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대한민국 국민은 세 가지 부류의 '복면'을 보았다. 첫 번째 복면은 H자동차 정문 앞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파이프 등으로 폭력을 휘두른 복면들, 두 번째 복면은 아녀자들을 죽이고 다치게 한 인면수심의 성폭행범들, 세 번째 복면은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이요 명색 영부인이었던 권양숙 씨의 13억 원 환치기 공범 하수인의 복면이다.
세 부류의 복면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는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대응했던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늘 그랬던 것처럼 '나쁜 놈들'이란 욕 몇 마디로 잠시 흥분하고 분노한 뒤 남의 일처럼 또 잊어버릴 것인가. 얼굴을 가리는 복면은 나쁜 일을 하려 할 때나 양심이 거리낄 때 한다. 그런 비양심 복면들이 곳곳에 빈번히 출몰하는 것은 그 사회가 위험하고 썩은 나라가 돼간다는 징조다. 더욱이 어느 복면이 더 악질적이고 파렴치한 복면인지를 제대로 가리고 따지지 않는 이성의 혼돈은 더 큰 사회악을 낳는다. 적어도 이 사회를 맑게, 말 그대로의 정의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단호하고도 이성적인 가치 기준이 작동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주 우리 앞에 나타난 세 부류의 복면들을 보며 어느 복면에 대해 가장 분노하고 단호하게 처벌했던가.
셋 중 어느 복면이 가장 악질 복면인가를 제대로 따져봤느냐는 물음이다. 법치기관이 보여준 단호함을 기준한다면 세 복면 중 악질 1위는 성폭행범 복면이 되고 2위는 파이프 폭력 복면이 된 모양새다. 불기소와 불구속기소, 약식 기소 등 물렁물렁한 법은 다 동원된 권양숙 일가의 13억 환치기 복면은 어물쩍 3순위 복면이 돼 버렸다. 명색 대통령 일가가 자식에게 30억 가까운 고급 아파트를 사주려고 사업가(박연차)에게 '달라고 해서' 받아낸 돈(5억 원)으로는 계약금을 주고 중도금은 남에게 얻었다는 돈(13억 원)을 복면한 하수인을 시켜 불법 환치기해 송금시킨 짓이 가볍게 3위가 된다?
권양숙 씨, 그녀는 1억짜리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던 여인이다. 그사이 모내기를 몇 번이나 했을 세월이 지났지만 어느 농부도 논두렁에서 시계 주웠다는 소리를 못 듣고 있다. 그런 권씨가 이번엔 '13억이 어디서 난 돈이냐'니까 '아는 사람들이 청와대와 봉하마을에 찾아와서 준 돈'이라고 답변했단다. 좋다, 그냥 지인들이 용체 쓰라고 줬다는 그 말도 믿어주고 계산해 보자. 보통 서민들 용체 기준을 10만 원 정도라 친다면 13억 모으려면 1만 3천 명이 돈 들고 청와대로 봉하마을로 들락거려야 한다. 매일 열 명씩 3년을 계속 들락거려야 계산이 맞다. 그래서 그 돈이 1만 3천 명이 낸 돈이 아니라 재벌급 로비꾼들 10여 명이 낸 목돈 아니겠느냐는 의심들을 하지만 검찰조차 권 씨가 입을 다물어 모르겠다는 판이니 백성이야 더더욱 알 길이 없고, 모르니 입들을 닫는다. 거기다 다른 복면 사범은 길거리 끌고 다니며 공개 수사하면서도 탈법한 전직 대통령 딸은 비공개 소환으로 얼굴 감춰주고 복면한 하수인에게 탈법 환치기를 지시한 부인은 서면 조사에다 불기소로 끝내버려도 누구 하나 입 여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그런 복면 범죄에 대한 기울어진 처벌을 보면서 모두가 다 입을 다물어도 우리 젊은 청년 계층만은 과연 이것이 사회정의인가를 생각할 것이다. 청년들이 사회정의를 고민하지 않는 나라라면 그 나라는 희망이 없는 나라니까. 성폭행범, 당연히 극형에 처해야 할 사회악이다. 복면 폭력 또한 이제는 근절돼야 할 이기 조직들의 패륜적 범죄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 딸 미국 아파트 정도 사려면 편의점, 배달집, 커피숍에서 꼬박 8시간씩 휴일도 없이 80년을 일해야 하는 젊은 청년들의 가슴에 좌절과 박탈감과 부패에 대한 저항심을 심은 전 대통령 일가(一家)의 환치기 복면이야말로 죄질 나쁜 복면 1위에 올려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불기소, 불구속, 약식기소로 다 끝내버렸다. 아직도 죽은 정권의 망령이 두려워서인가.
사회정의가 무너지고, 청년들의 희망이 좌절감으로 무너지고, 집은커녕 월세도 못 대주는 서민 부모들의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를 아직도 정치권과 봉하마을 귀에만 안 들리는 모양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그런 여인을 왜 찾아가나. 건실한 좌파와의 국민 화합은 필요하지만 부패와의 악수는 화합이 아니다. 그러니까 정체 모호한 안철수 교수가 거꾸로 젊은 층에 뜨는 거다. 단언컨대 노무현 전 대통령가(家)의 '환치기 복면'이야말로 오늘날 갖가지 복면 돌출의 원조다.
김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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