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MB와 대선까지 동행?…100분간 단독 회동

입력 2012-09-03 11:18:27

MB, 당적 갖고 임기 마무리 첫 대통령 가능성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2일 청와대에서 오찬을 겸한 단독 회동을 가졌다.

연말 대선을 3개월 앞두고 현직 대통령과 여당의 대선 후보가 만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와 함께 이번 회동에서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에 대해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8개월 만의 만남, 민생현안만 논의

하지만 양측은 태풍피해 복구, 성폭력 등 안전문제 등 민생 관련 논의만 공개했다. 박 후보 측이 회동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도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청와대도"일점일획도 보탤 게 없다"면서 입을 닫았다. 대통령과 여당 대선 후보 만남 치고는 기대에 못 미치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배석자 없이 100여 분 동안의 비공개 만남에서 어떤 민감한 대화가 오갔는지에 관심이 모이는 상황이다.

당내에서는 이 대통령과 박 후보가 지난해 12월 이후 8개월여 만에 다시 만난 데다 100분간 마주 앉았던 것을 감안하면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의 성공과 박 후보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 서로 노력하기로 했던 2010년 8월 합의의 구체적 버전이 논의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이날'이 대통령-박 후보' 회동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두 사람이 태풍피해 대책과 성폭력 등 국민 안전문제, 민생경제 등 시급한 현안을 중심으로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박 후보는 민생경제가 위기 상황에 직면한 만큼 특별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대학 반값 등록금과 0~5세 영'유아 보육수당 확대에 대해 정부가 적극 나서달라고 요청했다"며 "이에 이 대통령은 학생들 어려움과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박 후보는 또 나주 어린이 성폭행 사건을 거론하며 "지금부터 100일간을 범국민 특별안전확립 기간으로 정하고 민관합동으로 반사회적 범죄의 예방체계를 수립하자"고 제안했고, 태풍피해와 관련해서는 "지원의 사각지대가 많다. 대통령이 직접 챙겨달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사각지대 농어민들이 희망을 갖고 재기할 수 있도록 챙기겠다"고 답했다.

▶박근혜 비박 껴안기 본격화

새누리당과 정치권에선 이날 회동이 박 후보가 그동안 이어가고 있는 '광폭(廣幅) 행보'의 연장선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새누리당 한 핵심 당직자는 3일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재오'정몽준 의원 등 비박 주자를 중심으로 한 친이계 인사들을 끌어안기 위한 전략으로 판단된다"며 "또 이 대통령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대선까지 나아가겠다는 생각으로도 읽힌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박 후보'가 대선까지 동행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 대통령이 정권 마지막까지 당적을 유지한 채 임기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통령 직선제를 택한 1987년 이후 대통령이 임기까지 탈당하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선 이 대통령을 안고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선 전략 차원에서 차별화는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잖다. 대선까지 이 대통령의 추가 실정이 부각되거나 주변 스캔들이 터질 경우 야권의 네거티브 공세를 박 후보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친박 의원은 "이달 말 야권의 대선 후보가 확정되고, 여야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거나 뒤집히면 박 후보가 정책적 차별화는 물론 정치적 단절이라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며 "당장 9월 정기국회에서 내곡동 사저 특검과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 등 이 대통령에게 불리한 현안들이 쏟아질 전망이어서 '동행'을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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