 것이다.

이번 연수에서의 주된 활동은 수업 동영상에 나오는 아이의 행동을 집중적으로 관찰, 기록 후 그 행동의 원인을 알아보고 의미를 해석하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수학문제를 잘 못 푸는 아이의 행동을 보고 수학을 못한다고만 판단했는데 계속 아이의 행동을 관찰한 뒤에는 '아이는 스스로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스스로 깨우치려고 노력하는 행동을 비로소 발견한 것이다. 아울러 아이가 한 행동의 원인과 상황을 알게 됨으로써 아이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아이를 평가하지 않고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아이들을 가르쳐야 할 존재로 생각하였으나 언제나 아이들은 스스로 깨치는 존재였다. 단지 그 속도와 과정이 다 같지 않을 뿐이었다. 수업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깨치도록 하는 것이 교사 본연의 임무이지 않을까?

채원곤 교동초교 교사 fantaco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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